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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19코스에서 무안군 청계면에 들어서며 시작했던 무안군 서해랑길은 34코스를 지나며 끝나고 드디어 함평군으로 들어간다. 외현화마을과 내현화마을을 차례로 지나며 북쪽으로 이동하던 길은 무안군 북쪽 끝자락인 현경면 해운리로 들어선다. 무안과 함평의 경계를 이루는 자명천을 지나면서 함평군 함평읍으로 들어가고 해안길을 걸어 돌머리해수욕장에 이른다.

 

현화천을 건너온 길은 현화천을 따라서 해안으로 향한다. 아직까지는 푸른 하늘이지만 구름이 많아지는 모양새가 비를 몰고 올 모양이다.

 

해안으로 나오니 모래사장인지, 갯벌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황토갯벌이 넓게 펼쳐 있다.

 

무안 북쪽 끝자락의 해운리 해변은 독특한 갯벌 형태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쉐니어(Chenier)라고 부르는 지형인데 갯벌 위에 모래나 조개껍질 등이 쌓여서 해안을 따라 띠처럼 형성된 지형이다. 동해안에서 볼 수 있는 사주와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멀리 돌머리 해수욕장의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은 해안길을 벗어나 해안 인근의 후동마을을 향해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해운로 도로로 올라서서 후동마을로 향한다. 무안의 주산인 감방산 뒤편에 있는 마을이라고 후동이라 했다고 한다.

 

해운로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후동 마을 안으로 들어가지만 길은 체험 캠핑을 한다는 파도목장을 지나 마을 외곽을 돌아간다. 캠핑을 하면서 낙농 체험도 하고 갯벌 체험도 할 수 있다니 흥미로운 곳이다.

 

목장을 지난 길은 구릉지의 들길을 가로질러 후동마을 북쪽 해변으로 나간다. 구릉지를 지날 때면 어김없이 양파밭을 만난다. 이곳을 지나면서는 스프링클러로 양파밭에 물을 주는 현장을 지나게 되었는데 때마침 길 쪽에서 줄을 주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걸으면 물벼락 맞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한 바퀴 돌아가는 스핑링클러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잘 피했다 생각하면 엉뚱한 곳에서 물이 날아오니 완벽하게는 피할 수 없었다. 결국 구릉지도 작은 야산이니 이런 곳에 양파를 키우려면 물을 대는 것이 관건이다. 전기와 모터, 밭 곳곳으로 이어진 검은 물호스, 물을 가두어 놓은 웅덩이는 이런 곳에서 항상 만나는 그림이다.

 

구릉지의 언덕을 내려온 길은 후동마을 북쪽의 간척지 논을 가로지른다. 예전에는 후동 마을 안쪽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지만 이곳도 함평과 후동마을 사이에 방조제를 쌓아서 물길은 끊기고 대신 넓은 간척지가 생긴 곳이다.

 

푸른 하늘과 흰구름 아래, 간척지 들판을 가로지른 길은 점점 더 무안군 끝자락에 다가가고 있다.

 

길은 간척지 중앙을 흐르는 해운천을 건너서 좌회전하여 북쪽으로 이동한다. 해운천은 남쪽에 위치한 감방산 아래 해운제 저수지에서 시작한 물길이다. 이제 무안과도 안녕이다. 해운리가 바닷가 마을이다 보니 날씨가 따뜻해지면 안개가 자주 낀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해운천을 건너면 하천을 따라서 북쪽으로 방조제를 향해서 걷는다. 이제 정면으로 보이는 땅은 함평읍이다.

 

길은 무안군과 함평군의 경계가 되는 자명천을 지나서 함평군으로 진입한다. 자명천을 따라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서쪽 끝자락으로 오늘의 목적지인 돌머리 해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안길을 따라 계속 이동한다.

 

일부 구간은 비포장으로 남아 있지만 해안도로를 깔끔하게 포장 공사하는 모양이었다.

 

공사 중인 해안도로를 따라서 돌머리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어제만 해도 진눈깨비가 흩날렸던 날씨라고는 믿지 못할 정도로 쾌청한 날씨가 이어진다.

 

돌머리 해변에서 바라본 남쪽 풍경, 푸른 하늘과 흰구름을 배경으로 우리가 지나왔던 해운리와 무안의 주산인 감방산(259m)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 풍경은 수평선 대신 해제면의 기다란 해안선이다. 우리가 열심히 걸어 내려왔던 길인데 함해만 바다 건너편이라 그런지 멀어 보인다.

 

34코스 종점을 눈앞에 두고 함평 읍내로 나가는 버스 시간이 임박했다. 버스 시간 간격이 큰 만큼 일단 함평 읍내로 들어가서 하룻밤 쉬고 내일 이곳으로 돌아와서 길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버스 시간은 정확했다. 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석두마을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합평 읍내로 나간다.

 

함평 터미널에 내리면서 눈길이 머문 문구가 있었다. 바로 "나비고을". 아이들이 어릴 때 함평 나비 축제를 한다는 소식에 한번 다녀올까 하는 생각이 있어도 수도권에서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결국 이곳에 한 번을 오지 못했는데, 서해랑길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다녀간다. 축제는 꽃이 피는 봄이 되어야 한다. 나비가 많아지는 4월 말에서 5월 초라고 한다.

 

터미널 인근에 함평 천지 전통시장이 있었는데 상설시장도 있지만 때마침 장날이라서 함평천 천변으로도 시장이 열려서 볼거리, 살 거리가 풍성했다. 함평 천지 전통시장은 2일, 7일이 장날이다. 날 만난 옆지기와 이것저것 구매해서 숙소에서 간식과 저녁을 해결했다.

 

다음날 돌머리 해변으로 다시 돌아와서 길을 이어간다. 

 

바다에서 민물로 올라가는 길목에 설치되어 있는 수많은 실뱀장어 잡이 그물들. 실뱀장어들은 2월부터 민물로 서서히 올라와서 6월까지 그 흐름이 이어진다고 한다. 해안을 걷다 보면 실뱀장어 단속 안내가 수없이 붙어 있는데 무엇이 합법이고 무엇이 불법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이렇게 잡힌 실뱀장어들은 비싼 값에 양식장으로 넘어가 짭짤한 수익이 된다고 한다.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장어의 인공부하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인공부화와 치어로 키우는 과정의 비용이 비싸서 자연에서 치어를 잡아 키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돌머리 해안 끝자락에서는 해안 산책길을 올라야 한다.

 

바위 해안 위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걷는다.

 

범고래를 그려 넣은 전망대도 지난다. 우리 바다에서는 범고래를 볼 수 없지만, 범고래를 볼 때면 늘 드는 생각은 아름다운 생물이지만 물개나 고래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면 섬뜩하기도 한다.

 

해안 산책로 끝자락에 이르니 돌머리 해수욕장에서 바다로 길게 뻗어나간 갯벌 탐방로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함평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인 만큼 곳곳을 잘 만들어 놓았다.

 

이국적인 분위기마저 느껴지는 해수욕장 길을 걸어서 해수욕장 입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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