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스포츠 타운을 지난 남파랑길은 사환 마을을 지나 모리 고개를 지나면 실전 마을에 닿고, 이후로는 5번 국도 거제 북로 도로를 따라 걸어서 장목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하청 구장에서 나온 길은 야자수가 가로수로 서 있는 농로를 가로질러 국도 방향으로 이동한다. 거제도가 제주도에 이은 국내 제2의 섬이지만 제주와는 달리 거제는 다녀 볼수록 논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거제의 농경지 중에 논의 비율이 60%가 넘는다고 한다. 사환 마을에 들어서니 이곳에도 밭에 치자나무가 심어져 있다. 남해와 완도 일부에서도 재배되지만 치자의 주산지는 거제도라고 한다. 사환 마을에 들어서면 국도변으로 조성된 데크길을 따라 이동할 수 있다. 사환 마을은 하청면 실전리에 속하는데 사환 마을이라는 이름은 이곳에 ..
석름봉을 내려온 남파랑길 17코스는 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유계리에 닿는다. 유계리 마을길을 지나면 하청 스포츠타운을 지나서 실전리로 넘어간다. 임도로 진입한 남파랑길은 유계리를 향해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콘크리트가 깔려있지 않지만 넓은 임도 걷기는 마음에 여유를 준다. 주위의 산봉우리와 나무들을 보면서 멍 때리며 걷기 좋은 길이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임도 중간, 다공 지구 임도 표식이 있는 곳에 앵산(513m)과 연초면사무소로 향하는 표식이 등장한다. 길은 계속 임도를 따라간다. 산아래로 산자락에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는 연초면 다공리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마을 위로는 산 허리를 지나는 임도의 흔적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분지처럼 자리한 마을이 포근하고 좋아 보이지만 정작 저곳에 사는 사람들..
고현 터미널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은 연초면의 석름봉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등산로를 걷는 구간이지만 석름봉 이후로는 임도를 걸으므로 무난한 구간이라 할 수 있다. 12월 중순 2주 연속으로 거제를 찾았다. 조금은 쌀쌀한 날씨지만 따뜻한 남쪽 나라는 봄날씨 같다. 거제 고현 터미널 길건너에는 커다란 남파랑길 안내판이 16코스의 종점과 17코스의 시작점을 알려준다. 터미널 인근에서 김밥과 식수를 챙겨서 긴 여정을 시작한다. "밥상" 이란 곳에서 야채 김밥을 구입했는데 걷기 여정 가운데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 해안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고현천을 건너는 다리에서 멀리 우리가 올라야 할 석름봉(298m)이 보인다. 2023년 완공 예정인 마천루 아파트 앞으로는 고현항 인도교가 놓이고 있다. 2015년부터 ..
공지에는 "사곡해수욕장~고현터미널 도로구간 이동시 안전을 위해 대중교통(버스)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공지가 있었지만 사곡 해수욕장에 도착한 시간, 예약해 놓은 고현 터미널의 버스 시간을 가늠해 보니 고현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우리는 거제대로 국도변을 걸어야 하는 조금은 위험한 구간이기는 하지만 걸어서 터미널까지 이동하여 16코스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사곡 마을로 가는 길 중간에는 육각형 모양의 특이한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이곳이 모래실 정류장이다. 공지를 따라서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고현 터미널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우회전하여 원래의 남파랑길 코스대로 걷는다. 썰물 때라 그런지 멀리까지 땅이 드러난 사곡 해변을 뒤로하고 고현터미널 방향으로 이동한다. ..
망치산 아랫자락의 임도를 걷던 남파랑길 16코스는 사등리 마을길을 걷다가 사등성이 있던 성내 마을을 지나며 해안길을 걷는다. 해안길의 끝은 사곡 해수욕장이고 이후로는 장평동 시내 구간을 걷는다. 임도 끝에 민가가 등장하는 것을 보니 망치산 산책로도 끝을 보이고 있다. 이곳에도 대롱대롱 달린 유자가 초겨울의 풍경을 새콤하게 만들어준다. 산아래로는 왼쪽에 꽃밭등이라는 작은 야산을 두고 아늑하게 자리한 금포 마을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 바다 건너 연초면의 공장들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금포라는 이름은 예전에 이곳에서 금을 채취하던 굴이 있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마을 뒷산이기는 하지만 꽃밭등이라는 산이름이 예쁘다. 망치산 산책로를 빠져나와 동쪽으로 사등리 마을길을 이어간다. 멀리 사곡리 해변..
사등면사무소 앞바다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 16코스는 성포항을 지나면 성포리 해변에 자리한 조선소 지대를 우회하여 망치산(361미터)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한다. 남파랑길은 망치산 등산로 시작점까지는 함께 가지만 그 이후로는 망치산 아랫자락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걷는다. 사등면사무소 앞바다를 떠나면 길은 성포항으로 이어진다. 오랜 시간 화장실을 찾지 못해서 헤맨 끝에 편의점에서 물건을 하나 사면 화장실이 있냐고 물으니 자신들은 없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바로 앞에 있다고 한다. 면사무소에는 화장실이 있을까 했는데 그곳도 꼭꼭 닫혀 있었다. 그런데, 볼일이 급한 옆지기가 화장실을 찾지 못하고 돌아온다. 아이고! 주인장이 가리키는 화장실은 건물 사이에 있을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잠깐 주위를 돌아보니 사등 농..
본격적으로 거제도 걷기에 들어선 남파랑길 15코스는 해안선을 따라 북동쪽으로 이동하며 청포 마을, 청곡 마을, 지석 마을, 사근 마을을 거쳐 사등면사무소 앞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후포항을 지나면 해안길은 막골 안으로 들어간다. 막골 이후로는 해안로가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숲 속 오솔길을 통해서 청포 마을로 넘어간다. 12월 중순이지만 거제도는 여전히 가을 분위기가 가득하다. 마을 사람들이 오갔을 오솔길은 따스한 가을 햇살이 더해져서 최고의 산책길이었다. 싱그러운 숲냄새와 숲을 비집고 들어오는 반짝이는 햇살, 가을을 증명하듯 바닥을 뒹구는 낙엽, 오감을 깨우는 숲길이다. 언덕을 넘어서니 야트막한 산들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서 포근한 느낌을 전해주는 청곡리의 청포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구석 골짜기에 위치한..
통영 원평리에 도착한 남파랑길 15코스는 신 거제대교를 넘어서 우리나라 제2의 섬인 거제도로 진입한다. 거제도로 들어갈 때는 신 거제대교를 넘어가고 거제도를 나오는 남파랑길 27코스 때는 구 거제대교를 넘는 방식이다. 원평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좌우로 적촌 마을과 죽촌 마을로 나뉘는데 원평리 죽촌 마을을 지나는 길에서 우리는 죽촌 마을 회관 1층에 자리 잡은 "매일 족발"에서 족발을 포장해서 숙소로 이동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평소에는 하지 않던 외식이나 군것질에 너그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죽촌은 말 그대로 대나무가 많이 자생했던 곳이라서 붙은 이름이다. 밤개 마을 입구에서 언덕을 내려가면 자그마한 밤개 마을 포구를 만난다. 밤나무가 많았다고 붙은 이름으로 율포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잔잔한 밤개마..
통영 시내로 들어온 남파랑길 15코스는 거제도로 넘어가기 위해 용남면 장문리, 삼화리를 거쳐서 원평리로 넘어간다. 해안 도로를 따라 걷는 구간이다. 장문리 앞바다에 걸린 남파랑길 15코스 시작점 표식을 보면서 여정을 시작한다. 얕은 해변에서는 오리들이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예전부터 물만 있으면 오리가 깨끗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최근에 TV에서 집오리를 반려 동물로 키우는 분들을 보고는 혹하는 생각이 들고 있다. 집오리들은 저 오리들처럼 자유롭게 날지 못하는 까닭에 반려 동물이 되었다는 생각을 해보면 집오리들이 딱한 생각도 든다. 장문리 기호 마을을 지나는데 이곳의 텃밭에 있는 푸성귀들은 12월 중순인데도 시퍼렇다. 이에 비하면 우리가 사는 동네는 동토의 땅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기호 마을 ..
경남 사천과 남해가 따뜻한 남쪽나라이기는 하지만 북극 추위가 몰려와 온 세상을 꽁꽁 얼리고 있는 시기에 걷기 여행을 결단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다음 주 아니면 그다음 주에 떠날 요량으로 계획을 세워 본다. 이번에도 주요 이동 수단은 고속버스다. 대전까지는 자동차로 이동하고 대전 복합 터미널 인근의 무료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삼천포 시외버스 터미널로 이동한다. 대전에서 삼천포까지는 19:00 하루에 딱 한 번만 운행하기 때문에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여 삼천포에서 하룻밤 자고 토요일 아침 일찍 일정을 시작할까 한다. 차편이 많은 진주로 이동하거나 KTX로 진주로 이동한 다음 삼천포로 오는 방법도 있지만 여러 곳을 거치더라도 단순한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금요일 밤의 숙소는 삼천포 터미널 인근의 "삼천..
아홉 개의 산등성이와 골짜기가 있는 산 아래에 있다고 구집 마을이라는 이름을 얻은 덕포리 마을 길을 지나면 남파랑길 14코스는 창포 마을, 손덕 마을과 광덕천을 지나 통영 시내로 진입하여 죽림 해안로를 걸어 충무 도서관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길은 구집 마을 입구에서 도로를 벗어나 마을 안쪽 길로 들어간다. 높지 않은 마을길을 걷다 보면 이곳의 훌륭한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므로 빼먹지 말아야 할 구간이다. 완만한 마을 길을 걸어 마을 산 중턱에 오르면 구집 마을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동편으로 펼쳐진 바다는 통영과 거제 땅이 거대한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구집 마을 입구에 자리한 32미터의 해룡산이 마을을 단단히 지켜주고 있는 모양이다. 마을 길을 내려가다가 반가운 물건을..
12월 중순을 바라보는 초겨울에 남파랑길 통영 구간 걷기를 시작한다. 조금 춥기는 하지만 따뜻한 남쪽나라의 걷기는 걸을만했다. 황리 사거리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 14코스는 77번 국도 안정로 도로를 따라 걷다가 공얄등산의 임도로 산을 넘어서 덕포리 해안으로 나아간다. 황리 사거리로 가는 방법은 지난번 여정처럼 통영 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오는 방법도 있었지만, 고성 터미널이 조금 더 가깝고 이른 시간에 고속버스가 출발하므로 첫날 일정을 일찍 시작할 수가 있었다. 원래 계획은 시내버스를 타는 것이었지만 터미널 앞에 줄 서 있는 택시를 보고는 서둘러 걷기 시작 장소로 이동했다. 황리 사거리에 있는 임외 마을 정류장에서 14코스를 시작한다. 통영 시내버스 정류장에는 측면에 지역 출신의 문학가를 소개하고 있..
당동 해안 산책길을 이어 걷는 남파랑길 13코스는 면화산(413미터) 아래 자락의 도로와 임도를 통해서 고성군을 떠나 통영시로 진입하고 황리 사거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하원 마을 앞의 포구를 지나 당동 해안 산책길을 이어간다. 하원 마을을 지나는 남파랑길은 아직 갈길이 멀다. 주소로는 거류면 신용리에 해당한다. 길은 조선 시대 이순신 장군의 예하 부대가 주둔했었다는 화당 마을로 이어진다. 포구 내부는 양식에 사용하는 여러 기구들로 즐비하다. 양식 기구 위에 올려놓은 경운기 부품은 녹이 슬어 이 기구를 언제 사용했는지도 가늠할 수가 없고, 크레인으로 뭍으로 끌어올린 배는 어부의 점검을 받기 위해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우리네 삶의 현장 곳곳에는 머리 좋고 손재주 ..
남파랑길 13코스는 동해면 내곡리와 외곡리를 거쳐 거류면 당동리로 진입하여 당동 해안 산책로를 걷는다. 원래의 남파랑길은 내곡리 이후 외곡리 마을길을 이어서 걷지만 우리는 내곡리를 빠져나오면서 길을 잘못 들어 77번 국도를 따라 직진했다. 큰길에서 만난 정북 마을과 정남 마을 표지석. 외곡리에는 예로부터 3개의 우물이 있었는데 가운데 우물인 들샘을 기준으로 북쪽을 정북, 남쪽을 정남 마을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564미터의 구절산이 병풍처럼 내곡리와 외곡리 마을을 두르고 있는 모양새이다. 길을 이어가다 보니 정북 마을에 이어 정남 마을 안내판도 등장한다. 서쪽으로는 구절산이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동쪽으로는 거류산이 서 있고 남북으로는 바다가 있는 독특한 지형이다. 정남 마을로 들어가면 구절산 등산로가 이..
배둔 터미널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 13코스는 회화면 해안길을 걸어 당항만을 가로막고 있는 마동호 둑길을 건너 동해면으로 진입한다. 배둔 터미널이 위치한 곳은 가례 마을 남쪽의 농경지는 일제 강점기에 이루어진 간척 사업으로 조성된 공간이라고 한다. 터미널 앞에서 농로를 통해서 들판을 가로질러간다. 농로를 걷던 길은 구만천 강둑을 올라 길을 이어간다. 국천이리고도 불렸던 구만천은 고성군 산지에서 발원하여 구만면을 가로질러 당항만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구만면이라는 이름은 높은 산이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어 굴 안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구만천을 따라 걷는 남파랑길은 회화면 체육공원을 지난다. 회화면 배둔리와 마암면 화산리를 이어주는 배화교 위에도 고성군의 상징인 공룡이 들어서 있다. 몸집이 가장 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