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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스포츠 타운을 지난 남파랑길은 사환 마을을 지나 모리 고개를 지나면 실전 마을에 닿고, 이후로는 5번 국도 거제 북로 도로를 따라 걸어서 장목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하청 구장에서 나온 길은 야자수가 가로수로 서 있는 농로를 가로질러 국도 방향으로 이동한다. 거제도가 제주도에 이은 국내 제2의 섬이지만 제주와는 달리 거제는 다녀 볼수록 논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거제의 농경지 중에 논의 비율이 60%가 넘는다고 한다.
사환 마을에 들어서니 이곳에도 밭에 치자나무가 심어져 있다. 남해와 완도 일부에서도 재배되지만 치자의 주산지는 거제도라고 한다.
사환 마을에 들어서면 국도변으로 조성된 데크길을 따라 이동할 수 있다. 사환 마을은 하청면 실전리에 속하는데 사환 마을이라는 이름은 이곳에 살던 김옥춘이 임진왜란에서 공을 세우고 을사년에 돌아왔다고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마을 북쪽으로 용등산(龍登山)이 길게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사환 마을이다. 이곳도 역시 마을 곳곳에 대나무 군락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길은 국도를 벗어나 우회전하여 모리 고개를 향해서 오르막을 걷기 시작한다. 사환 마을을 가로지르는 국도를 계속 따라가면 거제 맹종죽 테마 공원을 만날 수 있지만 우리가 넘어갈 모리 고개 방향으로도 대나무 숲이 울창해 보인다. 대나무숲이 기대가 되는 길이다.
살아 있는 나무와 하나가 되도록 그린 도로변 벽화도 하얀 벽면에 적힌 "거제의 노래"도 이곳 사람들의 고장 사랑을 느끼게 한다.
섬은 섬을 돌아 연연 칠백 리 굽이굽이 스며 배인 충무공의 그 자취
반역의 무리에서 지켜온 강토 에야디야 우리 거제 영광의 고장
구천 삼거리 물 따라 골도 깊어 계룡산 기슭에 폭포도 장관인데
갈고지 해금강은 고을의 절승 에야디야 우리 거제 금수의 고장
동백꽃그늘 여지러진 바위 끝에 미역이랑 까시리랑 캐는 아기 꿈을랑
두둥실 갈매기의 등에나 실고 에야디야 우리 거제 평화의 고장
사환 마을 뒤편 모리 고개를 향해서 오르는 길, 잠시 숨을 돌리며 뒤돌아 보니 서쪽으로 지는 해가 사환 마을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드디어 만난 대나무숲. 감탄의 연속이다. 멀리 떠나온 걷기 여행의 맛이 이런 것 아닌가 싶다. 담양의 죽림원과는 다른, 사람 손 타지 않은 생생한 자연의 맛을 한껏 누리는 시간이다.
모리 고개를 넘어서니 맹종 죽순 체험길이 등장한다. 맹종 죽순 체험길은 맹종죽 테마 공원 뒤편의 산을 한 바퀴 도는 걷기 길이다.
남파랑길은 맹종 죽순 체험길로는 가지 않고 우측 임도를 통해서 실전 마을로 내려간다. 쭉쭉 뻗은 편백이 반겨주는 길이다.
실전 마을을 통과해서 나오면 다시 5번 국도를 만나서 이제는 국도변을 따라서 걸어야 한다. 좌측으로 가면 칠천도로 넘어가는 칠천교를 만날 수 있다. 칠천도는 거제시 하청면에 속해 있다.
17코스의 종착점인 장목 표지가 등장했다. 국도변을 걷지만 갓길이 확보되어 있어 걸을만했다.
언덕을 넘어서면 실전리에서 장목리로 넘어간다.
매화나무가 많다고 이름 붙은 매동 마을을 지나니 좌측으로 장문포 왜성 표지가 등장한다. 항아리처럼 깊게 들어간 장목만 입구에 일본이 세운 왜성으로 장목만 입구 반대편에는 비슷하게 송진포 왜성을 세웠다고 한다.
남파랑길은 군항포와 장문포 왜성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길을 이어간다. 도로변 동백이 도로변 좁은 길을 걷는 여행자를 위로해 준다.
국도변을 걷던 남파랑길은 장목리 인근에서 도로를 벗어나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종점인 장목 파출소가 1Km도 남지 않았다.
마을 고개를 넘는 길에서도 대나무 숲을 만난다.
장목 마을로 들어서니 고현 터미널로 나가는 시내버스 시간이 급해진다. 지도 앱을 열고 천천히 걸어서 다음 버스를 탈지, 아니면 힘은 없지만 빨리 걸어서 이번 버스를 탈지, 걷는 도중에도 갈피를 잡을 수 없었지만 거제 시내버스는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도착했다. 고현 시내로 나가서 하룻밤 쉬었다가 시내버스로 다시 돌아와 18코스를 이어서 걸을 예정이다.
고현 시내로 돌아와서 선택한 저녁식사는 터미널 인근에 있는 기사 식당이었다. 대로변에 위치한 기사 식당이라 택시 기사 분들은 어디에 차를 주차할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는데 택시 기사가 아니라 버스 기사분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식당이었다. 고객이 모두 버스 시간에 맞추어야 하는 기사분들 이어서 급하게 드시는 분들, 서로 인사하며 안부를 나누는 분들이 계셨는데 그중에 일반 사람이 섞여 있는 모습은 그들 입장에서도 생경한 풍경이었나 보다. 아무튼 맛은 기사분들이 찾는 식당이므로 보통은 한다는 평이 적절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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