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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 터미널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은 연초면의 석름봉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등산로를 걷는 구간이지만 석름봉 이후로는 임도를 걸으므로 무난한 구간이라 할 수 있다.

 

12월 중순 2주 연속으로 거제를 찾았다. 조금은 쌀쌀한 날씨지만 따뜻한 남쪽 나라는 봄날씨 같다. 거제 고현 터미널 길건너에는 커다란 남파랑길 안내판이 16코스의 종점과 17코스의 시작점을 알려준다. 터미널 인근에서 김밥과 식수를 챙겨서 긴 여정을 시작한다. "밥상" 이란 곳에서 야채 김밥을 구입했는데 걷기 여정 가운데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 해안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고현천을 건너는 다리에서 멀리 우리가 올라야 할 석름봉(298m)이 보인다. 2023년 완공 예정인 마천루 아파트 앞으로는 고현항 인도교가 놓이고 있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고현항 매립과 재개발로 생긴 공간에 주거, 상업, 관광 시설을 짓는 빅아일랜드 사업의 마지막 단계라고 한다.

 

원래의 길은 신오 1교를 좌측으로 돌아서 다리 아래를 통과해 연초천을 따라 조성된 데크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공사 중이라 그런지 이어지는 표식을 찾지 못하고 신오 1교 다리 위로 걷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연초천 건너편의 데크길을 바라보면서 등산로 입구까지 도로변을 걸어야 했다. 거제는 섬이기는 하지만 산이 많은 만큼 하천도 많고 평지다 싶으면 아파트 단지를 비롯한 주거지가 몰려 있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드디어 석름봉 등산을 시작한다. 석름봉-앵산-솔병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이곳에서 시작한다. 석름봉(石凜峰)의 름자는 "늠름하다"라고 표현할 때 사용하는 한자다.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등산로 초반부터 오르막길은 옷을 하나씩 벗게 만든다. 산아래 연초천과 고현동 풍경을 뒤로하고 산속으로 조금씩 깊게 들어간다.

 

북쪽으로 이동하며 높이가 올라가니 나무숲 사이로 바다 건너편 장평동에 자리한 거대한 조선소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햇살이 없었다면 숲 속은 서늘한 기운이 넘쳤을 것이지만 이곳은 12월 중순임에도 따스한 봄기운이 넘쳐난다. 연초면 오비리에 있는 신우 마리나 아파트 쪽에서도 올라올 수 있는 등산로가 있는데 갈림길에서 남파랑길은 석름봉을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이 지점부터는 경사도가 조금씩 급해진다.

 

갈림길에서 석름봉으로 향하는 길로 이동하면 줄을 설치할 정도로 경사도가 있는 오르막이 이어진다.

 

경사도 있는 오르막길을 얼마나 올랐을까? 전망이 트이며 산 아래 전망을 즐기자니 얼마 가지 않아 전망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세계 1위 조선소의 모습이다. 1위 삼성중공업, 옥포에 있는 3위 대우 조선 해양 두 업체의 직영 및 협력 업체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만 해도 5만 명에 달한다고 하니 가히 엄청난 고용 효과라 할 수 있겠다. 거제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5천 명이 넘는데 가장 큰 비중은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이라고 한다. 인력난과 함께 외국인 노동자 도입을 위해서 쿼터를 확대하고 도입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뉴스가 넘쳐나고 있다.

 

고현항 매립과 재개발로 만들어지고 있는 빅아일랜드 사업의 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몇 년 후에는 모습이 얼마나 바뀔지 모르겠다. 국내 처음으로 100% 민간 자본으로 이루어지는 항만 재개발 사업이다. 이전의 고현항은 부산으로 가는 여객선이 출발하는 곳이었지만 가덕대교가 생기고 통영-대전 간 고속도로가 거제까지 연장될 예정이라서 그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고 이 사업이 더 탄력을 받지 않았나 싶다. 원래는 고현항 앞에 인공섬을 조성할 계획으로 프로젝트 이름을 빅아일랜드라고 지었는데 매립과 재개발로 방향이 정해지고 이름도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전면부에 있는 시설은 크루즈선이 입항할 수 있는 부두라고 한다. 

 

이제는 완만한 능선길을 이어간다.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완만한 숲길 걷기는 참 좋다. 가을 숲의 냄새, 밝은 햇빛, 맑은 새소리, 손아귀에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까지 오감을 만족케 하는 길이다. 체육 시설이 있는 곳은 소오비로 내려가는 교차로가 있는데 좌측 산 너머가 오비 마을이라면 우측 갈림길로 내려가면 소오비인데 오비의 남동쪽에 있는 작은 골짜기 마을이라고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의 오솔길이 예쁘다.

 

갈림길에서 우리는 앵산 방향으로 이동한다. 앵산은 산의 모습이 꾀꼬리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형상이라고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길이 좌우로 나뉘는데 두 길은 나중에 다시 한 길로 만난다. 남파랑길 리본을 따라서 좌측길을 따라간다. 우측으로 가면 오르막을 통해 석름봉 정상을 거치는 길이다.

 

석름봉을 우회해서 가는 길, 좌측으로는 나무들 사이로 오비리 마을과 해안에 있는 조선소의 크레인들도 보인다.

 

석름봉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면 그 이후로는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급한 내리막을 내려가면 연사동네 체육 시설을 만난다. 쉼터가 있으므로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앵산(513m)으로 가는 등산로와 남파랑길은 헤어지게 된다. 남파랑길은 더 이상 등산로를 따라가지 않고 우회전하여 임도를 따라간다.

 

산 등성이에 있는 체육 시설인데 물탱크와 수전까지 설치해 놓은 곳은 처음 보았다. 산 좌측의 오비리, 우측의 연사리 동네분들은 좋겠네! 하는 말을 남기고 우측 인도를 따라 내려간다.

 

연사리로 내려가는 임도 주변으로는 간벌하여 숲을 정리하고 새 묘목을 심었는데 편백이나 삼나무와 같은 침엽수가 아니라 잎이 동그란 나무였다. 어린 나무라 잘 모르겠지만 동백도 좋아 보인다. 쭉쭉 뻗은 편백 숲도 좋지만 한 종류의 나무만이 사는 숲이 아니라 다양성을 품은 숲이 자연 입장에서는 더 가치 있지 않을까 싶다. 

 

임도 갈림길에서 남파랑길은 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유계 마을 방향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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