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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산 아랫자락의 임도를 걷던 남파랑길 16코스는 사등리 마을길을 걷다가 사등성이 있던 성내 마을을 지나며 해안길을 걷는다. 해안길의 끝은 사곡 해수욕장이고 이후로는 장평동 시내 구간을 걷는다.

 

임도 끝에 민가가 등장하는 것을 보니 망치산 산책로도 끝을 보이고 있다. 이곳에도 대롱대롱 달린 유자가 초겨울의 풍경을 새콤하게 만들어준다.

 

산아래로는 왼쪽에 꽃밭등이라는 작은 야산을 두고 아늑하게 자리한 금포 마을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 바다 건너 연초면의 공장들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금포라는 이름은 예전에 이곳에서 금을 채취하던 굴이 있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마을 뒷산이기는 하지만 꽃밭등이라는 산이름이 예쁘다.

 

망치산 산책로를 빠져나와 동쪽으로 사등리 마을길을 이어간다. 멀리 사곡리 해변과 함께 사곡리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마을길 옆으로는 예전에는 산중에 화전을 가꾸며 살았던 밭 같은데 지금은 풀밭으로 변한 곳이 많다. 몇 년이 지나면 전원주택들이 곳곳에 들어설 모양새다. 인근에 대형 조선소도 있고 아름다운 바다와 산도 있으니 도시 인근에서 전원을 즐기기에는 딱인 곳이기는 하다.

 

성내 마을을 향해서 사등리 들길을 가로질러 걷는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사등리 들길에서 만나는 풍경은 논과 밭에 심어진 묘목밭이 많았다. 

 

얼마간 휴식을 취하지 못했던 우리는 도로변 대리 마을 정류장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가 다시 길을 이어간다. 대리 마을이란 이름은 임진왜란 이후 창녕 조 씨가 들어와 살면서 큰 마을을 이루었다고 대리 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길은 국도 아래 농로를 따라서 성내 마을로 이어진다.

 

신라 신문왕 5년에 해상 방어를 위해 쌓았다는 사등성이고 현재의 모습은 일부를 복원한 것이다. 성내 마을이란 이 사등성 안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성내 마을에 도착하니 이 마을에서 태어난 여산 양달석의 그림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삭막할 수 있는 국도변이 노상 미술관으로 변한 것이다. 훌륭한 작업이다 싶었다.

 

"소와 목동의 화가"라는 별칭이 있는 양달석 화가의 이름을 잘 몰랐지만, 독특한 그의 그림과 "좀 더 좋은 그림을, 남들이 모방할 수 없는 나의 그림을 그리려고 애써왔을 뿐이다"라는 그의 고백을 읽고 나니 그의 작품 세계에 빠져들듯 하다.

 

국도 아래의 국다리에서도 양달석 작가의 그림을 감상할 수가 있었다. 벽에 그려진 그의 그림들이 오랜 시간 색이 바래지지 않고 유지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상의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내 마을을 지나온 남파랑길은 공단 주위를 돌아서 해변으로 나아간다.

 

주유소 뒤편 조금은 외진 길을 지나면 사등리에서 사곡리로 넘어간다.

 

아주 작은 사등천을 지나면 사곡리로 넘어간다. 사곡리라는 이름은 앞바다의 수심이 얕아 모래가 많아서 모래실이라 불렸는데 이것을 한자로 쓴 것이라고 한다. 멀리 사곡리 해수욕장도 보이기 시작한다.

 

서늘한 바람이 세차게 부는 사곡리 해변 초입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연초면에 자리한 공단을 배경으로 시퍼런 바닷물 위에 작은 사두섬이 외롭게 떠있는 모습이다. 개인 소유의 무인도로 산업단지 조성과 얽히면 언젠가 육지가 될 운명일 수도 있는 섬이다.

 

깔끔하게 조성된 사곡 해안 산책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사곡 해변에서는 캠핑족들도 공간을 즐기고 있었고, 난간에 청마 유치환의 시를 인쇄하여 걸어 놓고 청마 문학제를 열고 있었다.

 

거제시 둔덕면에 청마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매년 개최하고 있는 문학제라고 한다. 단순히 유치환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문학제답게 백일장과 사생대회도 함께 열리고 있다. 잠시 행복이란 그의 시를 감상하고 간다.

내 아무것도 가진것 없건마는
머리 위에 항시 푸른하늘 우러렀으매
이렇듯 마음 행복 되노라

나종 죽어 서럽잖아 더욱 행복함은
하늘 푸른 고향의 그 등성이에
종시 묻히어 누웠을 수 있음이어라.

사곡만 안쪽은 물이 깊지 않다 보니 요트 승선장도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마련해 놓았다. 찬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고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래실이라고도 부르는 사곡 해수욕장에서 사람들은 푹신한 모래밭보다는 넓은 갯벌 위를 걷는 것을 선택한 모습이다. 푹푹 빠지는 갯벌이 아니고 단단한 모래 해변인 모양이다.

 

모래실길 해안도로를 따라 모래실 버스 정류장을 향해 이동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우회전하여 오르막을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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