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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시내로 들어온 남파랑길 15코스는 거제도로 넘어가기 위해 용남면 장문리, 삼화리를 거쳐서 원평리로 넘어간다. 해안 도로를 따라 걷는 구간이다.

 

장문리 앞바다에 걸린 남파랑길 15코스 시작점 표식을 보면서 여정을 시작한다. 얕은 해변에서는 오리들이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예전부터 물만 있으면 오리가 깨끗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최근에  TV에서 집오리를 반려 동물로 키우는 분들을 보고는 혹하는 생각이 들고 있다. 집오리들은 저 오리들처럼 자유롭게 날지 못하는 까닭에 반려 동물이 되었다는 생각을 해보면 집오리들이 딱한 생각도 든다.

 

장문리 기호 마을을 지나는데 이곳의 텃밭에 있는 푸성귀들은 12월 중순인데도 시퍼렇다. 이에 비하면 우리가 사는 동네는 동토의 땅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기호 마을 언덕 위에는 엉뚱한 미술 체험 학교라는 이름의 특이한 학교도 있었다. 체험식으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리키는 곳이라고 한다. 길은 장문로 도로를 따라서 이어진다.

 

장문천을 지나는 길, 인도에는 마치 봄인양 노란 꽃이 피었다. 

 

유명 카페 앞길에는 데크길도 깔려 있고 죽림동 시내를 배경으로 한 장문리 앞바다도 평화롭다. 폐교한 장문 초등학교를 고깃집과 카페로 만들었다고 한다. 전국 곳곳에 있던 초등학교들은 아이들이 줄어들면서 미술관으로 카페로 바뀌고 있다. 2022년 기준 통계를 보면 전국의 폐교 학교수는 3,800개가 넘고 이중에 2,500개가 넘는 학교들이 매각되었다고 한다.

 

깔끔하게 도색한 가정집도 인상적이었고 마을 입구의 고목도 인상 깊었던 대안 마을을 지난다. 예전에는 가장 큰 마을이었다고 대안이라는 마을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장문로 도로를 따라가는 길은 중간에 장애물도 많고  좁아서 위험하기는 했지만 다니는 차량이 많지 않아 다행이었다. 근처 산으로는 노란 유자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유자 과수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고흥 유자가 전국 생산량의 66%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기는 하지만 통영과 거제에 걸쳐 유자나무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나무였다. 거제는 15% 정도를 생산한 다고 한다.

 

길은 신리 마을을 지난다.

 

신리 마을 포구를 지나는데 다음 굴 양식을 위해 준비 중인 조가비줄이 엄청난 벽을 이루고 있다. 채묘와 육성 과정을 거쳐 사람들의 식탁에 오를 때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지금은 조가비줄 더미에서 풍기는 냄새 때문에 코를 막을 지경이다.

 

신리 마을을 지나는 길에서 만난 들유자는 우리의 물욕을 자극한다. 주인 없는 것이면 하나 따서 갈까? 하는 유혹이 턱 아래까지 치어 오르지만 세상에 주인 없는 것이 있으랴!

 

이제는 조가비줄 더미를 바라보면 바람이 우리에게로 불지 말고 다른 곳으로 불어 냄새를 피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신리 마을을 지난 남파랑길은 넓은 갯벌을 가진 양촌 마을로 들어간다. 의외로 남해안에서는 서해안 같은 드넓은 갯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양촌 마을 갯벌에서는 노부부가 하루벌이에 열심이다.

 

마을에 드러난 갯벌은 남해안에서는 누군가에게는 매립해서 공장을 짓고 싶어 하는 욕망의 공간이 아닐까? 하는 잡생각도 해본다.

 

양촌 마을에 있는 쉼터에서 신발을 벗고 잠시 쉬어 가는데 원래의 남파랑길은 마을 회관 앞에서 우회전해서 가야 하는데 그만 직진하고 말았다. 길을 잘못 든 길에서 만난 것은 굴을 처리하는 회사들에서 만들어내는 거대한 굴 껍데기 산더미들이었다. 체를 쳐서 큰 껍질들은 따로 분리하고 작은 것들은 사료나 비료로 활용하는 모양이었다. 채석장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규모였다. 통영, 거제 논 바닥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굴껍데기 비료는 바로 이런 것이었다.

 

양촌 마을 앞에서 우회전하여 논싯골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논싯골길은 신박산 아랫 자락으로 이어지는 길인데 계곡으로 논이 많다고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조용하게 농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논싯골길이라는 길이름답게 길 주위로는 농지가 이어진다. 요양원이 등장하면 오르막이 끝나면서 언덕을 넘어 내리막이 이어진다.

 

언덕을 넘어서니 원평리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원평리 안으로 들어간다.

 

해방 직전에 세워진 원평 초등학교를 지나 길을 이어간다. 오늘 쉬어갈 숙소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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