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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13코스는 동해면 내곡리와 외곡리를 거쳐 거류면 당동리로 진입하여 당동 해안 산책로를 걷는다. 원래의 남파랑길은 내곡리 이후 외곡리 마을길을 이어서 걷지만 우리는 내곡리를 빠져나오면서 길을 잘못 들어 77번 국도를 따라 직진했다.

 

큰길에서 만난 정북 마을과 정남 마을 표지석. 외곡리에는 예로부터 3개의 우물이 있었는데 가운데 우물인 들샘을 기준으로 북쪽을 정북, 남쪽을 정남 마을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564미터의 구절산이 병풍처럼 내곡리와 외곡리 마을을  두르고 있는 모양새이다.

 

길을 이어가다 보니 정북 마을에 이어 정남 마을 안내판도 등장한다. 서쪽으로는  구절산이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동쪽으로는 거류산이 서 있고 남북으로는 바다가 있는 독특한 지형이다.

 

정남 마을로 들어가면 구절산 등산로가 이어져서 용문 저수지를 거쳐 구절산을 오를 수 있다.

 

77번 국도 거류로 도로를 따라가는 길. 길 건너편에는 "감동(甘洞)"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동네가 있었다. 거류면 감서리에 속한 마을인데 높이 솟은 거류산 자락의 마을로 마을이 형성되면서 발견한 약수 우물을 감로정(甘露井)이라 부르면서 우물의 첫 글자를 따서 감동이라 부르게 되었고, 감나무가 많아 감골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마을 이름이 "감동"이라니 미소가 지어지는 동네 이름이다.

 

정남 마을 입구에는 진양 강씨 부인의 효행과 정절을 기리며 세웠다는 효열문도 있었다. 그동안 만났던 열녀문과는 사뭇 다른 형태였다. 어떤 형태의 열녀문이든 평범한 여인의 삶이 사후에 마을 사람들에 의해 기려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후대에 여러 메시지를 던지지 않을까 싶다.

 

동광 초등학교를 지나면서 학교 벽에 새겨진 "참 삶을 함께 가꾸는 행복 자람터"라는 문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성적 지상주의가 온 나라를 휘감고 있는 시대에 정말 저렇게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자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동광 초등학교 길 건너편으로는 "감동 마을" 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거류산으로 가는 등산로 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국도를 따라가는 길 건너편으로 거류산성이 4Km 거리에 있다는 표지판도 있다. 거류산성은 571미터 거류산 정상부에 1.3km의 길이로 쌓은 산성으로 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쌓은 것이라 한다.

 

외곡리 마을길을 걷던 남파랑길은 거류 119 안전 센터에서 국도를 만나 거류면 읍내로 들어간다.

 

길가에 심어진 빨간 먼나무 열매가 이곳이 따뜻한 남쪽나라이고 겨울이 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국도를 따라 거류면 읍내로 들어간다.

 

오늘 점심은 거류 초등학교 옆에 있는 고성 쭈꾸미에서 거하게 해결했다. 그동안 먹어본 주꾸미는 수많은 야채에 가끔씩 주꾸미를 골라 먹는 수준이었지만 이곳은 달랐다. 주꾸미 볶음의 진수를 제대로 경험했다. 동네 어르신들도 소문을 들으셨는지 젊은 사람들 속에서 자리를 함께 하고 계셨다. 개인적으로 주꾸미 하면 서해안만 생각했는데 남해안에서도 잘 잡힌다고 한다. 인기 있는 수산물이니 만큼 요즘에는 갑오징어와 주꾸미 양식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어미가 낳는 알도 많지 않고 어릴 때는 서로 잡아먹는 습성도 있고 어린 치어의 먹이도 몰라서 양식이 어려웠다고 하는데 이를 해결하고 있는 모양이다.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거류 초등학교의 담장 밖으로 몸을 내민 소나무 한그루와 바로 옆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학교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길은 은행나무 가로수가 노란 잎을 떨구고 있는 읍내길을 가로질러 해안으로 향한다.

 

당동 시장으로 향하는 길은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신당마을 선착장 옆으로는 당동 재래시장이 3일, 8일에 선다고 한다.

 

신당마을 선착장을 지나서 당골만이라고도 부르는 당동만을 빙 둘러 가는 당동 해안 산책로를 걷기 시작한다.

 

오후의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 가을색을 듬뿍 입은 억새 들판까지 가을 걷기의 맛을 제대로 느끼는 공간이다.

 

당동만에 휴식처를 마련한 겨울 철새들이 한가한 오후를 즐기고 있다. 그런데, 저렇게 큰 덩치를 가진 새가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다닌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요즘은 이런 겨울 철새들이 대규모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텃새화되기도 한다는데, 철새 입장에서 보면 송전선과 풍력 발전기, 빌딩들을 피해 가면서 장거리 비행을 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겠다 싶다.

 

당동만 해안 풍경을 즐기며 해안 산책로 길을 이어간다.

 

가을꽃 코스모스도 끝물인지 줄기가 누렇다.

 

코스모스의 줄기는 겨울이 점점 더 다가오고 있음을 증명하지만 꽃들은 마지막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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