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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원평리에 도착한 남파랑길 15코스는 신 거제대교를 넘어서 우리나라 제2의 섬인 거제도로 진입한다. 거제도로 들어갈 때는 신 거제대교를 넘어가고 거제도를 나오는 남파랑길 27코스 때는 구 거제대교를 넘는 방식이다.

 

원평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좌우로 적촌 마을과 죽촌 마을로 나뉘는데 원평리 죽촌 마을을 지나는 길에서 우리는 죽촌 마을 회관 1층에 자리 잡은 "매일 족발"에서 족발을 포장해서 숙소로 이동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평소에는 하지 않던 외식이나 군것질에 너그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죽촌은 말 그대로 대나무가 많이 자생했던 곳이라서 붙은 이름이다.

 

밤개 마을 입구에서 언덕을 내려가면 자그마한 밤개 마을 포구를 만난다. 밤나무가 많았다고 붙은 이름으로 율포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잔잔한 밤개마을 앞바다는 곳곳에 굴 양식과 관련된 기구들이 펼쳐져 있다.

 

길은 신 거제대교와 이어지는 14번 국도 아래를 굴다리를 통해서 가로지른다.

 

굴다리를 빠져나오면 견유 마을을 지나며 멀리 신 거제제도를 바라보면서 걷게 된다. 용남면 장평리에 속하는 곳이다. 한국 전쟁 당시 한국 해병대 단독으로 수행했던 통영 상륙 작전을 기념하는 전승기념비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통영 타워를 지나 오늘의 숙소인 갯바위 펜션에서 하룻밤 묵어간다. 따뜻하게 잘 쉬어갔던 숙소였다.

 

저녁 시간에는 가끔씩 다리 아래를 지나는 어선들의 엔진 소리도 있었지만 평화로운 바다 풍경을 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좋았고, 숙소에서 바라본 화려한 신 거제대교의 야경도 좋았다. 

 

다음날 동쪽 거제도의 산 위로 떠오르는 눈부신 태양을 바라보면서 15코스 나머지와 16코스에 이르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어제의 좋은 휴식을 제공했던 갯바위 펜션을 뒤로하고 신 거제대교 아래의 통시 해변으로 향한다.

 

통시해변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통시 해변이 "반려 해변"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는데 개나 고양이를 입양하듯 기관이나 단체, 학교 등에서 특정 해변을 입양하여 반려 동물을 아끼듯이 해변을 아끼고 관리하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80여 개의 해변이 입양된 상태라고 한다. 매일 가꾸지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고 해변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봉사하는 사람에게도 해변을 방문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길은 다리를 통과하여 다리 옆 길로 이어진다.

 

신 거제대교 앞에서 바라본 남해 바다 풍경. 원근의 크고 작은 여러 섬들이 마치 산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호수를 보는 착각을 일으킨다.

 

다리에 마련된 인도를 따라서 신 거제대교를 넘는다. 1999년 4월에 준공했으니 20년이 넘어가는 시간이 흘렀다. 구 거제대교는 1971년 4월에 준공했으니 50살이 넘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면 바다가 더욱 시퍼렇다. 바람이 세차게 불지만, 파도는 동해 바다와 같지 않다. 바람이 아무리 세게 불어도 고요한 남해 바다는 잔잔한 물결만 찰랑거린다.

 

우리가 지나온 원평리, 장평리 풍경을 돌아본다. 지금까지는 농업과 어업을 하는 주민들의 터전이었지만, 점점 넓어지는 아파트 숲의 영역 확장 속에 점차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몇 년 후에는 예전과는 아주 다른 풍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다리 건너 거제도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하다. 20미터가 넘는 높이의 다리에서 다리 아래의 양식장을 직접 내려다보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임진왜란의 전황이 뒤바뀐 현장인 견내량이다. 임진왜란 3대 대첩, 한국사 3대 대첩으로 불리는 한산대첩의 또 다른 이름은 견내량 대첩이다. 견내량에서 정박 중이던 왜군들을 한산도 앞바다로 끌어내어 수몰시켰기 때문이다.

 

다리를 건너면 다리 끝에서 좌회전하여 공원으로 내려간다.

 

다리 끝에 조성된 작은 공원에서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간다. 길은 도로를 가로질러 수협 공장 앞으로 이어진다.

 

이 지점은 남파랑길이 거제도를 한 바퀴 돌아가는 까닭에 거제도 시작 코스인 15코스와 마지막 코스인 27코스가 중첩되는 구간이다. 15코스를 걷는 우리는 도로를 가로질러 수협 앞을 통과해서 해변으로 나아가고, 27코스는 신 거제대교 아래를 통과해서 구 거제대교 방향으로 진행한다.

 

오량 1교로 크지 않은 오량천을 건넌다. 거제시 사등면 오량리를 흘러 내려오는 하천으로 상류에는 오량 소류지가 있고 중간에는 연산군 당시 축성된 오량성도 거쳐 내려온다. 오량리라는 이름은 땅이 비옥하고 기름지다고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마을 이름답게 섬이지만 넓은 논들이 자리하고 있는 마을이다.

 

오량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마실을 나왔다. 탐욕에 눈이 먼 탐방꾼은 다리 아래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투망으로 물고기들을 한 번에 확 잡아 버리면 어떨까? 하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이제 신 거제대교와 통영을 뒤로하고 해안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27코스를 끝내면 다시 만난다. 바닷가 바로 옆에 볏짚을 둥글게 말아 놓은 베일이 놓여 있는 풍경이 신기할 따름이다.

 

서늘한 바람, 찰랑 거리는 바닷물과 함께하는 환상적인 해안선 걷기가 이어진다. 그저 "좋다!"를 연발하게 된다. 통영 어촌 마을에서 맡아야 했던 조가비줄 더미의 악취도 없다. 푸른 하늘과 바다를 온전히 느끼는 구간이다.

 

오량리 끝자락에 있는 후포항을 지난다. 바로 앞에 고개섬을 두고 있는 조용한 어촌 마을이다. 울진 후포항과는 이름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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