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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에는 "사곡해수욕장~고현터미널 도로구간 이동시 안전을 위해 대중교통(버스)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공지가 있었지만 사곡 해수욕장에 도착한 시간, 예약해 놓은 고현 터미널의 버스 시간을 가늠해 보니 고현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우리는 거제대로 국도변을 걸어야 하는 조금은 위험한 구간이기는 하지만 걸어서 터미널까지 이동하여 16코스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사곡 마을로 가는 길 중간에는 육각형 모양의 특이한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이곳이 모래실 정류장이다. 공지를 따라서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고현 터미널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우회전하여 원래의 남파랑길 코스대로 걷는다.

 

썰물 때라 그런지 멀리까지 땅이 드러난 사곡 해변을 뒤로하고 고현터미널 방향으로 이동한다. 동쪽으로 향하는 우리와는 반대로 오후의 태양은 천천히 서쪽으로 지고 있다.

 

14번 국도를 향해서 모래실길 도로를 따라 오르막길을 오른다. 길가 억새밭 아래로 석양에 물들어가는 사곡 해수욕장이 감상에 젖게 한다.

 

거제 풋살 센터를 지나 국도 인근에 이르니 남파랑길 위험 구간 안내 표시가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 길을 건너서 국도와 합류하는 교차로를 통해서 이동한다.

 

국도에서 모래실길로 내려오는 교차로로 올라가려다 보니 왜 위험 구간이니 버스 타고 가라는지 알만하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도 걸어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면 놀랄만하다. 그러나, 걷기로 했으니 교차로를 통해서 국도를 오른다. 그래도 국도에 올라와 보니 차량이 많은 국도라 해도 국도변은 걸을만했다.

 

새 거제 관광 휴게소가 있는 주유소를 지나다 보니 생전 처음 수소 충전소라는 것도 보게 된다. 거제도 최초의 수소 충전소다. 2022년 말 현재 전국에 설치된 수소충전소는 200개가 넘었다고 한다. 주유소 개수가 11,000개가 넘으니 수소 자동차는 아직도 갈길이 멀기는 하다.

 

다시 국도변 갓길을 따라서 장평리로 향하는 길에서는 수주 잔량 기준 조선업 1위 업체 삼성중공업의 조선소를 볼 수 있었다. 거제도는 국내 조선업 1위 업체인 삼성 중공업과 3위 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을 품고 있다.

 

거제대로는 거제 시청 쪽으로 우회전하여 거제도 남부로 내려가는 길과 고현 터미널을 거쳐 가덕대교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로 나뉘는데 남파랑길은 고현 터미널 방향으로 직진한다. 

 

널찍한 갓길을 따라 내려가는 길에서는 도로변에 심긴 애기 동백의 붉은 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장평동에 들어서면서 이제는 도로변을 걷는 걱정도 사라진다.

 

사기장골 소류지라는 작은 저수지를 지나 산책로를 이어서 걷는다. 저수지 위쪽이 도시 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것을 보니 몇 년 후에는 이곳도 아파트 숲으로 바뀌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산책로 끝에서 잠시 도로를 거치기도 하지만 이내 아파트 단지에 조성된 산책로를 걷는다. 아무리 기계화, 자동화가 많이 이루어진 시대에 살고 있지만 조선업은 여전히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한 노동 집약적 산업으로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산업에 비하여 고용 유발 효과가 상당하다. 그러니, 배후에 좋은 주거 공간이 공급되어야 하는 것은 산업을 위해서나 근로자를 위해서도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거제도 아파트 값이 장난이 아니다.

 

남파랑길은 때로는 아파트 단지의 산책로도 함께 한다. 아파트 단지의 담벼락을 보니 해파랑길 삼척 구간 오십천길에서 만났던 담벼락이 생각난다. 블록에 돌을 넣은 것인지 무늬만 넣은 것인지 정확히 모르니 더 이상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아파트 단지의 산책길을 걷던 남파랑길은 장평동 주민 센터 앞의 육교를 건너 장평동 길을 이어간다.

 

장평동 주민센터 인근으로는 엄청난 빌라촌이 이어진다. 큰 도로의 소음을 막아주는 방음벽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자전거로 오토바이로 버스로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분들의 일상을 알 수 없지만 조선업이 자본의 논리만의 아니라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되어 여기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삶과 도시 모두 풍족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곳의 가로수길은 다른 어떤 도시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4단 가로수길이었다. 키 큰 은행나무 아래 푸른 잎의 야자수를 심고 그 아래에는 생울타리 역할을 하는 관목을 심었다. 그리고 관목 아래에는 나머지 햇빛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여러해살이 풀을 심었으니 4단 가로수 길 맞다. 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교차로에 세워진 성탄 축하탑을 보니 지금이 12월 중순이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장평동에서 고현동으로 넘어가는 지점에 이르니 마천루 건물들이 즐비하다. 고현동이 예로부터 거제시의 교통, 행정, 상업 중심지라는 것이 맞는 모양이다. 거제 시청이 자리하고 있는 곳으로 주위로 산들이 둘러 있는 분지 형태이고 고현만이 바다와 접하고 있다.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도 고현동에 위치하고 있다. 널찍한 가로수길을 따라 터미널로 향한다.

 

길을 걷다가 시간을 보니 고속버스 출발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저녁을 먹고 버스에 승차하기로 했다. 오늘 저녁은 감자탕이었다. 집에서 혼자 집을 지키고 있다가 오래간만에 주인을 보면 징징대는 강아지를 위해서 뼈는 정성스럽게 비닐봉지에 담아서 챙겼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나오니 주위는 이미 어둑어둑 해졌다. 거제 고현 버스 터미널에서 16코스를 마무리하고 다음 여정을 기약하며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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