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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개의 산등성이와 골짜기가 있는 산 아래에 있다고 구집 마을이라는 이름을 얻은 덕포리 마을 길을 지나면 남파랑길 14코스는 창포 마을, 손덕 마을과 광덕천을 지나 통영 시내로 진입하여 죽림 해안로를 걸어 충무 도서관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길은 구집 마을 입구에서 도로를 벗어나 마을 안쪽 길로 들어간다. 높지 않은 마을길을 걷다 보면 이곳의 훌륭한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므로 빼먹지 말아야 할 구간이다.
완만한 마을 길을 걸어 마을 산 중턱에 오르면 구집 마을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동편으로 펼쳐진 바다는 통영과 거제 땅이 거대한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구집 마을 입구에 자리한 32미터의 해룡산이 마을을 단단히 지켜주고 있는 모양이다.
마을 길을 내려가다가 반가운 물건을 만났다. 얼마 전까지 우리 집에도 골동품으로 처박혀 있었던 족답 탈곡기다. 발로 밟아서 탈곡기를 돌리며 벼를 털었던 기계다. 나름 베어링이 들어간 특제품이라고 적혀 있다. 농촌에 내려와 살면서 처음에는 어렵게 구한 족답 탈곡기로 벼를 털었었다. 온 가족이 달라붙어서 벼를 털었던 추억이 있다. 힘이 조금 들어서 그렇지, 전기도 기름도 필요 없는 친환경 농기계다. 그렇지만, 지금은 일제 콤바인이 들판을 휘젓고 다니고 있고 저런 물건은 농업 박물관에 가야 만날 수 있다.
마을길에서 내려오면 잠시 해안 도로를 걷다가 창포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창포 마을은 커다란 방파제 두 개가 좌우에서 포구를 감싸고 있는 조용한 어촌 마을이었다. 통제영에 속한 창고가 있었던 포구라고 창포 마을이라 불렸다고 한다.
최근에 색칠했는지 벤치가 아기자기하고 깔끔하다. 예쁘고 방문하고 싶은 마을은 결국 마을 사람들도 스스로 아끼고 가꾸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창포 마을부터 손덕 마을까지 약 1Km 구간은 위험 구간이라는 안내가 붙어있다. 갓길이 넓지 않아 조금 위험할 수 있지만 차가 많지 않아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 차가 많은 국도는 산 뒤쪽 내륙으로 돌아서 통영 시내로 들어간다.
손덕 마을부터는 깔끔한 산책길이 이어진다.
손덕 마을 앞바다의 풍경. 이제부터는 굴양식에 사용하는 작업장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명경산(156m)과 옹돌산(60m)을 두르고 있는 손덕 마을은 마을 사람들이 유순하고 넉넉하여 손님을 잘 맞았다고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덕포 일주 도로를 따라 만들어진 해안 산책로를 걸을수록 바다에는 굴양식장들이 많아지고 통영 시내의 아파트 단지가 가까워진다.
해안을 따라 걷던 남파랑길은 광도천을 ㄷ자 형태로 건넌다.
관덕 저수지에서 흘러내려오는 광도천을 건너는 덕포교 인근으로는 광도면 수국길이 이어진다. 12월 중순에는 시든 수국 줄기만이 이곳이 수국길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초여름이면 화려한 수국들이 길을 장식하는 곳이다. 한산도에 삼도 수군 통제영을 설치한 이순신 장군은 한산도 앞바다를 수국(水國)이라 불렀는데 그것을 기리는 길인 것이다.
난간에 붙은 "바다의 땅, 통영. The Sea of Land TONGYEONG"이라는 심벌이 눈길을 끈다. 다도해 섬을 가진 도시답게 크고 작은 섬들로 통영이라는 글씨를 만들었다. 이순신 장군이 삼도 수군 통제영을 설치한 것에서 통영이라는 지명이 유래했는데, 2011년 14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는 조금씩 줄고 있고 현재는 12만 명 수준이다.
거대한 굴껍데기 더미가 이곳이 통영임을 증명하고 있다. 굴 껍데기 까기는 기계가 대체하지 못한다고 하니 저 많은 굴은 건물 안에서 사람들의 손길을 거쳐 나왔을 것이다. 굴 까는 아주머니들은 일당으로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작업량에 따라 속살 1Kg에 3천 원 정도를 받는 다고 한다.
길을 걸으며 많이 만나는 풍경 중에 하나는 조가비줄 엮는 현장이다. 조가비는 조개껍데기를 부르는 말인데 알을 빼낸 굴 껍데기의 일부는 그림처럼 구멍이 뚫려 조가비줄에 매달리게 된다. 이렇게 준비한 조가비줄은 굴이 산란을 하는 6월~8월에 바다에 대량으로 떠다니는 굴의 유생을 붙이기 위해 바다에 내려진다. 부산 가덕도에서 많이 하고 있는 채묘 작업이다. 굴의 유생을 붙이는 채묘가 완료된 조가비줄은 부표에 매달려 바다에서 2년을 키워 수확한다고 한다.
굴 채묘는 굴 껍데기보다는 가리비 껍데기가 많이 붙고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다음 작업을 위해 쌓아놓은 조가비줄 더미를 지나다 보면 그 냄새만큼은 참기가 어려웠다. 걸음이 자동으로 빨라진다는...... 굴 양식과 수확에 사용하는 다양한 장비를 구경하며 통영 시내로 들어간다.
죽림 해안로로 들어서면 해안을 따라 이어진 산책길로 걷기가 더욱 수월해진다.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간다.
굴을 대량으로 양식하다 보니 독특한 모양의 배도 있고 배에 실린 독특한 장비들도 눈에 들어온다.
이 지역은 직선의 해안선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1994년부터 1998년까지 매립으로 만들어져 지금은 2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내죽도라는 섬이 있었는데 지금은 내죽도 공원이다. 죽림동 만남의 광장에서는 주말을 맞아 바자회가 열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해안선을 따라 죽림 수산 시장과 함께 요트 투어 업체도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한때는 섬이었던 내죽도는 매립으로 지금은 공원으로 그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남파랑길 14 코스는 통영시 광도면 죽림리에서 용남면 장문리로 넘어가면서 충문 도서관 앞에서 끝난다. 죽림 지구 매립을 처음 구상했던 사람의 생각대로 시행되었다면 아마도 이 근방은 모두 육지였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죽림리 모습은 매립 계획의 50%로 축소해서 시행한 것이란다. 남해안은 끊임없이 매립의 유혹이 이어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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