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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거제도 걷기에 들어선 남파랑길 15코스는 해안선을 따라 북동쪽으로 이동하며 청포 마을, 청곡 마을, 지석 마을, 사근 마을을 거쳐 사등면사무소 앞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후포항을 지나면 해안길은 막골 안으로 들어간다.

 

막골 이후로는 해안로가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숲 속 오솔길을 통해서 청포 마을로 넘어간다.

 

12월 중순이지만 거제도는 여전히 가을 분위기가 가득하다. 마을 사람들이 오갔을 오솔길은 따스한 가을 햇살이 더해져서 최고의 산책길이었다. 싱그러운 숲냄새와 숲을 비집고 들어오는 반짝이는 햇살, 가을을 증명하듯 바닥을 뒹구는 낙엽, 오감을 깨우는 숲길이다.

 

언덕을 넘어서니 야트막한 산들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서 포근한 느낌을 전해주는 청곡리의 청포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구석 골짜기에 위치한 마을이라고 붙은 이름이란다.

 

보통 내 집, 내 땅은 소중히 가꾸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는 울타리를 치거나, 경고판을 세워 두기 마련인데 청포 마을 입구에 농장을 가지고 있는 분은 달랐다. 길 양쪽의 나무들을 정성스럽게 보살핀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작은 농막 하나 두고 농사를 짓는 분인 모양인데 주인장의 부지런함과 넓은 마음씨가 잠시 스쳐가는 나그네에게도 감동으로 다가왔다. 주인장의 마음씨를 닮았을까? 노란 은행나무 잎으로 까펫이 깔려 있고, 붉은 동백으로 환영의 인사를 해주고 있다.

 

이곳에 살면 좋겠다! 하는 말을 되뇌며 청포 마을을 빠져나가는데 꽃 양귀비를 그려놓은 벽화에 와우! 하는 탄성을 지른다.

 

조금 있으면 해가 바뀌는데 아직도 따지 않은 모과를 보니 또다시 물욕이 끓어오른다. 바닷가를 따라 이어진 청곡리 마을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예전에는 구석 골짜기 그 자체였을 청곡리 마을들은 지금은 14번 국도와 바로 연결되어 사람들이 눈독을 들이는 동네가 된 모양이다. 곳곳에 새로 지은 집들이 많다. 지금은 말끔해 보이지만 이곳은 장마만 되면 상습 침수 지역이었다고 한다. 최근에 방조제와 유수지, 펌프 시설 등의 공사가 끝난 모양이다. 도로도 방조제도 새것이었다. 마을 앞 쉼터에서 신발도 벗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마을 앞에서 길은 청곡 교회를 가로질러가야 한다. 좁은 골목길을 오르면 작은 시골 교회를 지나서 과수원을 가로지르게 된다.

 

이번에도 마을 사이를 연결하는 해안로가 없기 때문에 미안하지만 작은 시골 교회 앞을 조심스럽게 지나서 과수원 옆으로 이어지는 동네 야산길을 통해서 청곡 마을을 이동한다.

 

과수원은 유자밭이었다. 가까이에서 유자나무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가끔씩은 주인이 따지 않은 노란 유자가 눈길을 주지만 필자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탱자나무와 같은 거대한 가시들이었다. 귤나무와 유자나무는 운향과 귤 속이고 생울타리로 심는 탱자나무는 운향과 탱자 속이다. 거제도는 고흥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유자의 주생산지 중의 하나다.

 

유자밭을 따라 이어지는 야산길, 유자밭에 떨구어진 유자들에 자꾸 눈길이 머문다. 주인장은 버리는 모양인데 저 향기로운 것들을 배낭에 품어가? 말어? 하는 유혹을 이겨내야 했다.

 

야산길을 빠져나와 마을길과 만나는 지점에는 푸른 대나무들이 흔들흔들 인사를 건넨다. "잘 참았어!"ㅎㅎ

 

청곡리 마을길에 들어선 남파랑길은 들길을 가로질러 사등 실내 체육관으로 향한다.

 

넘치는 물욕은 농부가 방치한 감나무에서도 시선을 떼지 못한다. 머리와 시선은 감을 향해 있지만 그저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는 두 다리 덕택에 욕심에서 벗어나지 않는가 싶기도 하다. 물욕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나무가 한 해 동안 열심히 일해서 만든 산출물이니 사람의 이목을 끌 만큼 아름다운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멀리 사등 축구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사등 체육관을 지난 남파랑길은 지석리로 접어들어 지석리 해안으로 나간다. 지석리라는 마을 이름은 청동기 시대 무덤인 고인돌이 있었던 곳이라고 붙은 이름으로 고인돌을 지석묘라고도 부른다.

 

지석리 해변으로는 맑은 남해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는 데크길이 놓여 있다. 바로 앞으로는 수도라는 섬이고 바다 건너편은 우리가 걸어왔던 경남 고성 땅이다.

 

좁은 해안 도로 대신에 걷는 데크길은 잔잔한 남해 바다를 제대로 감상하며 걷게 한다. 데크길 끝에 서니 정오 태양은 서서히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지석리 해변을 걸었던 데크길은 성포리 마을길을 통해 사등 초등학교 앞을 지난다.

 

사등 초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저것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에 한참을 바라보았다. 정체를 알고 보니 남부 지방에서 주로 자라는 멀구슬나무라고 한다. 목고실, 고롱굴나무라고도 부르는데 봄에는 하얀색의 예쁜 꽃을 피우고 가을 열매를 맺는데 잎을 모두 떨군 다음에는 그림처럼 열매만이 장식처럼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겨울 여행이어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인 것이다. 열매는 독성이 있다고 한다. 위쪽 지역에서만 살았으니 따뜻한 남부 지방에서 자라 겨울이면 빨간 열매를 뽐내는 먼나무도 하얀 구슬을 달고 있는 멀구슬나무도 모르는 게 어찌 보면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앞을 지나면서 일제 강점기에 세워져 9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사등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어린 시절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운동장이 작아서 50미터 달리기도 대각선으로 뛰어야 가능했던 학교였다. 그것도 한때는 오전반, 오후반이 있었다. 그런데 이 학교는 학교 주위를 솔숲이 감싸고 있고 무엇보다 학교 바로 뒤가 전용 해변이었다. 아이들이 졸리고 지루할 때면 선생님과 함께 바다에 나가는 상상을 하다 보니 그저 부러움만 가득한 시간이다.ㅠㅠ

 

성포리 사근 마을을 지나 해안으로 들어간다. 아담한 사근 마을 포구를 뒤로하고 해안길을 이어간다.

 

이곳부터는 다시 해안으로 성포 해안 데크길이 이어진다. 데크길에는 주말을 맞아서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인증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피해 우리는 성포로 도로를 따라서 이동했다.

 

석양과 유자를 홍보하는 사등면의 상징탑을 지나 성포로를 걷다 보면 성포 해안 데크길 끝자락과 다시 만난다. 사등이라는 이름은 거제도 다른 지역에 비해서 모래가 많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노루섬, 멍애섬이 보이는 사등면사무소 앞의 해변에서 16코스를 마무리하고 17코스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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