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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둔 터미널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 13코스는 회화면 해안길을 걸어 당항만을 가로막고 있는 마동호 둑길을 건너 동해면으로 진입한다.
배둔 터미널이 위치한 곳은 가례 마을 남쪽의 농경지는 일제 강점기에 이루어진 간척 사업으로 조성된 공간이라고 한다. 터미널 앞에서 농로를 통해서 들판을 가로질러간다.
농로를 걷던 길은 구만천 강둑을 올라 길을 이어간다. 국천이리고도 불렸던 구만천은 고성군 산지에서 발원하여 구만면을 가로질러 당항만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구만면이라는 이름은 높은 산이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어 굴 안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구만천을 따라 걷는 남파랑길은 회화면 체육공원을 지난다.
회화면 배둔리와 마암면 화산리를 이어주는 배화교 위에도 고성군의 상징인 공룡이 들어서 있다. 몸집이 가장 큰 초식 공룡 중의 하나인 스테고사우루스를 표현한 듯하다. 멀리서 바라보면 공룡 나라에 들어온 기분이 들 정도다.
구만천과 마암천이 만나서 당항만으로 빠져나가는 강 하구는 아침의 고요함 그 자체다. 거북선 가로등이 서있는 평화로운 강변길을 따라 강 하구로 내려간다. 멀리 강 위로 조성된 당항만 둘레길 해상보도교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당항만 둘레길 해상보도교에 도착했다. 150미터 다리 중간에는 거북선 조형물을 얹어 놓았다.
다리 앞에서 바라본 당항포 앞바다의 모습은 옅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잔잔한 호수와도 같다.
해상보도교 다리 중앙에 있는 거북선 조형물은 디테일이 살아 있는 작품이었다.
억새가 가을 정취를 한껏 올려 주는 당항만로 도로를 따라서 마동호를 향해 길을 이어간다.
바다 건너편으로는 어제저녁 조명을 받으며 걸었던 회화면 당항리의 당항만 둘레길의 데크길도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남파랑길 12코스로 걸어왔던 당항만의 모습은 산으로 둘러 쌓인 그저 잔잔한 호수 그 자체다. 동해면의 한 공장에서 뿜고 있는 하얀 증기가 없다면 어떤 움직임도 없는 고요한 호수다. 그 누가 이 모습을 보고 바다라 할 수 있을까?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서 1962년에 만들었다는 마동호 제방을 지난다. 마암면과 동해면 사이의 바다에 834미터의 제방을 쌓아 만든 인공호수이다. 두 면의 이름을 따서 마동호라고 이름한 모양이다. 지금은 마동호 국가 습지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체계적인 관리를 받고 있다.
마동호 제방 위에서는 강태공들이 낚시에 여념이 없다.
마동호는 수문을 열어놓은 상태로 보아 아직은 본격적인 담수호로서의 역할은 하지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주변 정비를 통해서 수질을 개선하고 농업용수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인 모양인데 가장 큰 문제는 유입되는 물의 양이 많지 않은 지리적 여건이었다. 그래도 오염원이 많지 않다면 농업용수 부족을 겪는 지역민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겠다 싶다.
마동호 제방을 건너면 한창 공사 중인 동해로 도로를 따라서 동해면 서쪽 끝자락 길을 걷는다.
마동호 옆을 따라 동해로 도로를 걷는 구간은 도로도 좁은데 커다란 트럭들이 오가는 걷기에는 조금 위험한 곳이므로 주의를 기울여 걸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남파랑길은 도로를 벗어나 내곡리 마을 안쪽으로 길을 잡는다.
추수를 끝낸 논길을 따라서 내곡리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멧돼지나 고라니까지 동물들이 논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전기 목책기를 설치한 것이 인상적이다. 고구마나 옥수수만 피해를 입힌다고 생각했는데 멧돼지가 벼도 좋아한다고 한다. 요즘은 드론과 열화상 카메라로 멧돼지를 잡으니 얼마가지 않아 멧돼지 포획 금지령이 내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산지가 있는 지역에서는 멧돼지로 인한 피해는 여전한 모양이다.
이곳은 아직 밭에 푸릇푸릇함이 살아 있다. 푸릇푸릇함을 넘어서 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금치 밭에 초록의 향연이 흘러넘친다. 살짝 데쳐서 참기름과 약한 간으로 무친 시금치나물을 상상하니 입속에 군침이 고인다.
내곡리 마을 중심을 지나면서 잠시 버스 정류장에 앉아 목을 축인다. 휴식처가 마땅치 않은 시골길을 걸을 때면 가끔씩 만나는 버스 정류장은 최고의 휴식처다. 이곳 사람들의 사는 방식을 구경하며 걷는 마을길 걷기도 나쁘지 않지만, 이곳에 사는 마을 분들에게 우리의 걸음이 피해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래의 남파랑길은 내곡리를 벗어나면 다시 외곡리 마을길을 걷는데 우리는 외곡리로 좌회전하는 것을 놓치고 그만 큰길과 만나는 한내 삼거리까지 나오고 말았다.
큰 길가에 세워진 외곡리 표지석이 우리가 길을 잘못 들었음을 제대로 지적해 준다. 우리는 77번 국도 거류로 도로를 따라서 직선으로 남쪽으로 향하기로 했다. 어차피 남파랑길은 거류 119 안전 센터에서 이 길로 나온다. 큰 도로이기는 하지만 갓길이 넓어서 걷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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