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리 가는 도로 위를 구름다리로 건너서 황성개비산, 재구남봉, 망일봉을 거쳐서 목은 이색 기념관에 닿으면 오늘 여정의 고비인 산행은 끝나게 된다. 이후로는 도로를 따라서 평탄한 길을 걷는다. 구름다리가 없었다면 사진리 가는 도로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했을 텐데 지침 몸 상태에서는 구름다리가 고맙다. 구름다리가 도로 위로 상당한 높이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아찔한 편이다. 구름다리에서 바라본 영해 읍내 방향과 사진리 해안의 전경이다. 사진리라는 이름이 독특한데 그 유래를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사진과는 연관이 없고 포구가 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태양광 전지판을 붙인 LED 안내판도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소나무의 솔방울을 달고 있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목은 이색 산책로가 시작..
축산항에서 뼈해장국으로 아주 든든하게 점심을 챙긴 우리는 해파랑길 22코스를 이어서 걷는다. 22코스는 축산항 뒤편의 와우산을 넘어서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봉화산과 망월봉을 지나며 산 능선을 따라 황성개비산, 재구남봉, 일월봉을 지나 목은 이색 기념관에서 도착하면서 산행을 끝낸다. 22코스의 나머지 절반은 평지와 해안길을 걷는다. 대진항과 대진 해수욕장을 거쳐서 고래불 해수욕장에 도착한다. 22코스는 본격적인 산행이 필요한 지역이므로 충분한 물과 간식, 그리고 스틱을 꼭 챙겨갈 것을 추천한다. 물론 우리처럼 두 코스를 이어서 걷는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어려운 코스라고 엄살떨 일도 아니지만 두 코스를 이어서 걷다 보니 저질 체력은 스틱의 부재가 상당히 아쉬웠다. 끝내는 산중에서 죽은 나뭇가지를 하나..
말미산 숲길을 지나면 죽도산을 거쳐서 축산항에 도착한다. 높지 않은 죽도산을 오르면 주변의 탁 트인 경관을 보고 축산항으로 내려올 수 있다. 말미산 숲길을 걷다 보니 나무 사이로 바위 해변도 멀리 죽도산도 눈에 들어온다. 바위들 사이로 작은 모래밭을 가진 해변은 맑은 물로 그 아름다움의 정점을 찍는다. 죽도산이 팔 뻗으면 닿을 듯할 정도로 보이는 지점부터는 바위를 타고 넘어야 한다. 길은 조금 험하지만 그만큼 최고의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바위길을 걷다가 잠시 바위 절벽 아래 해변가 아주 작은 모래밭을 지날 때는 자연의 위압감과 생경스러운 풍경에 당황스러울 뿐이다. 억겁의 세월을 새겨놓은 퇴적암 절벽 위에서는 어떻게 나무가 뿌리를 내렸을까 싶을 위치까지 소나무가 꿋꿋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로지 ..
경정 3리 오매항을 지나서 언덕을 넘어가면 경정 해수욕장과 경정항, 경정 2리 방파제를 지나서 말미산 숲길로 들어간다. 아직 축산항은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블루로드 C코스 표지판이 등장했다. 파도가 거칠지 않으면 오르락내리락할 것 없이 안내판 대로 해안으로 돌아서 가면 문제 될 것이 없다. 파도가 거칠다면 우회하지 않는 게 맞을 것이다. 목은 사색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블루로드 C코스는 축산항부터 고래불 해수욕장에 이르는 경로다. 해안을 바위 지대를 돌아가는 우회로는 얕은 물의 넓은 암석지대로 푹푹 빠지는 모래도 아니고, 물이 첨벙거리는 것도 아니어서 걸어서 지나기에 무리는 없다. 멀리 경정항의 좌우 등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물이 많을 때를 대비해서 돌다리를 만들어 놓기도 했으니 우회로를 통과하는..
부산부터 강원도 고성까지 동해안을 따라 걷는 해파랑길을 시작하려 한다. 우선은 스탬프 북을 다운로드하였다. 사단법인 한국의 길과 문화(https://tnc.or.kr/)에서 PDF 파일 형태로 받을 수 있는데 잘 재단해서 수첩 형태로 가지고 다녀도 좋고 필자의 경우에는 각 여정에 대한 기본적인 안내를 받고 실제 여행 과정에서 아주 작은 이벤트나 기념품처럼 도장을 찍기 위해서 스탬프 북을 확보했다. 지리산 둘레길도, 제주 올레길도 코스마다 도장 찍는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단체에서 스탬프북을 아주 잘 만들어 놓았다. 다음 작업은 여행의 사전 조사를 위해서 지도를 확보하는 작업으로 검색 엔진에 "해파랑길"과 KML이나 GPX로 검색하면 꽤 많은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의 경우는 구글 지도를 활용했는데..
노물리에서 석동리를 거쳐서 오매항과 경정 3리에 이르는 길은 해안 산책로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걷는 길이다. 아주 급한 경사는 아니지만 오르락내리락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체력 소모가 큰 편이다. 노물리와 석동마을 사이의 산책길이 공사 중이라 잠시 도로변 길을 걸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해안 초소 길을 만난다. 문제는 해안 초소 길이 도로 바로 옆이라 우리는 자연스레 다시 해안 초소 길로 진입했지만 이 구간 조차도 공사 중인 구간이었던 것이다. 길을 얼마 가지 않아 위험이라는 테이프로 길을 완전히 막아 놓은 것이었다. 다행히 차단된 길 근처에서 한참 데크 공사 중이신 분들이 계셨다. 도무지 우회로가 보이지 않아서 큰 소리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냐고 물으니 손짓하며 공사 중인 곳으로 들어 오란다. 왜..
큰 여울이 있어서 대탄리라 이름 붙었다는 대탄리를 지난다. 대탄리에는 아담한 대탄 해수욕장도 있다. 몽돌과 모래가 섞인 간이 해수욕장이지만 조용하고 맑은 물이 매력적인 곳이다. 갈매기와 귀여운 영덕 대게 캐릭터로 장식한 난간에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을 머금고 길을 이어간다. 대탄 해수욕장과 오보 해수욕장을 지나 노물항 까지는 도로변 길을 걷는다. 아담한 오보리 해수욕장과 방파제가 눈에 들어온다. 정말 조용하고 아담한 동네다. 오보리에서 만난 해녀의 모습. 이른 아침부터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고 하루를 시작하시는 모습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풍경의 일부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여전히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 아침이라면 뜨끈한 방바닥에 등짝을 비비며 이불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으셨을 터인데, 부지런한 노구의 몸..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20코스까지는 KTX로 대도시까지 이동하고 시내버스로 시작 지점까지 이동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번 여행부터는 승용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시내버스를 제외하고도 복잡하고 긴 시간의 이동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영덕 터미널 인근에 있는 덕곡천변에 차를 세워두고 영덕 터미널로 이동하여 시내버스를 이용해서 해파랑길 21코스의 시작점인 해맞이 공원으로 가는 방법이다. 25코스 및 26코스 일부까지 걷는 여정이 모두 끝나면 울진 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영덕 터미널로 다시 내려와 덕곡천변에 세워둔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른 아침 영덕 터미널 주위는 고요 그 자체다. 영덕 읍내를 흐르다 오십천에 합류하는 덕곡천에서는 시화전을 비롯해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버스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이번 여행은 영덕에서 울진까지 3박 4일 동안 5개의 코스를 걷는 계획이다. 입춘이 지났지만 여전히 냉기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25코스까지 걸으면 총 50코스까지 있는 해파랑길의 딱 절반을 걷는 것이다. 부산, 울산, 포항까지는 KTX로 이동하여 해파랑길 걷기를 했지만 이제 영덕 이후에는 이동이 쉽지가 않다. 버스 이동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버스 이동을 하더라도 시간만 맞다면 문제가 아닌데 주어진 시간에서 많은 거리를 걷고자 하는 마음만큼 시간이 잘 맞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번 여행부터는 자동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출발지에 차를 놓고 목표지점까지 걸은 다음 버스를 이용해서 출발지로 돌아온 다음 집으로 복귀하거나, 목표 지점에 차를 세워두고 버스를 이용해서 출발지까지 이동하여 걷기를 시작한다. 목표지에..
이제 이번 여행의 마지막 여정인 영덕 해맞이 공원을 향해서 걷는다. 정크 앤 트릭아트 전시관을 떠나면 영덕 조각 공원을 거쳐서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가 창포말 등대 방향으로 이동한다. 이전의 해파랑길은 창포리로 돌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의 블루로드는 창포말 등대로 바로 인도한다. 창포말 등대에서 조금 더 이동하여 영덕 해맞이 공원에 이번 여정을 끝낸다. 공원 앞에 도로에서 영덕 시내버스를 타고 강구역으로 이동하여 포항역을 거쳐 집으로 돌아간다. 정크 앤 트릭아트 전시관을 지나면 인근에 영덕 해맞이 예술관을 만날 수 있다. 목공예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주변에 잘 정비된 공원이 있으므로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잠시 쉬어 가도 좋을 것이다. 도로변 데크에 설치된 대게를 소재로 한 독특..
산림 생태 공원 입구를 떠난 해파랑길 20코스는 이제 풍력 발전기를 바라보며, 그리고 뒤로 두면서 걸어가는 길이다. 영덕 산림 생태 공원을 지나 정크 앤 트릭아트 전시관에 도착한다. 전시관 길 건너로는 영덕군 해맞이 캠핑장이 위치하고 있다. 우리가 남은 도시락을 먹으면서 푹 쉬었던 정자가 위치한 곳은 산림 생태 공원 입구이다. 남은 거리는 5.1 Km 정도다. 시간 계산을 해보니 영덕 해맞이 공원에서 강구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14:40 또는 15:40 버스가 그 후보였다. 원래의 해파랑길이라면 헬기장에서 창포리로 돌아서 가야 하지만 도로를 따라서 직진하여 창포말 등대로 가기로 했다. 산허리를 돌아가는 임도를 따라서 길을 이어간다. 평탄한 임도를 걷는 것이 조금은 지루할 수 있지만 걷기에 부담 없으니..
고불봉에서 영덕의 탁 뜨인 전경을 감상한 다음에는 일단 고불봉을 내려간다. 고도를 급격히 낮추며 내려간다. 영덕 터미널 인근의 우곡리에서 산을 넘어 바닷가 하저리로 이어지는 하저로를 따라가다가 영덕군 환경 자원 관리 센터 방면으로 좌회전하는데 이전의 해파랑길 20코스는 자원 관리 센터 앞을 지나 임도로 들어섰다면 지금은 센터 입구 길에서 바로 산으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산길을 걷다 보면 자원 관리 센터 지나는 임도와 다시 만나고 그 이후부터 널찍한 임도를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생태 공원 입구의 쉼터까지 길을 이어간다. 고불봉(高不峯, 235m)이라는 이름은 "높지 않은 봉우리" 의미이지만 주변의 고만고만한 봉우리 중에서는 으뜸이라 이곳에 보는 전망은 최고라고 할만하다. 1638년 유배를 온 ..
봉화산을 지난 해파랑길 20코스는 번영길 구름다리를 지나서 고불봉에 이른다. 봉화산을 떠난 해파랑길은 봉화산 자락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번영길을 구름다리를 통해서 통과한다. 번영길은 서쪽 오십천 강변의 금호리에서 동쪽 동해 바닷가의 금진리까지 산을 횡단한다. 트레킹 경로에서 이런 구조물을 만나는 것은 나름 색다른 재미를 더해준다. 번영길 구름다리를 지나면 다시 오르막으로 길을 이어간다. 평일의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드문 드문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을 만난다. 이른 시간 운동하는 부부도 있었고 한 무리의 모임 분들도 있었다. 영덕 블루로드 산길이 좋았던 것은 좋은 숲도 있었지만 지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인사를 건네주는 모습이었다. 어디서 출발하셨냐고 물어보며 밝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영덕에 대..
해파랑길 20코스는 해안길 없이 온전히 산길로만 걷는 여정이다. 영덕군민들에게 사랑받는 강구-봉화산-고불봉으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를 걷는다. 지난밤 강구 터미널에 위치한 숙소에서 편안한 밤을 보내고 조금 이른 시간에 일정을 시작한다. 20코스 목적지인 영덕 해맞이 공원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강구로 돌아오는 여정과 강구에서 다시 포항으로 기차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 여정이 있으므로 할 수 있는 한 오늘의 일정을 이른 시간에 끝내기 위함이다. 해파랑길 20코스는 크지 않은 다리인 강구교를 통해서 영덕 블루로드와 길을 함께 한다. 많이 낡아 보이는 강구교는 일제강점기인 1937에 놓인 다리로 2023년까지 다시 놓인 다고 한다. 강구교에서 바라본 강구항 방면의 모습이다. 붉게 물들어 가는 여명의 기운이 겨울의..
삼사 해상공원의 이북도민 망향탑에 도착한 해파랑길 19코스는 해상공원 나머지를 둘러보고 오포리를 거쳐서 19코스의 종점인 강구교에 도착한다. "바다의 빛"이라는 조형물. 동해에 뜨는 태양과 파도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2022년 임인년을 맞아 경북대종각 계단을 호랑이 그림으로 장식해 놓았다. 영덕의 대표적인 해맞이 명소답게 매년 해당하는 띠에 맞게 계단 그림을 바꾸는 모양이다. 경북 대종 인근의 연못 주위로는 수많은 바위로 장식을 해놓았다. 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원 주위의 다양한 돌을 감상하는 것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를 수도 있다. 매화 공작 꽃무늬가 있는 20톤짜리 돌도 있다. 이름하여 천하제일 화문석이라고 한다. 경북 대종 우측길로 공원 정상에 오르면 산아래로 강구항과 길게 뻗어 나온 강구 방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