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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여울이 있어서 대탄리라 이름 붙었다는 대탄리를 지난다.

 

대탄리에는 아담한 대탄 해수욕장도 있다. 몽돌과 모래가 섞인 간이 해수욕장이지만 조용하고 맑은 물이 매력적인 곳이다.

 

 

갈매기와 귀여운 영덕 대게 캐릭터로 장식한 난간에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을 머금고 길을 이어간다.

 

대탄 해수욕장과 오보 해수욕장을 지나 노물항 까지는 도로변 길을 걷는다.

 

아담한 오보리 해수욕장과 방파제가 눈에 들어온다. 정말 조용하고 아담한 동네다.

 

오보리에서 만난 해녀의 모습. 이른 아침부터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고 하루를 시작하시는 모습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풍경의 일부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여전히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 아침이라면 뜨끈한 방바닥에 등짝을 비비며 이불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으셨을 터인데, 부지런한 노구의 몸이지만 차가운 동해를 휘저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저분의 가슴으로부터 청년의 열정이 전해져 온다.

 

조그마한 오보 해수욕장은 평화롭기만 하다. 마을 입구에 있는 바위가 까마귀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오보리라고 불렸는데 지금은 강구와 영덕으로 편입되었지만 예전에는 오보면도 있었다.

 

기다란 노물리 방파제가 깊숙하게 항구를 지켜주고 있는 노물항이 눈에 들어온다.

 

노물리부터는 지도에서처럼 도로변을 벗어나 다시 해안길을 걷는다.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을 만난 곳이기도 하다.

 

이전 해파랑길이라면 도로변 마을길로 진입했겠지만 지금은 위의 그림처럼 데크 산책로를 통해서 노물항으로 들어갈 수 있다.

 

새벽 조업을 끝내고 노물항으로 들어오는 어선의 모습에서 고단한 노동의 피곤함과 함께 이제는 쉴 수 있구나 하는 후련함이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편다.

 

우리가 걸어온 노물리 언덕길, 이전 해파랑길 경로였던 노물리 버스 정류장,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노물리 해안 초소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 뒤로 재미있는 고양이 그림과 꽃 벽화가 눈길을 끈다.

 

노물항에서 처음 만난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데, 활발한 어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어항에서는 선장과 어항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 나름의 요령이 있었다. 어항에서 기다리시는 분들은 배에서 물건을 받기 위해 장화며 장갑이며 나름의 복장과 함께 불을 피우며 몸을 녹이고 있었다. 방파제를 지나 항구로 들어온 배는 아! 아! 하며 마이크를 켜고는 커다란 목소리로 배에서 이것저것 작업 지시를 하는 것이었다. 엄청난 첨단 기술은 아니지만 가장 밑바닥의 1차 산업으로도 기술은 스며들게 마련임을 느낀다.

 

젊은 여성들이 손을 잡고 원형으로 돌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던 월월이청청이 남아 있는 곳이 이곳 노물리라고 한다. 강강술래와 비슷한데 1930년대 중단되었다가 복원되었다고 한다. 문화가 이어지는 마을은 나름이 깊이가 있음은 분명하다. 이곳에 사는 분들도 자랑스럽지 않을까?

 

월월이청청은 단순히 손잡고 빙빙 도는 것이 아니라 벽화에서 표현하는 동애 따기를 비롯해서 달넘세, 절구세, 대문열기, 산지띠기 등 다양한 놀이가 연결된다고 한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했는데 이것을 전승하고 있다는 영덕여고 학생들 사이에서 흐드러지게 뛰어다녀야 월월이청청이 피부에 와닿지 않을까 싶다.

 

노물항 끝자락에서 노물리 초소 해안길로 진입한다. 예전에 해안 경비를 담당하던 군인들 대신에 전자 장비들이 그 자리를 물려받고 그 덕택에 군인들이 초소로 다니던 길이 걷기족의 안방이 된 것이다. 아주 거친 것은 아니지만 그저 평범한 길은 아니다.

 

초소 해안길에서 바라본 노물항의 모습이 그림이다. 미세 먼지가 시야를 조금 가리기는 하지만 멀리 해맞이 공원 위에 있는 풍력 발전기들도 눈에 들어온다.

 

절벽 같은 해안선 자락을 따라 잘 정비된 길을 따라간다.

 

돌계단 아래 한 겨울에 존재감을 뽐내는 들풀이 생경스럽기도 하고, 이제는 봄이 오려나 보다 하는 설렘도 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초소 해안길은 이런 길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없는 이들에게 계속해서 잽을 날린다. 어렵지 않다는 생각으로 무심히 잽을 맞으며 걷다 보면 이내 저질 체력은 여정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여행 막바지의 피곤을 이겨내야 한다.

 

누군가 이름을 붙여 놓았을 법한 바위를 만났다. 주름 가득한 해녀 할머니 얼굴 같기도 하다.

 

데크길이 없었다면? 하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아슬아슬한 해안길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만난 데크길 공사 현장. 군을 제대한 지가 언제인데 갑자기 유격 훈련을 다시 하게 되었다. 이렇게 경사 급한 길을 어떻게 올라가라고! 하는 허탈함도 있었지만 밧줄을 매어 놓아 준 것만도 감사할 뿐이었다. 체력 소모는 둘째로 하고 이런 경험을 어디서 해볼 수 있는가? 하는 감탄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람이 만든 데크길은 낡기 마련이고, 때로는 강한 파도에 망가지기도 했을 것이다. 나의 걷기 여정에 공사 현장을 만나 조금은 억지스러운 우회로를 가야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보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공사 현장을 만나 우회하는 길에서는 주말을 맞아 아빠들과 아들들이 사이클을 타고 있는 한 무리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가 숲길에서 도로로 막 나왔을 때는 그룹에서 마지막으로 달려가는 부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오르막을 페달로 오를 힘이 아직 부족한 아들의 사이클을 손으로 밀어주며 동시에 자신의 사이클을 붙잡고 뛰는 아빠의 모습을 보니 한참 성장기에 있던 아이들을 키우던 때가 그립기도 했다. 갈등도 많고 늘 잔소리를 퍼부어대며 긴장 속에 있었지만 그때만큼 아이들과 좋았던 때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

 

내리막 도로를 쏜살같이 내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위험한데, 분명 재들 엄마들은 반대했을 거야!" 하며 옆지기와 우리의 아이들을 키우던 때를 추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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