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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물리에서 석동리를 거쳐서 오매항과 경정 3리에 이르는 길은 해안 산책로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걷는 길이다. 아주 급한 경사는 아니지만 오르락내리락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체력 소모가 큰 편이다.
노물리와 석동마을 사이의 산책길이 공사 중이라 잠시 도로변 길을 걸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해안 초소 길을 만난다. 문제는 해안 초소 길이 도로 바로 옆이라 우리는 자연스레 다시 해안 초소 길로 진입했지만 이 구간 조차도 공사 중인 구간이었던 것이다. 길을 얼마 가지 않아 위험이라는 테이프로 길을 완전히 막아 놓은 것이었다. 다행히 차단된 길 근처에서 한참 데크 공사 중이신 분들이 계셨다. 도무지 우회로가 보이지 않아서 큰 소리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냐고 물으니 손짓하며 공사 중인 곳으로 들어 오란다. 왜 그러지!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위험 테이프를 지나서 손짓하시던 분을 향해서 걸어갔다. 그분 말인즉 "개통식입니다!" 라며 지금 완성을 향해 공사 중이던 데크 계단을 그냥 지나가라는 것이었다. 조금은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그분 말씀대로 높이가 상당한 데크 계단을 오르고 나니, 데크길이 아니었다면 한참을 애먹었을 경사도가 심한 바윗길이었다. 짜증 내며 돌아가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상황인데 한참 작업 중인 곳을 지나가게 해 주었으니 참 고마웠다.
고양이 한 마리가 일광욕을 즐기다가 인기척에 놀랐는지 잔뜩 움츠렸다가 이내 사라져 버린다. 해파랑길 걷기를 하다 보면 도시에서도 숲이나 해변에서도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고양이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고양이 나름의 습성이라고 한다. 일광욕을 즐기면서 체온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비축하고, 비타민D를 만들고, 진드기를 제거하며 심리적 안정을 찾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뒤돌아보니 해안은 완전히 바위 절벽이다. 해맞이 공원부터 저런 길을 길어 왔다 생각하니 와우!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아주 조금씩 평탄한 길도 있지만 해안 초소 길은 아찔한 절벽 바로 위로 이어간다.
석동마을 근처에서 길은 고도를 높여 마을길을 통해 작은 고개를 넘어야 한다. 고갯 머리에서 내려다본 석동항의 모습이다.
아담한 어항을 가진 석리는 마을 이름 그대로 돌이 많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최근에 정비를 끝냈는지 깔끔하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경사도가 심한 곳에 집들이 들어서 있었지만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서 그런지 왠지 푸근한 느낌이 드는 마을이었다.
깔끔하게 정비된 마을 앞 해안에서 신발을 벗고 한참을 쉬어간다. 쉬어가기 좋은 명당자리다. 자리가 좋아서 그런지 차박하며 낚시하는 사람들도 여러 팀이 있었다. 마을 앞바다에서 어선 두척이 나란히 움직이며 조업을 하는 모습은 동화의 한 장면 같았다.
석리 마을 끝자락에 있는 계단을 올라 다시 해안 초소 길을 걸으면 경정 3리에 닿을 수 있다.
계단 위에서 바라본 석리 마을 전경이다. 경사가 심하기는 하지만 아담한 어항과 잘 정비된 해안, 병풍처럼 두른 산을 배경으로 가진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경사가 심한 만큼 모든 집이 뷰 맛집이겠다 싶었다.
해안 바위 무더기 너머 한참 뒤로 21코스의 목적지인 축산항의 죽도산과 전망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직 까마득하다.
해안 바위 위에 설치된 전망 최고의 벤치들. 이 코스는 쉬엄쉬엄 아주 천천히 가야 하는 코스다.
해안 초소가 있던 자리를 해파랑 쉼터와 포토존으로 만들어 놓았다. 군인 아저씨와 한컷 찍고 가는 곳이다. 원래 해파랑길 21코스에는 30여 개의 해안 초소가 있었다고 한다. 2015년 노후된 해안 초소와 해안 쓰레기를 정리하는 작업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편하게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이다.
길은 계속 바위 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조금씩 전진해 간다. 계단이 많다 보니 저질 체력의 무릎은 조금씩 신호를 보내오기 시작한다.
만약 이 길에 중간중간 데크 계단이 없고 안전 가이드가 없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면 정말 아찔하다. 데크와 안전 가이드 덕분에 어렵지 않은 길이다 느끼지만 결코 만만한 길은 아니다.
푸른 대게의 길이라는 이름이 있는 영덕 블루로드 B코스와 해파랑길 21코스는 형제와 같은 길이다.
자갈을 밟으면서 경정 3리에 들어선다. 독특한 풍경이다. 마을 중간에 오매 향나무가 임금처럼 앉아 있고 해안의 갯바위들은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신하들의 모습 같다.
오매는 향나무의 종류가 아니라 경정 3리의 옛 마을 이름이다. 수령이 500백 년이 넘는 도 보호수이다. 향나무는 우리 조상들로부터 사랑받아온 나무 중에 하나로 정원을 조경한다 싶으면 빼놓지 않는 나무가 바로 향나무다. 울릉도에는 2,500년 넘는 수령의 향나무도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향나무라고 한다. 어릴 적 기억 속의 향나무는 뾰족한 가시 같은 잎을 가진 나무였는데 실상, 향나무가 7~8년이 지나면 편백나무와 같은 부드러운 잎이 나온다고 한다. 벼도 익으면 머리를 숙이고 향나무도 나이가 들면 부드러워지는데 과연 나는 나이가 들어서 잘 익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전봇대와 전선이 향나무를 괴롭히고 있는 모습이 과연 보호수의 대접을 받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작은 둔덕을 점령하고 있는 향나무 군락은 5백 살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까이 가서 보니 잎은 싱싱한 청년이었다.
경정 3리 어항과 작은 모래사장을 지나서 경정항을 향해 길을 이어간다. 멀리 경정항 방파제의 등대가 눈에 들어온다. 경정 3리의 마을길 끝에서 모래 해안을 가로질러 언덕을 넘으면 경정 해수욕장에 닿는다.
언덕을 넘기 전에 만난 아주 작은 몽돌 해안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바위가 많아서 수영은 조금 그렇지만 발 담그고 물놀이 하기에는 참 좋은 장소가 아닌가 싶다.
언덕 위에서 바라본 경정 3리의 전경이다. 방파제와 해안 바위들, 모래사장이 어우러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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