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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을 걸으면서 20코스까지는 KTX로 대도시까지 이동하고 시내버스로 시작 지점까지 이동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번 여행부터는 승용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시내버스를 제외하고도 복잡하고 긴 시간의 이동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영덕 터미널 인근에 있는 덕곡천변에 차를 세워두고 영덕 터미널로 이동하여 시내버스를 이용해서 해파랑길 21코스의 시작점인 해맞이 공원으로 가는 방법이다. 25코스 및 26코스 일부까지 걷는 여정이 모두 끝나면 울진 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영덕 터미널로 다시 내려와 덕곡천변에 세워둔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른 아침 영덕 터미널 주위는 고요 그 자체다. 영덕 읍내를 흐르다 오십천에 합류하는 덕곡천에서는 시화전을 비롯해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버스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타기는 하지만, 시내버스를 타는 것이므로 승차권을 구매할 필요는 없다. 시골 버스이기는 하지만 "두 명이요!" 하면서 교통카드를 대면 저렴하고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버스 터미널 대합실에 새가 집을 지어 놓았다. 콘크리트 구조물에 열심히 진흙을 물어다 집을 지어놓은 새의 정성이 그려지며 마음이 푸근해진다. 

 

우리를 해맞이 공원으로 데려다 줄 7:30 첫차다. 통상은 영덕에서 강구역을 거쳐서 축산까지 가는 버스인데 첫차만 축산으로 가지 않고 중간에 삼계로 빠진다. 미리 버스 회사로 전화해서 확인해 본 바로는 해맞이 공원으로는 가지 않는다고 해서 얼마간 산에서 걸어 내려와야 하는 줄 알았는데 버스 기사분께 물어보니 공원을 들렀다 간다고 한다. 버스 앞 행선지 표식에도 "창포 해맞이"가 걸려있다. 얼마나 고마운지...... 시간도 에너지도 아낄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동해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있는 태양이 우리를 환하게 반겨준다. 날씨가 조금 흐려도 몇 주 만에 다시 만나는 동해의 태양은 아름답다. 

 

이곳의 버스 정류장은 창포말 등대 앞이다. 등대 앞에서 바라본 풍력 발전단지의 모습이다. 저곳에서 얼마간의 거리를 내려왔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 과정 없이 바로 걷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첫차는 강구역도 들리지 않고 바로 오기 때문에 영덕 터미널에서 강구 터미널을 거쳐서 이곳까지 30분 만에 도착했다. 해파랑길 스탬프함은 이곳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야 한다.

 

해파랑길 21코스는 12Km가 조금 넘는 길지 않은 길이지만 얕보고 임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는 길이다. 대부분의 길이 평탄한 포장길이 아닌 해안의 숲 속 길이거나 바위 지대를 오르내리는 길이기 때문에 가벼운 등산 수준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그림의 고도차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영덕대게로에서 해안으로 얼마간 내려가는 것으로 길을 시작한다.

 

서늘한 바람을 맞으면서 해맞이 공원 아래로 내려가며 걷기를 시작한다.

 

영덕의 블루로드는 A에서 D코스까지 이어지는데 그중에서 B코스는 "푸른 대게의 길"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길로 해파랑길 21코스와 같이 간다. 계단으로 대게 장식물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얼마간 계단을 내려가면 바위 해안가에서 오보 해수욕장 방면으로 좌회전하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걷기를 시작할 수 있다.

 

해안가로는 갈라진 바위 모양이 마치 손가락처럼 생겼다고 해서 약속 바위라 이름이 붙은 바위도 있다.

 

이제 본격적인 걷기 시작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번 코스는 길이가 짧으니 단순히 쉽겠지! 무난하겠지! 하는 방심이 가득했다. 길 안내서에서도 난이도가 "쉬움"이라고 했으니 닥쳐올 난관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늘 위기는 방심 가운데 온다고 했던가! 해파랑길 21코스는 가벼운 오르막 내리막으로 잽을 날리다가 구간 중간의 공사 구간에서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물론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해안으로 조성된 아름다운 산책로를 걷는다.

 

우측 바다로는 기암괴석의 해변이 있고 좌측으로는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는 소나무가 아름다운 해안길이다. 잘 정돈되어 있는 산책로이지만 결코 평탄한 길은 아니다.

 

아슬아슬한 절벽 같은 해안가 산 허리를 휘감아 길을 이어간다.

 

멀리 대탄 방파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른 새벽 집에서 출발할 때 누룽지로 이른 아침을 먹기는 했지만 옆지기는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인데 벌써 아침 도시락을 먹자고 한다. 허기가 몰려올 때면 이미 때가 늦은 것이긴 하다. 허기로 몸이 지치면 오히려 식사가 어려워지니 조금씩이라도 끼니를 채워주는 것이 좋다. 꼬마 김밥 형태로 싸온 도시락이 위력을 발휘한다. 쉼터에 앉아서 동해의 태양을 감상하면서 먹는 아침은 신선 부럽지 않다. 보온병에 담아온 따스한 커피 한잔도 분위기를 올려준다. 얼마 걷지 않았지만 든든하게 챙겨 입은 옆지기는 등에 땀이 배었다고 한다. 얇은 내복은 벗어서 배낭에 넣고 조금 가벼운 차림으로 길을 이어간다.

 

안전 가이드가 없었다면 그저 험한 길이었을 이 길은 덕분에 "쉬운 길"이 되었다. 물론 거친 파도가 몰려오면 이 시설들이 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바위틈으로 밀려오는 파도도 그림이다.

 

북 청룡, 남 백호가 마주 보며 해안 바위에 기가 모여 있어 "기 받기 좋은 곳"이라고 세워 놓은 표지판. 풍수지리를 신앙처럼 받들지 않아도 잠시 깊은숨을 쉬면서 미소를 날려주고 길을 이어간다. 길에 뭔가 이야기를 이어놓으려는 노력이지 않을까 싶다.

 

미세 먼지 탓일까, 날씨가 조금 흐려서 그럴까? 하늘이 아주 맑지는 않지만 아침의 태양은 바위 꼭대기에 자리 잡은 작은 소나무마저 작품으로 만든다.

 

주말 이른 아침 대탄 방파제를 점령한 낚시꾼들의 모습. 망망대해와 그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낚시질을 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들은 즐겁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대탄리의 탄자는 여울 탄(灘)으로 큰 여울이 있는 마을이라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깊이가 얕거나 폭이 좁아 물이 세게 흐르는 곳을 여울이라 부르는데 이순신 장군의 명량 대첩으로 유명한 울돌목이 대표적인 여울이라 할 수 있다.

 

대탄항을 지나는 길에서 만난 작은 돌탑들. 이곳을 걸으면서 지나간 독특한 사람들의 흔적 이리라. 이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에 미소가 흘러나온다.

 

스코틀랜드 던바라는 도시에서는 돌탑 쌓기 대회가(Stone Stacking Championship) 있다고 하는데 이 돌 탑을 쌓은 분은 그 대회에 나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모자를 붙들고 가야 하는 이 강한 바람이 부는 해안에서도 넘어지지 않는 돌탑을 쌓았으니 박수를 받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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