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가을 1,470Km의 남파랑길 걷기를 할까 말까 망설인 이유 중의 하나는 트레킹 경로의 성숙도와 안전성이었지만, 돌아보면 나름 잘 정비된 경로를 가지고 있었다. 남해와 서해를 나누는 기준점까지 걸어보니 이제는 해파랑길, 남파랑길 보다도 훨씬 긴 서해랑길을 걸을까, 말까 망설이게 된다. 의외로 다닌 곳이 많아 친숙한 지역이기도 한 까닭일 것이다. 여행은 마음을 아주 흥분시키는 것이 없어도 여행 자체로 좋다. 게다가 걷는 여행은 그것만의 매력이 있다. 다음 여행을 기대하며 남파랑길을 걸으며 적었던 글들을 하나로 정리해 본다. 글 제목만 보아도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 완도, 해남 후행 구간 남파랑길 90코스 - 송호리 임도에서 땅끝탑 남파랑길 90코스 - 마봉리 임도에서 송호리 임도 남파랑..
송호리 임도를 지난 길은 개재봉 작은 산을 넘고 땅끝해안로 도로 위를 건너는 구름다리를 지나서 땅끝전망대에 도착하고 전망대 아래 해안으로 내려가 땅끝탑에서 남파랑길의 모든 여정을 마무리한다. 송호리 임도에서 바로 앞으로 보이는 77번 국도 땅끝해안로 방면으로 내려가 땅끝마을로 가고 싶지만 남파랑길의 남은 여정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 땅끝마을을 품고 있는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산야는 조림이 한창이다. 임도를 벗어난 길도 조림지로 보이는 작은 산을 오른다. 이 지역은 후박나무와 같은 활엽수를 심은 모양이다. 아담한 돌계단이 이곳이 산행길임을 알려주는 유일한 표식이다. 멀리 달마산을 뒤로하고 땅끝 전망대를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길은 중간에 갈산입구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
마봉리 임도를 가로지른 길은 이제 작은 산들의 능선을 걸어 남서쪽으로 이동한다. 작은 봉우리를 지나 송호지 인근의 임도를 가로지른다. 마봉리 임도 인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다시 도솔봉 자락의 숲길을 걸어 몰골이재로 향한다. 청년기의 활력이 넘치는 편백숲을 지난다. 침엽수 조림지만 보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활엽수 조림지를 통과한다. 목백합나무라고도 불리는 튤립나무이다. 계절이 더 깊어지면 노란 단풍이 지고 낙엽을 떨구겠지만 초여름에 피는 튤립을 닮은 꽃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삼나무, 편백나무, 튤립나무에 소나무숲까지 달마고도 숲길은 생물 다양성도 가진 훌륭한 숲길이다. 달마고도와 이별해야 하는 몰골이재에 도착했다. 달마산을 한 바퀴 도는 달마고도는 이곳에서 동쪽으로 돌아 북쪽으로 올라가는 경..
달마산 아랫자락의 미황사에서 출발하는 남파랑길 마지막 90코스는 귀래봉, 떡봉, 도솔봉 아래의 중턱으로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마봉리에서 올라오는 임도를 가로지른다. 미황사의 천왕문 앞에서 남파랑길 89코스를 끝낸 우리는 화장실도 다녀오고 야외 테이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평일임에도 혼자 또는 둘이서 걷는 분들을 여러 명 만났다. 그들이 남파랑길을 걷는지, 달마고도를 걷는지, 아니면 달마산 산행을 하거나 미황사 주변 만을 걷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 모두에게 좋은 길을 걷고 있다는 여유와 기분 좋음이 느껴진다.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훌륭한 산책로 맞다. 드디어 미황사 앞을 지나 90코스를 시작한다. 1,470Km에 이르는 남파랑길 대장정의 마지막 여정이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불교의 108 번..
달마산 임도에 들어선 길은 산 중턱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걷다가 미황사 인근에서 숲 속 산책길을 걸어 미황사에 이른다. 미황사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산 중턱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어렵지 않게 걷는다. 1백 미터마다 길 옆에 박아 놓은 길 표식은 길을 지루하지 않게 돕는다. 길 표식을 보면 또 일백 미터를 걸었구나 하며...... 콘크리트 임도가 아닌 흙길 임도도 괜찮다. 다만, 이른 아침에 출발한 까닭에 풀잎에 맺힌 이슬들이 아직 마르지 않아 신발 앞부터 천천히 젖고 있다. 게다가 예보에 없던 비까지 토닥토닥 내리기 시작한다.ㅠㅠ 일기 예보만 믿고 우비도 우산도 챙기지 않았는데, 갑자기 내리는 비가 당황스럽다. 후드득 떨어지는 비를 피해서 나무 아래에서 잠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린다. ..
완도를 지나온 남파랑길은 해남군 남창에서 길을 이어간다. 남창시장과 남창 교차로를 거쳐 남창을 빠져나오면 잠시 도로를 걷다가 남창리 농로를 걸어서 이진리로 넘어가 달마산 임도로 진입한다. 어제 88코스를 끝낸 우리는 원동에서 쉬어 갈지를 고민했었다. 86코스를 걸으면서 원동에서 하룻밤 쉬어 갔던 경험이 있었고, 남창부터 원동까지 86코스와 89코스가 겹치는 것을 두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한 끝에 원동에서 해남까지는 직행버스를 이용하고 해남에서 남창까지는 군내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해남 읍내에 좋은 숙소 후보도 많고 식당도 많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해남 군내버스로 남창까지 이동한 우리는 달도를 넘어온 남창교 앞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밀물 때인지 물살이 세차다. 북평면사무소 입구 교차로에서 남창 시장 방면으..
완도 수목원을 빠져나온 길은 초평리와 망축리를 지나 해변으로 나오고 원동리의 정해진 서로 도로를 따라 걸어서 원동 버스 터미널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오봉산 상왕봉을 넘어 완도수목원으로 내려온 길은 왜성침엽수원, 진달래과원, 아열대온실, 북카페와 방문자센터를 차례로 지난다. 왜성 침엽수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일본이 원산지인 침엽수들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안내문을 읽어 보니 왜성은 왜소하다는 의미로 왜성침엽수원은 같은 종의 표준 크기에 비해서 키가 작게 자라는 나무 50여 종을 모아 놓은 곳이라고 한다. 신학저수지로 흐르는 개울을 건너 길을 이어간다. 이 개울은 삼장골에서 내려오는 개울과 합류하여 신학저수지로 내려가며 완도수목원을 남북으로 가르는데 남파랑길은 개울과 저수지 북쪽 길로 내..
상왕봉을 넘은 길은 등산로를 통해 하산길에 나선다. 등산로를 벗어나 임도에 들어서면서 완도 수목원 영내로 진입한다. 상왕봉에서의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진 우리는 이제 하산길에 접어든다. 거칠어도, 경사가 급해도 에너지가 덜 필요한 하신길이다. 물론 이제는 무릎과 관절이 잘 버텨 주기를 바라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좋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은 필자뿐만이 아니라 그런지 산을 오를 때 보다 내려갈 때 사고 비율이 훨씬 높다. 실족과 추락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조심해야 한다. 백운봉 방향의 숲길로 이동한다. 백운봉, 업진봉, 숙승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가지만 남파랑길은 임도가 지나는 하느재 고개에서 등산로를 벗어나 임도를 따라 완도 수목원으로 내려간다..
화흥 초등학교 앞에서 출발하는 남파랑길 88코스는 화흥리 마을길을 가로질러 임도를 오르다가 가파른 등산로를 통해서 완도 최고봉인 상왕봉에 오른다. 어제 화흥초등학교 앞에서 87코스를 끝낸 다음 군내버스를 타고 완도읍내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다시 군내버스를 타고 화흥초등학교로 이동하여 88코스 여정을 시작한다. 완도 군내버스는 2023년 9월부터 완전히 무료로 운행되고 있다. 남파랑길이 지나는 여러 군 지역에서 1천 원으로 버스를 이용하는 곳이 많지만 완전 무료 버스는 처음이다. 교통 카드를 꺼낼 필요도 없다. 버스 내부에 있는 단말기도 완전히 전원을 꺼 놓은 상태였다. 출발 시간도 정확하고 비용도 무료이니 정말 고마웠다. 커다란 편백나무와 히말라야 시다가 우뚝 서있는 화흥초등학교 옆을 통해서 남..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부꾸지 길을 지나온 길은 구계등 몽돌 해안을 걷는다. 해안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면 정도리 마을길과 들판을 지나 완도읍 화흥리로 진입하고 화흥초등학교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부꾸지길에서 보라색의 며느리밥풀꽃 군락을 만난다. 보랏빛 꽃 속에 하얀 밥풀이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모양이 특이하다. 요즘 며느리들은 가시 돋친 잎처럼 한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 까칠한 마음을 가진 예쁜 며느리와 며느리밥풀꽃을 대비해서 상상하니 잔잔한 미소가 떠오른다. 과연 나는 이번 생애에 며느리를 볼 수는 있을까? 길은 데크 계단 내려가며 길을 이어간다. 거친 길이란 의미일 것이다. 탐방안내센터가 5백 미터 남았으니 부꾸지 숲길도 끝을 보이고 있다. 데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
석장리 원장머리를 지난 길은 부꾸지 분기점을 돌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해안 숲길을 걸어 구계등으로 향한다. 석장리에서 중도리로 넘어온 남파랑길은 중도리 방조제로 내려간다. 방조제 앞바다를 보며 방조제로 진입한다. 좌측은 완도읍 석장리, 우측은 완도읍 중도리에 해당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인지 풀숲으로 길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다행히 방조제 둑이 넓어서 둑길로 걷는다. 평균대만큼 폭이 좁지 않지만, 평균대 걷기의 긴장감을 피하기는 어렵다. 예전에는 배가 드나들었을 바닷길이었겠지만 지금은 방조제로 넓은 들판으로 바뀌었다. 좌측에는 생뚱맞게 골프 연습장이 위치하고 있었는데, 완도 출신으로 한국인 최초로 PGA 투어에서 우승했던 최경주 선수를 기념하는 골프연습장이라고 한다. 중학교 때만 해도 ..
완도타워에서 내려온 길은 일출공원을 지나 동망산 탐방로를 거쳐 망석리 마을로 내려온다. 원래의 길은 망석리에서 다시 산길을 통해 리조트 인근을 지나지만 망석리 인근 공사 현장을 우회하여 도로를 걸어 완도읍 석장리교차로에서 원래의 길과 합류하여 원장머리에 이른다. 한국 전쟁 당시의 아픈 사연이 서려있는 망남리 고개로 내려온 남파랑길은 하얀 꽃치자 꽃을 만난다. 안내판에는 여름에 꽃이 핀다고 하는데 가을로 들어선 9월 말에도 꽃이 활짝 피었다. 하얀 꽃을 보니 이곳에서 희생되었던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치자나무도 하얀 꽃을 피우는데 꽃치자는 겹꽃인 차이가 있다. 길 건너편으로는 가을꽃 코스모스가 절정이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하는 ..
완도항 해조류 센터에서 출발하는 남파랑길 87코스는 완도항을 따라 이동하면 완도타워가 있는 동망봉을 오르고 완도타워를 지나 망남리 고개에 이른다. 드디어 1,470Km에 이르는 남파랑길의 긴 여정이 끝나간다. 3박 4일 혹은 2박 3일로 걸었던 여정의 마지막 여행이다. 완도까지는 멀다. 광주에서 하룻밤 쉬고 첫차로 완도로 내려와 남파랑길 마지막 여정을 시작한다. 지난번 여행을 마무리했던 완도 해조류 센터에서 길을 이어간다. 해조류 센터 측면 벽을 장식하고 있는 바다 풍경 위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완도의 마스코트 해초와 미초라고 한다. 완도 앞바다의 맥반석에 붙어 자라는 해초들을 소재로 했다고 한다. 해조류 센터를 지나면 완도해변공원을 따라 이동한다. 완도해변공원은 반려동물을 위한 배변 봉투함도 마련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