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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해상국립공원 부꾸지 길을 지나온 길은 구계등 몽돌 해안을 걷는다. 해안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면 정도리 마을길과 들판을 지나  완도읍 화흥리로 진입하고 화흥초등학교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부꾸지길에서 보라색의 며느리밥풀꽃 군락을 만난다.

 

보랏빛 꽃 속에 하얀 밥풀이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모양이 특이하다. 요즘 며느리들은 가시 돋친 잎처럼 한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 까칠한 마음을 가진 예쁜 며느리와 며느리밥풀꽃을 대비해서 상상하니 잔잔한 미소가 떠오른다. 과연 나는 이번 생애에 며느리를 볼 수는 있을까? 

 

길은 데크 계단 내려가며 길을 이어간다. 거친 길이란 의미일 것이다. 탐방안내센터가 5백 미터 남았으니 부꾸지 숲길도 끝을 보이고 있다.

 

데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부꾸지 방면의 해안 절벽은 옥빛 바다와 기암괴석들로 자연스럽게 탄성을 자아내는 풍경이다.

 

구계등 몽돌 해변이 지척이다. 앞바다의 바다 양식장을 보고 있으니 태풍, 적조, 이상조류, 폭우 등을 피해 무사히 출하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어민들은 늘 조마조마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전복 양식의 경우 2.5m 정사각형 양식칸을 레고 블록처럼 연결하는 방식인데 이 규모를 줄이면 태풍 피해가 덜하다고 한다. 기존에는 길이가 3백 미터까지 달하기도 했는데 이를 50%나 25%로 줄이고 있다고 한다. 미역과 다시마를 먹이며 키운 전복이 태풍 등에 망가지는 것을 생각하면 내 것이 아님에도 가슴이 아프다.

 

데크길을 지나 숲길을 얼마간 지나니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말뚝이 이제 숲길이 끝나고 있음을 알려준다.

 

숲길을 벗어나니 구계등 몽돌 해변이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다양한 크기의 몽돌들이 아홉 계단을 이룬다고 구계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길은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탐방안내소 앞을 지나 해변 산책길로 나간다.

 

이곳의 깃대종으로 상괭이와 풍란을 소개하고 있지만, 일반인이 쉽게 만날 수 있는 동식물은 아니다. 국립공원공단은 깃대종(Flagship Species)을 "특정지역의 생태, 지리,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 동식물로서 사람들이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는 종"이라 하여 국립공원을 대상으로 깃대종을 지정 관리하고 있다.

 

해파랑길과 남파랑길을 걸으며 여러 몽돌 해변을 만났지만 구계등만큼 때 묻지 않고 아름다운 몽돌 해변은 처음인 듯하다. 훌륭하다.

 

몽돌 해변의 돌 위를 직접 걸었다면 더욱 실감이 났겠지만 편안한 데크길을 걸어 구계등 끝자락에 도착했다. 뒤돌아 부꾸지 해안 절벽길을 바라보니 정말 아름다운 해안이다.

 

올망졸망한 몽돌 사이에 박아놓은 통나무 징검다리는 인상적이었다.

 

길은 해안 산책길 끝에서 한국수산자원공단 앞을 지나 정도리 마을로 향한다.

 

이제 완도의 북쪽으로 향하는 길, 내일 남파랑길 88코스로 넘어야 할 상왕봉이 떡하니 자리 잡고 이리오라 부르는 듯하다.

 

정도리 마을길을 걷다 보니 정말 오래간만에 만나는 들판 풍경을 목격한다. 광활한 들판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반짝이 새 줄과 새를 막기 위한 그물까지, 어릴 적에는 어렵지 않게 보던 풍경이었는데...... 사실 어렵게 키운 벼이삭을 참새에게 빼앗긴 현장을 목격하면 그 어떤 농부도 그저 너그러운 마음만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반짝이 새 줄이 바람이 흔들리며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겨 놓는다.

 

정도리 마을길을 빠져나온 길은 큰길을 가로질러 둑방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완도 방조제가 만든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둑방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는 길 들판 너머로 보이는 상왕봉을 바라보며 내일 저산을 어떻게 오를 것인지 미리 가늠해 본다.

 

반짝이는 억새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고 있고, 새파란 하늘과 깃털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상왕봉은 말이 없다. 6백 미터가 넘는 산을 오를 생각이 하니 벌써부터 긴장이 되는 모양이다.

 

둑방길을 걷던 길은 잠시 77번 국도 옆을 따라 걷는데 국도변에 심은 무궁화가 제대로 꽃을 피웠다.

 

길은 정도리에서 화흥리로 들어선다. 북쪽으로 상왕봉을 정면으로 보면서 걷는 길이다.

 

 

들판을 지나며 바람에 흔들리는 벼들이 만들어 내는 황금물결을 동영상으로 남겨 놓는다.

 

화흥리 마을길로 들어섰다. 따뜻한 남쪽 지역이라서 그런지 김장 배추도 늦게 심는 모양이다.

 

화흥리 마을길을 걸어온 남파랑길은 화흥초등학교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1942년에 설립한 역사 깊은 초등학교 이기도 하지만, PGA 프로 선수인 최경주 선수의 모교이기도 하다. 멀리서 시골에 골프연습장이 뭔가? 하면서 의아해했는데 화흥 초등학교 내부에 설치된 시설이었다. 전교생에게 입학 때부터 졸업 때까지 무료로 골프 레슨을 한다고 한다.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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