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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항 해조류 센터에서 출발하는 남파랑길 87코스는 완도항을 따라 이동하면 완도타워가 있는 동망봉을 오르고 완도타워를 지나 망남리 고개에 이른다.
드디어 1,470Km에 이르는 남파랑길의 긴 여정이 끝나간다. 3박 4일 혹은 2박 3일로 걸었던 여정의 마지막 여행이다. 완도까지는 멀다. 광주에서 하룻밤 쉬고 첫차로 완도로 내려와 남파랑길 마지막 여정을 시작한다. 지난번 여행을 마무리했던 완도 해조류 센터에서 길을 이어간다.
해조류 센터 측면 벽을 장식하고 있는 바다 풍경 위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완도의 마스코트 해초와 미초라고 한다. 완도 앞바다의 맥반석에 붙어 자라는 해초들을 소재로 했다고 한다. 해조류 센터를 지나면 완도해변공원을 따라 이동한다.
완도해변공원은 반려동물을 위한 배변 봉투함도 마련되어 있고, 예쁘게 다듬어 놓은 정원도 있어서 산책을 나서는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공간이었다. 저녁에는 지역민을 중심으로 공연도 펼쳐지는 곳이었다. 오늘 여정을 끝내면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돌아오는데 저녁 산책길에 잠시나마 여흥을 즐길 수 있었다.
2023년 4월에 제3회 전라남도 정원페스티벌이 완도해변공원 일원에서 열렸는데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그때의 흔적들을 깔끔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완도해변공원을 지난 길은 완도항 제1 부두를 지나 동쪽으로 완도항을 향해 길을 이어간다. 완도항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주도가 눈에 들어온다.
완도항 방면으로 동쪽으로 이동하는 길, 동쪽으로 강렬한 아침 태양이 바다에는 은빛 물결을 만들며 완도 타워 위로 존재감을 뽐낸다. 구름들도 그 기세를 막지 못한다.
항구를 따라서 옛 정취가 느껴지는 완도의 중심 군내리를 지난다. 좌측의 주도는 구슬 모양의 섬이라고 붙은 이름으로 1962년에 완도 주도 상록수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작은 공간에 다양한 나무들로 난대림을 구성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강렬한 아침 태양을 정면으로 대하면서 완도 타워로 향하는 길, 어선들이 정박하고 있는 항구 너머로 제주로 향하는 대형 여객선이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출항 준비가 한창이다.
고즈넉한 완도의 아침 풍경이다. 길을 돌아 북쪽을 보니 한참 건설 중인 고층 아파트와 신지도와 연결된 신지대교가 시야에 들어온다. 해풍을 맞으며 꾸덕꾸덕 말리고 있는 다양한 생선들의 건조 풍경도 정겹다.
완도항을 돌아온 길은 어느덧 완도연안여객선터미널에 이른다. 제주를 비롯하여 청산도, 대모도, 소모도, 추자도 등으로 가는 배를 이곳에서 탈 수 있다.
터미널 앞에 하얀 꽃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이른 아침의 이슬을 머금고 있는 꽃댕강나무의 하얀 꽃이 더 청초해 보인다.
길은 여객선터미널 앞에서 우회전하여 완도타워가 있는 동망봉(159m)을 오른다. 입구에는 다도해 일출 공원이라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완도타워까지 가파른 오르막길을 조금 올라야 하므로 모노레일을 탈 수도 있다. 뚜벅이는 그냥 걷는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9시부터 운행한다고 한다.
완도타워까지는 가파른 계단의 연속이다. 가파른 만큼 길이는 길지 않다.
가파른 장미 터널을 지나는데 반갑게도 분홍색 꽃이 가쁜 숨을 잠시 쉬어가게 한다. 장미는 5월의 꽃이라 생각했는데 사계 장미라 하여 사계절 꽃을 즐길 수 있는 장미들도 많은 종이 있었다.
산 중턱에 오르니 신지도를 비롯한 완도 앞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제주로 향하는 대형 여객선이 자동차와 사람들을 싣고 커다란 물결을 만들며 출발하고 있다. 경차를 싣고 제주로 향했던 가족 여행의 추억도 가물가물하다.
어느덧 마지막 계단이다. 배낭을 짊어진 등은 이미 땀으로 축축하고 머리로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선선한 가을 날씨임에도 역시 오르막에 땀은 피할 수 없는 모양이다. 제주로 가는 가는 여객선은 크기와는 다르게 미끄러지듯 신지도와 완도 사이의 바다를 유유히 빠져나간다.
1960년대 완도항 전경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다. 완도항 주변은 이미 일제 강점기부터 매립으로 시가지를 조성했었는데 해방 후에도 대규모 매립이 이루어지며 그 시절 바다였던 곳은 새로운 세상으로 바뀌었다.
깔끔하게 정비된 공원 산책길을 걸으며 2008년에 세워진 완도타워로 향한다.
완도타워 옆 벤치에 앉아 잠시 땀을 식히고 동망봉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하산길로 접어든다. 덩굴 식물로 독수리 형상을 만들어 놓은 것이 있었는데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완도타워를 지나 동망봉을 내려가는 길 옹벽이 예사롭지 않다. 부조로 여러 가지 그림을 입체감 있게 만들어 놓으니 삭막한 시멘트 옹벽이 훌륭한 야외 미술관으로 변모했다.
길은 완도타워 주차장 앞에서 도로를 벗어나 도로와 함께 나란히 내려가는 산책로를 걷는다. 완도 산책길에서는 어렵지 않게 만나는 목각 인형들이 이곳에서도 우리를 반긴다.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고 가을숲 향기가 가득한 쾌적한 숲길을 걸어 내려간다.
조용한 숲길에서 여리지만 아름다운 가을꽃을 만났다. 이름도 독특한 무릇이다. 물긋이라고도 부른다. 봄에는 나물로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기는 하지만 무릇은 "대체로 보아"라는 의미의 순우리말이기도 한다.
숲 속 산책로 좌측으로는 엄청난 규모의 바다 양식장이 있는 완도 바다를 보면서 걷는다.
어느덧 숲길은 완도타워 주차장에서 내려오는 길과 합류하면서 끝나고 도로로 올라선다.
동망봉을 내려오면 동백꽃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잔디밭, 꽃밭이 자리하고 있는 작은 공원이 있는데 망남리, 망석리, 읍내로 갈라지는 삼거리이기도 하고 한국전쟁 당시 나주의 경찰관들이 인민군에 밀려 완도로 들어오면서 민간인을 학살한 망남리 고개, 비극의 현장이기도 하다. 2023년 지금도 이 사회를 흔들고 있는 이념의 기치 아래 빨갱이로 몰린 수많은 양민들이 학살당한 현장이다. 경찰부대는 해남, 완도, 진도로 인민군 복장을 하며 이동하면서 환영 나온 민간인을 학살하거나, 환영 대회를 열어 학살했다고 하니 상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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