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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 아랫자락의 미황사에서 출발하는 남파랑길 마지막 90코스는 귀래봉, 떡봉, 도솔봉 아래의 중턱으로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마봉리에서 올라오는 임도를 가로지른다.

 

 

미황사의 천왕문 앞에서 남파랑길 89코스를 끝낸 우리는 화장실도 다녀오고 야외 테이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평일임에도 혼자 또는 둘이서 걷는 분들을 여러 명 만났다. 그들이 남파랑길을 걷는지, 달마고도를 걷는지, 아니면 달마산 산행을 하거나 미황사 주변 만을 걷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 모두에게 좋은 길을 걷고 있다는 여유와 기분 좋음이 느껴진다.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훌륭한 산책로 맞다.

 

드디어 미황사 앞을 지나 90코스를 시작한다. 1,470Km에 이르는 남파랑길 대장정의 마지막 여정이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불교의 108 번뇌를 본뜬 108 계단도 있었다. 위쪽에서는 마음 채우며 내딛는 108 계단, 아래쪽에서는 마음을 버리며 오르는 108 계단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108 번뇌를 산출하는 여러 설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인간의 모든 번뇌를 뜻할 것이다.

 

길은 미황사 외곽을 돌아서 남서 방향으로 땅끝을 향한다.

 

길은 도솔봉 아래에 있는 도솔암 방향으로 향하므로 계속 도솔암 표지를 만난다. 남파랑길 리본을 따라 길을 찾는다.

 

넓은 길과 가로등이 있는 미황사 경내를 천천히 벗어난다. 서정저수지 쪽으로 내려가는 임도삼거리도 지난다.

 

부도암 사거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숲길로 들어간다. 이곳에서 8백 미터 정도 올라가면 귀래봉 인근의 산 능선으로 올라갈 수 있다. 능선길을 통해 달마산 정상으로도 갈 수 있다.

 

아름다운 숲길은 달마고도와 함께 한다. 표지석에 새겨진 거북이는 미황사 대웅보전의 주춧돌에 새겨진 거북이 모양과 비슷하다.

 

때로는 돌길도 있지만 여전히 걷기 좋은 길이다. 특이한 것은 숲길이라면 으레 만나는 날벌레들이 없었다. 때로 얼굴을 스치는 거미줄이 문제였지만 스틱이나 떨어진 나뭇가지를 방패 삼아 가면 그 조차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쾌적한 숲길에서는 하얀 버섯들이 존재감을 뽐낸다. 약용한다는 댕구알버섯과 독버섯이라는 광대버섯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전문가가 아니니 그저 눈으로만 감상한다.

 

앞서 미황사로 오는 길에서 만난 너덜지대는 임도가 통과하는 곳이라 와우! 하는 감탄과 함께 평안하게 지나왔지만, 이번 너덜지대는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위압감이 느껴지는 너덜지대를 온전히 두 발로 밟으며 횡단해야 한다. 알프스 TMB 여행의 추억이 소환되는 풍경이다. 빙하 하단의 거친 계곡을 지나왔던 기억, 한 여름의 눈길을 지나왔던 기억......

 

거친 너덜지대도 사람들에게는 놀이터인 모양이다. 곳곳에 작은 돌탑들을 세워 놓았다.

 

너덜지대에서 바라본 해남군 송지면의 바다 쪽 풍경이다. 이른 아침 달마산 자락에 기습적인 소나기를 퍼부었던 하늘은 맑게 개어서 푸른 하늘과 흰 구름으로 화창한 가을 하늘을 보여준다.

 

달마고도 스탬프투어 안내판이 서있는데 정작 스탬프는 없다. ㅎㅎ 동해 해파랑길은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도장 찍는 재미가 있었는데 남파랑길도 달마고도도 세월의 흐름을 따라서 QR코드가 도장을 대체하고 있다. 땅끝 천년숲 옛길이라는 표지판도 등장했다. 

 

장춘리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나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완만한 오르막에 이어 완만한 내리막이 이어지고 숲 사이로 따스한 햇살이 스며 들어오는 환상적인 길이 이어진다.

 

미황사를 출발한 달마고도는 어느덧 3.2Km를 지났다. 겨울이 다가오면 이 길은 낙엽으로 가득하여 낙엽 위를 걷겠구나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도솔암이 멀지 않았는지 좌측 산 능선으로 바위가 가득한 암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숲길에서 아주 작은 앙증맞은 풀꽃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남창에서 달마산으로 오는 길에 논가에서 흰꽃여뀌를 만났었는데 이곳 숲길에서는 붉은빛이 도는 이삭여뀌를 만난다.

 

이삭여뀌는 가는 줄기와 아주 작은 꽃과는 다르게 금선초라 하여 약용하기도 하고 향신료로 쓸 수도 있다고 한다.

 

도솔암 인근에는 일본 구마노고도를 연상시키는 삼나무 숲이 이어진다. 겨울 구마노고도의 삭막함과는 비교되지 않는 생명력이 넘치는 숲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삼나무숲보다는 편백나무숲에 더 정이 간다.

 

도솔봉 아래 삼나무숲 삼거리에서 길은 마봉리 샘터 방향으로 이동한다. 도솔암으로 가는 길은 이곳에서 바로 산 위로 올라가는 방법도 있지만 조금후면 만날 마봉리 임도를 따라 도솔봉을 거쳐 가는 방법도 있는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자리한 작은 암자이다.

 

삼나무숲을 지나니 키 작은 어린 편백나무들이 우리를 반긴다. 아직 키는 작지만 튼실한 열매를 맺었다. 

 

동그란 열매 자체가 씨앗은 아니고 열매가 누렇게 익으며 벌어지는데 그 속에 아주 작은 편백나무 씨앗이 있다.

 

길은 마봉리에서 도솔봉으로 오르는 임도를 가로질러 숲길로 이어간다. 임도 인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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