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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를 지나온 남파랑길은 해남군 남창에서 길을 이어간다. 남창시장과 남창 교차로를 거쳐 남창을 빠져나오면 잠시 도로를 걷다가 남창리 농로를 걸어서 이진리로 넘어가 달마산 임도로 진입한다.
어제 88코스를 끝낸 우리는 원동에서 쉬어 갈지를 고민했었다. 86코스를 걸으면서 원동에서 하룻밤 쉬어 갔던 경험이 있었고, 남창부터 원동까지 86코스와 89코스가 겹치는 것을 두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한 끝에 원동에서 해남까지는 직행버스를 이용하고 해남에서 남창까지는 군내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해남 읍내에 좋은 숙소 후보도 많고 식당도 많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해남 군내버스로 남창까지 이동한 우리는 달도를 넘어온 남창교 앞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밀물 때인지 물살이 세차다.
북평면사무소 입구 교차로에서 남창 시장 방면으로 이동한다. 남창 전통 시장은 2일, 7일 오일장이다.
남창 오일장을 지난 길은 북평면 문화복지센터를 지나 남창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도로변을 걷는다.
77번 국도 땅끝해안로를 따라 걸으며 남창 교차로 아래를 통과한다.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산의 모습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잠시 국도변을 걸었던 길은 국도를 벗어나 남창리 마을길로 들어선다. 실개천을 따라 농로를 걷는다.
국도에서 내려와 남창변전소 방면으로 농로를 걷던 길은 13번 국도 땅끝대로 앞에서 좌회전하여 이진리로 향하여 논을 크게 한 바퀴 돌아간다.
황금 들판을 돌아가는 길, 멀리 달마산이 살짝살짝 그 존재감을 뽐낸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여뀌가 논가에서 하얀 꽃을 피웠다. 요화라고도 했는데 지혈 작용이 있어 약재로도 쓰인다고 한다.
농로를 지나 마을길로 접어드는데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를 졸졸졸 따라오기 시작한다. 아마도 농사일하는 주인을 따라 나온 모양인데, 훠이훠이하며 집으로 가라 해도 시늉만 내지 집으로 돌아갈 줄을 모른다. 하는 수 없이 따라오는 것을 그냥 두었는데 고개 넘어 이진리 마을까지 상당한 거리를 쫓아왔다.
정지 비행을 하며 들꽃에서 꿀을 빨고 있는 박각시나방을 만났다. 벌은 아닌데 정지 비행을 하는 모습이 벌새가 아닌가 싶었지만 나비목 박각시과로 분류하는 곤충이다. 나방은 보통 야행성이지만 박각시나방은 그림처럼 낮에 꿀을 빨러 다닌다.
박각시 나방이 꿀을 빨고 있었던 꽃은 분홍빛이 도는 고마리 꽃이었다. 빨간 볼을 가진 아가처럼 앙증맞은 모습이 정말 예쁘다. 여뀌처럼 마디풀과 이고 우리나라가 원산지라고 한다. 꽃이 지면 열매가 맺히는데 한때는 식용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습지 식물로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네 논과 냇가에서 자라던 풀들이 제초제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과연 먼 훗날에도 살아남을지 모르겠다.
길은 남창리 신기마을 끝자락에서 이진리로 넘어가는 고개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앞서 마을길에서 만났던 강아지가 북평면 남창리에서 이진리로 넘어가는 고갯길까지 쫓아왔다. 집으로 가라고 엄하게 말하면 잠시 가는 척하며 딴청을 부리다가 이내 우리를 따라나선다.
고개를 넘어서 이진리로 들어오니 달마산이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우연히 만난 강아지와 함께 이진리로 넘어온 길은 바닷가가 지척이지만 바다로는 나가지 않고 산 아랫 자락을 따라 이어진 마을길을 따라서 남서 방향으로 이동한다. 이진리에서 조선 선조 당시 수군만호진을 설치하고 성을 쌓았는데 9백여 미터의 성터가 남아 있다고 한다. 제주도로 가는 길목이었다고 한다.
해남의 들판은 푸릇한 해남 배추와 황금색으로 익어가는 벼이삭이 묘한 색대비를 이룬다.
황금색의 이진리 들판 너머로 바다 건너에는 해남에서 완도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달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89코스의 종점인 미황사가 7.2Km 남았다는 표식이 등장했다. 이제 89코스도 절반이 남았다. 이진지 저수지를 향해서 가는 길,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달마산이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길은 이진지 저수지 앞에서 우회전하여 고갯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해남군 북평면 이진리에서 현산면 월송리로 이어지는 길이다. 달밑골이라는 이름이 붙은 골짜기를 따라 조성된 임도다. 고갯길을 오르던 길은 작은딱골재라는 고개에서 좌회전하여 달마산 중턱으로 이어지는 임도로 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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