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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타워에서 내려온 길은 일출공원을 지나 동망산 탐방로를 거쳐 망석리 마을로 내려온다. 원래의 길은 망석리에서 다시 산길을 통해 리조트 인근을 지나지만 망석리 인근 공사 현장을 우회하여 도로를 걸어 완도읍 석장리교차로에서 원래의 길과 합류하여 원장머리에 이른다.
한국 전쟁 당시의 아픈 사연이 서려있는 망남리 고개로 내려온 남파랑길은 하얀 꽃치자 꽃을 만난다. 안내판에는 여름에 꽃이 핀다고 하는데 가을로 들어선 9월 말에도 꽃이 활짝 피었다. 하얀 꽃을 보니 이곳에서 희생되었던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치자나무도 하얀 꽃을 피우는데 꽃치자는 겹꽃인 차이가 있다.
길 건너편으로는 가을꽃 코스모스가 절정이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하는 가요가 흥얼거려지는 풍경이다.
길은 망남리, 망석리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망석리로 가는 도로를 따라가다가 언덕 위에서 숲길로 좌회전하여 좌측의 망남리 방향으로 산중턱의 숲길을 걷는다.
언덕 위에서 망석리로 이어지는 도로를 벗어나 동망산 생태문화 탐방로로 진입한다. 곳곳에 돌탑을 쌓아 놓은 걷기 좋은 길이다. 동망산 생태문화 탐방로는 두 가지 코스로 나뉘는데 하나는 완도 타워 쪽의 개머리길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걷는 돌탑길이다. 남파랑길은 두 가지 코스 모두 일부만을 거쳐 간다.
돌탑길이라는 이름답게 곳곳에 돌탑들이 쌓여 있다. 전망 좋은 곳에 앉아 잠시 쉬었다 간다. 남파랑길의 모든 경로에 이렇게 좋은 쉼터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하긴,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유명 트레킹 코스에도 변변한 공중 화장실이나 쉼터는 만날 수 없다. 그나마 민간의 카페가 있기는 하지만 화장실도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만 사용해야 하니 눈치가 보인다. 그나마 공중 화장실은 우리나라가 최고가 아닌가 싶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망남리 바다 풍경은 레고 블록 같은 양식장이 주인공이다.
숲길에서 보라색의 앙증맞은 꽃들을 만난다. 이름하여 며느리밥풀꽃이다.
며느리밥풀꽃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가시 돋친 잎사귀와 꽃 속에 하얀 밥풀 모양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쁜 꽃과 가시 돋친 잎을 보고 한 서린 며느리를 떠올린 모양이다.
산책로 곳곳에서 만나는 완도의 목각 인형들은 그야말로 환경 친화적인 조형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형물의 수명을 다하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고 그 자리에는 생애를 끝낸 나무로 또 다른 목각 인형이 등장할 수 있으니 말이다. 거대한 양식장과 바다 건너로는 신지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동망산 생태문화 탐방로와 함께하던 남파랑길은 동망산 돌탑길을 벗어나 망석리 농백골로 향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풀숲 길로 가면 방수 기능이 없는 신발은 금방 아침 이슬을 머금은 풀밭에 촉촉하게 젖지만, 다행히 포장된 임도가 곧 나타난다. 풀숲 너머로 망석리 농백골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난 여행에서는 칡꽃 향기에 감탄했었는데 가을을 타는지 칡꽃도 서서히 지고 있다.
보통 남파랑길 리본이 헤어지면 새로운 리본으로 갈아주는 것이 보통일 텐데 이곳에는 옛 리본에 새로운 리본을 연결해서 달아 놓았다.
한 농가 입구에 칸나가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고, 왠지 색감이 진한 느낌이다. 알고 보니 칸나는 적색, 오렌지색, 노란색이나 혼합색을 나타낸다고 한다.
망석리 농백골을 지나온 길은 망석리 마을길을 가로질러 큰길로 나간다.
망석리 큰길로 나온 길은 원래는 도로를 가로질러 산길을 통해 리조트 뒷길로 77번 국도로 나오지만 한창 공사 중인 앞산의 모습에 공사 현장을 우회하여 망석길 도로를 걸어 77번 국도를 통해 완도읍 석장리교차로에서 원래의 길과 합류하기로 했다. 도로변 걷기이지만 차가 많지 않아 다행이었다.
망석리 도로와 77번 국도를 걷는 길, 좌측으로 완도원네스리조트도 보이고 국도에서 리조트로 들어가는 입구도 지난다.
완도읍 석장리 교차로에서 원래의 남파랑길과 합류하여 국도변을 걷는다. 77번 국도 청해진서로이다.
석장리를 통과하는 길은 원장머리까지 청해진서로 국도변을 따라 걷는다. 멸치와 병어로 유명한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예전 어획량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어릴 적 기억을 되짚어 보면 제사상에 실고추를 올린 병어는 흔한 그림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별미로나 만나는 귀한 생선이고 개인적으로 병어를 맛본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ㅠㅠ
국도를 따라가면서 바라본 망석리와 석장리의 바다풍경이다. 바다에서 내륙으로 깊숙하게 들어온 지형 덕분에 태풍이 불어도 염려가 없는 아늑한 포구이다.
국도에서 좌회전하여 마을길로 꺾어지는 지점에는 최강장군 가리포해전 대첩비가 세워져 있었다. 임진왜란 이후 이곳으로 40여 척이 넘는 배로 왜구가 침입해 오자 가리포진 첨사였던 최강 장군과 주민들이 단합하여 왜선을 유인하여 불화살로 격침시킨 것을 기념하는 것이라 한다.
국도를 벗어난 길은 중도리 마을길로 길을 이어간다.
석장리 원장머리를 지난 길은 해안길을 따라 중도리 방조제 방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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