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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왕봉을 넘은 길은 등산로를 통해 하산길에 나선다. 등산로를 벗어나 임도에 들어서면서 완도 수목원 영내로 진입한다.
상왕봉에서의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진 우리는 이제 하산길에 접어든다. 거칠어도, 경사가 급해도 에너지가 덜 필요한 하신길이다. 물론 이제는 무릎과 관절이 잘 버텨 주기를 바라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좋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은 필자뿐만이 아니라 그런지 산을 오를 때 보다 내려갈 때 사고 비율이 훨씬 높다. 실족과 추락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조심해야 한다. 백운봉 방향의 숲길로 이동한다.
백운봉, 업진봉, 숙승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가지만 남파랑길은 임도가 지나는 하느재 고개에서 등산로를 벗어나 임도를 따라 완도 수목원으로 내려간다.
난대림이 우거진 쾌적한 숲길을 따라 내려간다.
상왕봉에서 백운봉을 향해서 가는 능선길은 기암괴석과 숲이 어우러진 아름답지만 결코 방심할 수 없는 거친 길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제는 상왕봉이 어디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숲 속에서 시야가 트인 공간으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달라진다.
세월의 흔적이 깊이 새겨진 바위를 지나 바위 절벽 위에 오르면 당장이라도 패러글라이더를 펴고 산아래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마음을 흔든다.
바위 절벽 위에 서서 남파랑길의 종점인 땅끝마을이 어디쯤일까? 가늠해 본다.
길은 절벽 위 전망대로 이어진다.
상왕봉 정상에서의 풍경만큼은 아니지만 상왕봉 방면과 산아래 화흥리 방면의 막힘없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다.
전망대로 지나면 제2 전망대 방향으로 이동한다.
백운봉을 향하는 산능선 길은 울창한 난대림 숲길을 걸어 내려간다.
잠시 숲길을 빠져나와 시야가 확보된 곳에서 바라본 북쪽의 백운봉의 모습이 매력적이다. 오봉산 종주를 하시는 분들은 저곳을 거쳐 업진봉을 향하겠지만 남파랑길은 백운봉으로는 가지 않고 임도를 만나면 바로 완도 수목원으로 하산한다. 서쪽으로는 우리가 내려갈 완도 수목원과 바다 건너 해남의 달마산이 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대야 저수지와 함께 바다 건너 고금도가 보인다.
전경이 좋은 곳을 지나니 길은 고도를 급격히 낮춘다. 하산길에 "기후변화 취약 식물종 적응사업"이라는 이름표가 매달린 나무를 만나게 되었다. 완도 수목원에서 2010년부터 기후 변화에 취약하거나 관심을 가져야 할 종을 선택하여 잎과 꽃, 열매가 나고 지는 시기 등을 매년 반복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자료들이 장기적으로 축적되면 기후 변화에 식물들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알고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이제는 완만한 내리막길과 함께 쾌적한 숲길이 이어진다.
쾌적한 숲길에서 만난 버섯들도 반갑다.
어느덧 길은 등산로와 임도가 교차하는 하느재에 도착했다. 백운봉으로 가려면 직진하여 등산로를 계속 가야 하지만 남파랑길은 좌회전하여 임도를 따라 완도수목원으로 향한다.
임도 옆으로 흰구름길이라는 말뚝이 세워져 있었는데 아마도 백운봉으로 가는 길이라 붙인 이름이 모양이다.
임도에서 잎이 넓고 특이한 열매를 맺고 있는 나무를 만났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누리장나무이다. 별칭으로 개똥나무, 누린내나무로도 불리는데 나무에 누린내가 난다고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관절염과 피부 가려움증에 약으로 쓰인다고 한다.
임도가 구불구불 내려가지만 완만한 내리막길은 언제라도 좋다. 룰루랄라 발걸음이 가볍다.
살짝 비치는 백운봉의 모습을 스쳐 지나간다.
고사리 군락지를 비롯한 다양한 생태를 만나며 내려가는 길에서 구멍이 송송 뚫린 나뭇잎을 보며 대체 이렇게 만든 범인은 누구일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한다. 벌레가 잎을 맛있게 갉아먹은 모습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벌레들이 일반적으로 잎을 갉아먹은 흔적 치고는 아주 특별했다.
드디어 완도수목원의 안내 팻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완도수목원은 여러 갈래의 길이 있지만 남파랑길 표식과 리본을 따라 수목원 입구 방향으로 계속 내려간다.
길은 녹나무 과원과 약용 식물원 방향으로 이어진다.
공해와 추위에 약해서 제주와 남부지방에서나 만날 수 있는 녹나무가 잎에서 향기가 난다는 것은 이번에 녹나무 과원을 지나며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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