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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 임도에 들어선 길은 산 중턱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걷다가 미황사 인근에서 숲 속 산책길을 걸어 미황사에 이른다.

 

미황사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산 중턱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어렵지 않게 걷는다. 1백 미터마다 길 옆에 박아 놓은 길 표식은 길을 지루하지 않게 돕는다. 길 표식을 보면 또 일백 미터를 걸었구나 하며......

 

콘크리트 임도가 아닌 흙길 임도도 괜찮다. 다만, 이른 아침에 출발한 까닭에 풀잎에 맺힌 이슬들이 아직 마르지 않아 신발 앞부터 천천히 젖고 있다. 게다가 예보에 없던 비까지 토닥토닥 내리기 시작한다.ㅠㅠ

 

일기 예보만 믿고 우비도 우산도 챙기지 않았는데, 갑자기 내리는 비가 당황스럽다. 후드득 떨어지는 비를 피해서 나무 아래에서 잠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린다. 달마산 자락에 걸쳐 있던 구름이 그냥 구름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비가 조금 줄어든다 싶자 잠시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옮겨본다. 얼마간 걸으니 비도 더 이상 오지 않는다. 때로는 알 수 없는 미래를 주저하기보다는 잠시 거슬리는 것이 있더라도 과감히 전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촉촉하게 비를 맞은 싸리나무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에 보라색 꽃을 피웠다. 아까시나무처럼 싸리나무도 콩과식물로 벌을 부르는 밀원 식물이라고 한다. 우리 민족에게는 참으로 친숙한 나무였지만 세월이 흘러 플라스틱이 난무하는 세상에 익숙해진 세대에게는 처음 듣는 나무일지도 모르겠다. 회초리 하면 바로 싸리나무 회초리였고, 싸리나무를 묶음으로 해서 횃불을 만들었으며 바구니, 소쿠리 등 생활 용품을 만드는 용도로도 사용했고, 싸리 빗자루와 울타리 등 싸리나무의 쓸모는 대나무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싸리나무의 꽃은 처음 보는 듯하다.

 

주변에 나무뿐인 임도를 걷다가 언뜻 비치는 해안 풍경은 짙은 구름과 함께 남창리와 이진리가 아련하게 보인다. 중간에 월송리 임도 구간에서 이진리로 이어지는 삼거리를 만나는데 미황사 방면으로 길을 계속 이어간다.

 

기암괴석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산수화 한 폭을 보는 것처럼 달마산을 아주 가까이에서 만난다. 남도의 소금강이라 불릴만하다.

 

남파랑길이  걷지는 않지만 지금 보이는 관음봉부터 달마봉, 떡봉, 도솔봉으로 환상적인 능선이 이어진다.  남파랑길은 봉우리 아래 산중턱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계속 걷는다.

 

미황사로 향하는 임도는 송촌 마을에서 시작하여 달마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가로지른다. 이곳에서 정상까지 2Km를 올라간다. 

 

달마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험할지 모르겠지만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산자락길"이라는 길이름처럼 바다를 내려다보며 걸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돌더미를 흘러내리는 지역을 너덜지대라 하는데, 너덜겅 또는 돌너덜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30도 이상의 급한 경사면에서 돌더미가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이는데 돌들이 각지고 거친 특성이 있다. 비슷한 지형으로 돌강이 있는데 15도 내외의 비교적 완만한 지형이고 돌들이 동글동글한 특성이 있다고 한다. 전문 지질학자가 아니지만 돌강, 너덜 모두 순우리말이라 좋다. 달마산 자락에는 곳곳에 이러한 너덜지대가 많다.

 

너덜지대를 지난 길은 계속을 임도를 걸어간다.

 

임도 삼거리에서 드디어 달마고도 표지석을 만난다. 달마고도는 달마산 주위 17.8km를 한 바퀴 도는 길로 7시간 정도 소요되며 남파랑길과는 일부 구간이 겹친다. 미황사 방면의 임도를 계속 걷는다. 

 

한 겨울에 일본의 구마노고도를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구마노고도는 산길 내내 지루한 삼나무숲길을 걸어야 했다면, 달마고도의 삼나무 숲길은 생명력이 넘친다. 다양한 나무와 생명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살아있는 숲이다. 구마노고도의 숲길은 일본 신사에서 느껴지는 침침함과 삭막함이 있어서 그리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달마고도의 숲길은 조림지조차 훌륭하다.

 

길은 또다시 넓은 너덜지대를 가로지르는데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너덜 바위 사이로 뿌리를 내린 나무 한그루가 위대해 보인다.

 

월송리 끝자락을 지나 서정리로 향하는 임도, 멀리 구름과 산 사이로 다도해의 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길은 서정리로 이어지는 임도에서 벗어나 미황사로 향하는 달마고도 숲길을 걷는다. 아늑함이 느껴지는 환상적인 숲길이다.

 

키 큰 나무는 키 큰 나무대로 곧게 뻗은 모습이 좋고, 키 작은 나무들은 키 큰 나무들 사이로 들어온 빛을 받아 나름의 생명력을 뽐낸다. 깔끔하게 정비된 산책길이다. 매일 이런 길을 걷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배낭도 생수도 없이 굴러 다니는 막대기 하나 들고 신선처럼 터벅터벅 가볍게 걸었으면 하는 길이다. 정말 훌륭한 숲길이다.

 

환상적인 숲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달마고도 삼거리에서 달마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만난다. 

 

숲길로 미황사 천왕문 앞에 도착하여 남파랑길 마지막 코스인 90코스 안내판을 보는 것으로 여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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