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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장리 원장머리를 지난 길은 부꾸지 분기점을 돌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해안 숲길을 걸어 구계등으로 향한다.

 

석장리에서 중도리로 넘어온 남파랑길은 중도리 방조제로  내려간다. 방조제 앞바다를 보며 방조제로 진입한다. 좌측은 완도읍 석장리, 우측은 완도읍 중도리에 해당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인지 풀숲으로 길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다행히 방조제 둑이 넓어서 둑길로 걷는다. 평균대만큼 폭이 좁지 않지만, 평균대 걷기의 긴장감을 피하기는 어렵다.

 

예전에는 배가 드나들었을 바닷길이었겠지만 지금은 방조제로 넓은 들판으로 바뀌었다. 좌측에는 생뚱맞게 골프 연습장이 위치하고 있었는데, 완도 출신으로 한국인 최초로 PGA 투어에서 우승했던 최경주 선수를 기념하는 골프연습장이라고 한다. 중학교 때만 해도 역도에 재능을 보였던 그가 골프를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고 한다.  "저는 이제 골프로 승부를 볼랍니다"라고 했다는 그는 한국 골프계의 개척자로서 제대로 된 길을 걸었다.

 

중도리 방조제를 지나면 마을길을 가로질러 우회전하여 바다 반대편으로 진행한다. 

 

마을길을 빠져나온 길은 임도를 따라 부꾸지로 향하는 오르막길 걷기를 시작한다. 길 입구에 방문을 환영한다는 육군 부대 팻말이 세워져 있는데 실제로 남파랑길은 부대 앞까지 가야 한다. 완도에 무슨 군대가 있는가 싶었는데 광주와 전라남도를 방어하는 31사단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후방을 방어하는 부대로 1998년에는 여수로 침투하려던 북한의 반잠수정을 발견하여 추격 및 교전 끝에 남해 인근 격침 시킨 일도 있었고,  2008년에는 완도 인근에서 고속정을 타고 와서 잠수하는 전복 도둑을 간첩으로 오인하여 잡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부꾸지로 향하는 임도는 노랗게 익어가는 감 농장을 가로지르며 올라가기 때문에 주인 입장에서는 나그네들이 괜스레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다. 견물생심이 인지상정이기는 하지만, 걷는 사람들은 절대 손대지 말아야 할 일이다. 서리의 미덕은 옛날 일이고, 이제는 절도이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오르는 임도 주변으로는 나무 사이사이를 누비며 풀을 깎고 있는 농장 지기의 기계 소리뿐이다.

 

노란 열매가 인상적인 마가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성경의 인물 마가와는 상관이 없고 봄에 새순이 나오는 모습이 말의 어금니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새순은 나물로도 먹는다. 나무 전체가 약재로 사용된다고 한다. 특히 관절염과 비염에 좋다고 한다.

 

고개에 올라서면 한 농가가 자리하고 있는데 농가 앞의 정자 주위로 꽃무릇이 절정이다. 가을꽃의 대명사 석산이라고도 부르는데 강렬한 빨간색과 알뿌리의 독성 때문에 지옥화라고 불린다고 한다.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방부제 성분이 있어 절에서 탱화를 그릴 때 사용해서 사찰 주변에 많이 심는다.

 

화려하게 피어난 꽃무릇 사이로 여러 마리의 호랑나비가 꿀을 빨고 있다. 나방이 불을 향해 달라드는 모습처럼 보인다.

 

정자 건너편으로는 부용이 군락을 이루었다.

 

꽃은 무궁화를 닮았지만 부용은 잎이 물갈퀴처럼 생겼고 줄기 모양도 무궁화와는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무궁화와 비슷한 모양처럼 아욱과 무궁화속에 속한 낙엽 관목이다.

 

고갯마루의 농가를 지나면 완만한 임도를 따라서 반도 끝자락의 부꾸지로 향한다.

 

상괭이 서식 지역이라는 안내판을 지나 임도 끝에서 우측 숲길로 접어든다.

 

부꾸지를 지난 길은 해안을 따라 구계동까지 이어지는 숲길을 걷는다.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지역이다. 팻말을 보니 군부대가 위치한 곳이 부꾸지 임을 알 수 있다.

 

잎사귀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이 반가운 환상적인 숲길을 걷는다. 

 

나들이 우거진 환상적인 숲길에서 유일한 방해꾼은 가끔씩 길을 막는 거미줄뿐이다. 숲 속이라면 모기를 비롯한 벌레들이 사람을 괴롭히게 마련인데, 의외로 이곳은 그 흔한 모기 한 마리 없었다. 목각 인형에 모자를 걸고, 스틱도 기대어 놓고 넉넉히 쉬어간다. 맑은 공기와 은은한 숲 내음을 맡으며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중간에 조금 전에 부꾸지로 향하던 임도와 연결되는 길도 만난다. 계속 탐방지원센터 방향으로 길을 이어간다. 스틱은 땅을 찍지 않고 얼굴 앞에 번쩍 들어 길을 막는 거미줄을 치우는 용도로 사용한다.

 

잠시 넓은 숲길을 걸었던 길은 다시 아담한 오솔길로 길을 이어간다. 세월의 흔적이 스며 있는 숲길은 다시 보아도 환상적이다.

 

때로는 야생 동물들이 지나기도 하겠지만 가끔씩 지나는 사람들의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이 아름다운 숲길이 오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해안 절벽을 따라가는 길, 멀리 횡간도를 비롯한 완도군에 속한 섬들이 바다 풍경을 장식한다.

 

열린 시야로 해안 절벽을 바라보니 왜 이곳이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옆지기는 제주 올레길에서 만났던 박수기정을 보는 듯하다고 한다.

 

정오의 햇살에 반짝이는 남해 바다, 과연 우리의 바다는 후손에게도 아름다운 바다로 남을지......

 

부꾸지에서 구계동으로 가는 해안 숲길 아래의 바위 절벽은 옆지기의 말처럼 제주 박수기정에 비할바가 아니다.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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