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41코스부터 47코스까지를 4일 동안 걷는 여정의 시작은 강릉의 끝자락인 주문진 해수욕장이다. 금요일 오후에 집에서 출발하여 자동차 없이 오로지 두발과 배낭만으로 길을 이어가는 여정이다. 금요일 오후 아직 해가 있을 때 41코스 일부를 걸어 양양으로 넘어가 하룻밤 묵은 후 본격적으로 41코스 나머지와 42코스를 걷는 계획이다. 강릉 끝자락의 향호 호수를 한 바퀴 돌면 양양군 지경리를 지나 원포리에 이른다. KTX를 타고 서울역으로 올라가 다시 서울역에서 강릉행 KTX 이음을 타고 강릉에 도착하여 강릉역 앞 버스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닿을 수 있는 주문진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강릉 시내버스를 타고 강릉역에서 주문진 해수욕장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지만 버스에서 마..
주문진항을 떠난 해파랑길 40코스는 주문진 등대를 향해서 언덕을 오른다. 언덕을 내려오면 오리진항과 소돌항을 거쳐 소돌 해변과 주문진 해변에 이르면서 40코스와 강릉 바우길 12구간을 마무리한다. 주문진 등대를 향해서 견치석으로 높이 쌓아 올린 석축 옹벽 길을 천천히 걸어 오른다. 개의 어금니를 닮아서 견치석이라 부르는 옹벽 재료는 전체적으로 보면 사각뿔 모양이다. 산소의 옹벽 쌓기는 이 정도 높이로 쌓지는 않는데, 높이 경사도를 극복하려니 힘든 공사도 극복했으리라...... 길을 천천히 오르는데, 힘겹게 언덕을 오르시는 어르신을 한분 지나쳐야 했다. 가볍게 인사를 하며 지나치지만 뻘쭘한 분위기는 어쩔 수 없다. 등대로 가는 길에 그려진 벽화는 예쁘지만, 과연 이런 그림은 어르신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영진교를 통해서 연곡천을 건너자마자 내륙 방향으로 들어갔던 해파랑길은 숲길을 통해서 영진리 고분군을 들러 다시 영진리 해변으로 나온다. 영진 해변부터 주문진항까지 계속 해변을 따라가는 길이다. 가는 길에 도깨비 촬영지인 방사제도 지난다. 마산길 큰 도로변을 걷다가 바우길과 해파랑길 표지판이 있는 산길로 진입한다. 입구에 있는 커다란 소나무에 빨간색과 흰색 페인트 표식을 보니 몇 해 전 TMB 걷기에서 우리 부부의 생명줄 역할을 했던 바위 위 표식들이 생각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경로에는 보통 주기적으로 표지판이 세워져 있지만 조금 어렵거나 위험해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경로인 경우에는 표지판 대신 바위나 조금 큰 돌에 빨간색과 흰색으로 줄을 표시해 놓아서 사람들로 하여금 길을 잃지 않도록 한다...
사천 해변 공원에서 시작하는 해파랑길 40코스는 사천진 해변과 하평 해변을 차례로 지나면 해안로 도로를 따라 동해 수산 연구소를 지나 연곡 해변에 이른다. 연곡 해변의 솔숲길을 지나 영진교로 연곡천을 건너면 영진리로 들어가게 된다. 작은 사천 해변 공원 옆의 모래 해변으로는 다양한 풍경들이 펼쳐져 있다. 모래 놀이를 하는 아이, 검은 양산 하나를 파라솔 삼아 햇빛을 피하며 해안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커플, 무슨 고민이 그리 많은지 바다를 보면 멍 때리고 있는 사람들, 파라솔을 가져와 나름의 여유를 즐기는 가족, 해변으로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까지 바다를 즐기는 모습은 다양하다. 사천면의 이름도 그렇고, 사천진 해변의 이름도 모래 사(沙)가 들어가 있는데 모래가 조금은 동글 조금 굵은 모래여서 몸에 붙..
경포호를 한 바퀴 돈 해파랑길 39코스는 경포 해변을 지나 해안 도로를 따라 동해 해변길을 걷는다. 사근진, 순긋 해변은 그냥 도로 옆 자전거 길을 따라 걷고 순포 해변에 이르면 해변 솔숲길을 걸어 사천진항에서 39코스를 마무리할 수 있다. 경포 해변으로 들어서면 사천 해변으로 이동하기 전에 경포 해변 중앙 광장에서 잠시 쉬었다 간다. 공중 화장실이 있는 널찍한 휴식처라 그런지 배낭을 메고 있는 여행객들이 많이들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바바, 쿠쿠라는 이름의 느린 우체통. 엽서를 써넣으면 1년 뒤에 받아 볼 수 있다. 예전에 아이들과 영남 알프스에 가는 길에 들렀던 원동역에도 느린 우체통이 있었는데 1년 후에 내가 쓴 엽서를 받아보니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여행지의 추억을 2배로 키울 수 있는 ..
경포호 주변을 걷는 해파랑길 39코스는 잠시 허균, 허난설헌 기념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가 돌아 나온다. 다시 경포호로 나오면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아 다시 해변으로 나간다. 허균, 허난설헌 기념 공원 안으로 들어가는 길, 머리를 바싹 들어야 볼 수 있는 엄청난 높이의 소나무 숲이 만들어 내는 나무 그늘은 신비한 느낌마저 자아낸다. 해파랑길 39코스의 대부분을 함께 가는 강릉 바우길 5구간은 여기로 들어오지 않고 경포호 주변을 그대로 걷지만 대신 바우길 11구간과 16구간이 길을 함께한다. 그런데, 바우길 11구간은 이곳이 시작점이지만 16구간은 강릉 원주 대학교 홍보관에서 시작하여 이곳을 거쳐가는 것이므로 이제부터는 바우길 표지만 따라가면 엉뚱한 길로 갈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부부도 바우길 표지를 따..
송정 해변을 떠난 해파랑길 39코스는 강문 해변을 거쳐서 경포 해수욕장에 도착한다. 경포호를 한 바퀴 돌아가지만 호수 초입에서 허균 허난설헌 기념 공원을 들렀다가 간다. 송정 해변의 솔숲길은 강문 해변으로 이어진다. 송정동의 아파트 단지들 때문인지 솔숲길로 산책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강문 해변에 도착했다. 강문동은 이름 그대로 강의 문, 강물이 드나드는 어귀란 의미로 경포 하구에서 초당동과 나란히 붙어 있다. 인근에 초당 순두부 마을도 있고 커피커퍼 박물관도 있어서 그런지 강문 해변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멀리 경포 해변으로 넘어가는 강문 솟대 다리도 보인다. 초당 순두부는 워낙 유명해서 강릉과 연관이 있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이곳을 여행하면서 몇 번은 직접 맛보기도 했던 음식이다. 이곳 강문동 바로 ..
17.4Km에 이르는 해파랑길 38코스를 마무리한 우리 부부는 39코스 일부를 조금 더 걷기로 했다. 송정 해변에 있는 저렴한 숙소를 예약했기 때문이다. 해파랑길 39코스는 경포호에서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강릉 바우길 5구간과 함께 간다. 바우길 5구간의 이름은 "바다 호숫길"이다. 남항진과 안목 해변 사이 바다를 날아가는 아라나비 집라인을 타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300미터의 거리를 왕복한다고 한다. 군 시절 유격 훈련 때 처음 타보았던 집라인이 세월이 흘러 전 세계 곳곳에서 돈 내고 타는 인기 있는 액티비티가 되고 있으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라나비의 아라는 바다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바다를 나비처럼 날아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솔바람 다리를 통해 남항진 해변을 떠나 바다를 ..
철도를 지하화하여 생긴 폐선 부지에 만든 월화 거리를 지난 해파랑길 38코스는 강릉 공항 북쪽의 낮은 산 능선을 따라 이어진 마을길을 통해서 38코스의 종점이자 강릉 남대천과 섬석천이 모두 동해와 만나는 남항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회전 교차로의 유용성과 안전성이 확인되면서 전국적으로 신호등 없는 회전 교차로가 늘어나고 있는데 회전교차로가 연달아 두 개가 설치된 이중 회전 교차로는 처음 본다. 해파랑길은 횡단보도를 건너서 청량동 방향의 청량학동길로 이동한다. 약간 오르막길이다. 회전 교차로에서는 교차로 내부에서 회전하고 있는 차량에 우선권이 있고 새로 진입하는 차량은 속도를 줄이고 양보해야 한다. 강릉시 청량동 마을길은 숲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걷기 좋은 길이다. 청량동이라는 마을 이름은 청량미라는 벼를..
강릉 남대천을 건너 명주동으로 들어온 해파랑길 38코스는 칠사당과 강릉 대도호부를 지나 강릉 중앙 시장이 있는 금성로를 걷다가 철도 지화화로 탄생한 월화 거리를 걷는다. 천천히, 느리게라는 의미의 강릉 사투리 시나미 명주를 보니 제주 올레길에 붙은 놀멍, 쉬멍, 걸으멍이 생각난다. 해파랑길 코스를 마무리하며 달성했다는 기쁨도 좋지만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쉬멍, 걸으멍 하고 평안한 마음으로 시나미 해파랑길 걷기를 하는 것이 걷기의 본질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명주동 골목길을 나오면 칠사당과 강릉 대도호부 방면으로 35번 국도의 일부인 경강로를 건넌다. 태백으로 이어지는 35번 국도의 일부인 경강로 가로수가 특이했다. 은행나무 가로수 밑동에 담쟁이를 심어서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가을이 되면..
강릉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모산봉을 내려가면 7번 국도 아래를 통해서 강릉 시내로 진입한다. 경포 중학교와 강릉교육청을 지나서 단오공원을 들러 인도교를 통해 강릉 남대천을 건넌다. 남대천을 건너면 아기자기한 명주동 골목길을 걷게 된다. 105미터의 모산봉을 내려가면서 해파랑길 38코스를 이어간다. 산을 내려가는 길에도 등산복을 차려입으시고 산책 나오신 어르신들을 여러분 만날 정도로 인기 있는 산책로였다. 장현 저수지 인근에서 모산봉 아래까지 이어진 숲길은 정말 아름다운 산책길이었다. 산을 내려온 해파랑길은 7번 국도 아래의 굴다리를 통해서 강릉시 유산동의 마을길로 들어간다. 정오에 가까운 시간, 봄 햇빛이 강렬하다. 숲 속 산책길을 걷다가 그늘 하나 없는 오르막길을 걸으니 고역이 따로 없다. 주먹만 한 ..
강릉시 구정면 사무소를 지난 해파랑길 38코스는 섬석천을 따라 장현 저수지에 이른다. 장현 저수지를 끼고 있는 마을을 지나면 산길을 걷기 시작한다. 산길이기는 하지만 높지 않은 숲 속 산책로를 걷는 길이다. 강릉시 구정면을 흐르는 큰 물줄기 어단천과 섬석천을 차례로 지나온 해파랑길은 구정면 사무소 앞에서 우회전하여 구정 중앙로 도로를 따라서 여찬리 마을을 걷는다. 여찬리는 장현 저수지까지 이어진다. 여찬리라는 마을 이름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이고 그 이전에는 봉양 마을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봉황이 좋아한다는 오동나무가 많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커다란 잎사귀를 가진 오동나무는 지금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나무이지만, 예전에는 딸이 태어나면 혼수를 위해서 오동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부산부터 포항 지역까지는 KTX를 많이 이용했었다. 이후 구간은 자동차로 해당 지역으로 이동한 다음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을 선택했었다. 강릉으로는 평창 올림픽 덕분인지 고속 철도가 운행되고 있어서 서울에서 두 시간이면 강릉에 도착할 수 있다. 이 구간에는 KTX 이음이 투입되고 있는데 시속 260km에 이르는 국내 독자 제작 고속 열차라고 한다. KTX 산천 다음 모델로 서해선과 동해선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새 열차라 그런지 새 비행기를 타는 여행의 설렘이 있다. 기차를 타고 강릉으로 여행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고속버스를 타던가 자가용을 이용했었다. 강릉역은 동해의 태양을 모티브로 지어진 원형의 철도역이다. 1960년대 옛 역사가 사라지고 지금의 신 역사가 들어선 것은..
조금씩 오르락내리락하지만 괘방산 자락의 능선을 걷는 해파랑길 36코스는 당집을 떠나 괘방산 봉우리와 삼우봉을 지난다. 능선에서 바라보는 절경을 누리는 시간이다. 왜 이런 코스를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에 스스로 답하게 되는 시간이다. 당집 숲 속에 앉아서 가진 충분한 휴식 시간은 감탄의 연속이었다. 철갑을 두른듯한 우람한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정갈한 공간 속에서 숲의 아름다움에 한번, 숲을 비집고 들어 오는 잔잔한 햇살에 한번, 정말 좋다! 를 연발하는 시간이었다. 베일을 벗듯 나무들 사이로 동해의 전경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해파랑길이나 강릉 바우길 표식이 중간중간에 있기는 하지만 산악회 리본은 나름 공해 우려인지, 매너인지 많이 매달아 놓지 않는 모습이 나름 좋아 보였는데, 여기에는 철책에 온통 산..
9.7Km로 길이는 길지 않지만 난이도가 해파랑길에서 가장 높다는 괘방산 산행을 시작한다. 그런데, 괘방산의 높이가 300여 미터로 그리 높지 않고 능선을 따라서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정동진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안인항에서 코스가 끝난다. 염려반 기대 반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로 입구에는 안보 체험 등산로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1996년에 발생한 강릉 무장 공비 침투 사건이 계기가 되어 설치된 등산로다. 기억에 살짝 남아 있는 사건으로 돌아보니 당시에 전국을 상당히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었다. 상어급 잠수함을 타고 강릉 안인진리 해안에 도착한 무장 공비 26명이 당시 춘천에서 열렸던 전국 체전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저격하려 했던 사건이었다. 이들이 타고 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