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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Km에 이르는 해파랑길 38코스를 마무리한 우리 부부는 39코스 일부를 조금 더 걷기로 했다. 송정 해변에 있는 저렴한 숙소를 예약했기 때문이다. 해파랑길 39코스는 경포호에서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강릉 바우길 5구간과 함께 간다.  바우길 5구간의 이름은 "바다 호숫길"이다.

 

남항진과 안목 해변 사이 바다를 날아가는 아라나비 집라인을 타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300미터의 거리를 왕복한다고 한다. 군 시절 유격 훈련 때 처음 타보았던 집라인이 세월이 흘러 전 세계 곳곳에서 돈 내고 타는 인기 있는 액티비티가 되고 있으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라나비의 아라는 바다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바다를 나비처럼 날아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솔바람 다리를 통해 남항진 해변을 떠나 바다를 건너간다.

 

솔바람 다리라는 이름값을 하듯 다리 위로 불어오는 바람은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정말 세찬 바람이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강릉 시내 쪽의 모습은 우측의 남대천과 좌측의 섬석천이 합류하는 곳이라 그런지 강 하구가 넓고 모래톱도 보인다. 두 하천이 만나는 곳에 생긴 모래톱에서 강태공들이 낚시 삼매경이다.

 

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서는 넘실 거리는 파도도 볼만하지만, 온갖 고성을 지르면서 집라인을 타는 사람들의 모습에 자꾸 눈길이 간다. 이렇게 바람이 세게 부는데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짜릿하겠는데 하는 생각도 든다.

 

솔바람 다리를 건너니 500미터 앞에 안목 커피 거리가 있다는 표지판을 만난다. 강릉 카페 거리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안목이라는 지명은 앞 목이 이름이 변해서 된 것으로 주소는 강릉시 견소동에 해당한다.

 

안목 해변의 인기는 안목항 주변에 세워진 수많은 자동차들로도 미루어 짐작할만하다. 안목항으로도 불리는 강릉항의 모습이다. 울릉도 가는 배편이 이곳 강릉항에서 하루 2회 출발한다. 3시간 걸리고 오전에 강릉에서 출발하고 울릉도에서 오후에 출발하는 방식이다.

 

안목 커피 거리, 강릉 커피 거리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다. 언젠가 강릉에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상업용 커피 재배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과 연관이 있을까 싶었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커피 재배를 시작하신 분도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했었다고 한다. 안목 카페 거리가 유명해진 이유는 이곳이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이유도 있겠지만 해변을 따라 커피 자판기가 그렇게 많았다고 한다. 지금이야 커피 자판기를 밀어내고 수많은 카페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넉넉하지 않은 연인들이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낭만을 즐겼을 때를 상상해 보니 그 나름의 매력이 있었을 것 같다. 물론 입이 고급으로 변해버린 현대인들에게 그때의 낭만을 강요할 수는 없을 노릇이다. 해변을 걷다 보면 여전히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자판기들이 있기는 하다. 

 

주말을 맞아 이곳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은 향기로운 커피, 푸른 바다, 하얀 모래 해변, 그리고 각양각색의 사람이라는 풍경을 담고 가지 않을까 싶다. 풍경 구경 중에 제일 재미있는 것은 사람 구경이니까.

 

아름다운 안목 해변과 안목 해변을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을 뒤로하고 길을 이어간다.

 

안목 해변을 지나면 소나무 숲 사이로 뚫린 길을 따라 송정 해변으로 향한다. 그냥 보기에도 길을 위해서 희생한 소나무가 있을 것 같은데 그나마 인도에 있는 소나무를 보니 최대한 나무들을 지키려는 노력이 보이는 것 같아 좋다.

 

송정 해변으로 가는 길에 해변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처음 보는 스포츠를 즐기고 있었다. 패러글라이딩도 아니고 서핑도 아닌 것이 바람을 타고 수면 위를 미끌어 지듯 흘러갈 때는 윈드서핑의 모습이었고 가끔씩 보드와 함께 하늘로 붕 뜰 때는 패러글라이딩 하는 모습과도 같았다.

 

이름하여 카이트 보딩 또는 카이트 서핑이라고 하는 스포츠다. 카이트가 연이니까 연의 힘을 이용해서 보드를 타는 스포츠다. 한참을 서서 지켜보니 괜찮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과 바다를 모두 즐기는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은 지상에서 카이트 컨트롤을 훈련하고 있고 어떤 사람은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타고 바다를 타기도 하늘을 날기도 한다.

 

송정 해변의 카이트 보딩은 솔숲에 자리한 강릉 해양 스포츠 정보 센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여덟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는데 이 소나무들이 정자를 이루었다고 팔송정이라 했는데 송정이란 마을 이름은 팔송정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송정 해변이라는 이름처럼 굵직한 소나무들이 해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송정 해변 조형물 뒤로도 카이트보딩을 알려주는 조형물이 서있다.

 

해파랑길과 강릉 바우길은 송정 솔숲 사이로 길을 이어간다. 솔숲길에는 숲 속 작은 도서관도 있었다. 나무 숲은 지금 세대에게도 축복이지만,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귀중한 유산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나무 사이로 수줍게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 소나무 냄새도 좋지만 바닥에 깔린 솔잎은 폭신폭신 걷는 느낌도 좋다. 

 

송정 해변에 있는 아이리스 스테이라는 모텔에서 푹 쉬어간다. 저렴한 숙소였지만 20여 Km를 걸은 일정을 마무리하고 쉬어가기 좋은 장소였다.

 

다음날 아침 송정 해변의 솔숲길을 이어간다. 솔숲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너무 아름답다. 소나무 아래에 어떻게 자리를 잡았는지 아카시 나무들이 존재를 뽐내고 있다.

 

솔숲의 조각 작품들도 아침 걷기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커다란 반지 조각에 손을 내민 옆지기. 솔숲에서 조각 작품들을 감상하며 시작하는 걷기가 기분을 가볍게 한다. 

 

잠시 송정 해변으로 나가 바라본 북쪽과 남쪽의 전경이다. 북쪽으로는 커다란 호텔이 서 있는 강문 해변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아득히 멀리 안인항의 화력발전소 하역 시설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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