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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교를 통해서 연곡천을 건너자마자 내륙 방향으로 들어갔던 해파랑길은 숲길을 통해서 영진리 고분군을 들러 다시 영진리 해변으로 나온다. 영진 해변부터 주문진항까지 계속 해변을 따라가는 길이다. 가는 길에 도깨비 촬영지인 방사제도 지난다.
마산길 큰 도로변을 걷다가 바우길과 해파랑길 표지판이 있는 산길로 진입한다. 입구에 있는 커다란 소나무에 빨간색과 흰색 페인트 표식을 보니 몇 해 전 TMB 걷기에서 우리 부부의 생명줄 역할을 했던 바위 위 표식들이 생각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경로에는 보통 주기적으로 표지판이 세워져 있지만 조금 어렵거나 위험해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경로인 경우에는 표지판 대신 바위나 조금 큰 돌에 빨간색과 흰색으로 줄을 표시해 놓아서 사람들로 하여금 길을 잃지 않도록 한다. 누군가 이곳이 트레킹 경로임을 표시해 놓은 모양이다. 가끔 숲 속에서 페인트로 표시하거나 색끈으로 표시된 나무를 만나게 되는데 산림청에서는 흰색은 경계 표시로 빨간색은 제거목, 노란색은 미래목이라 하여 장기적으로 키울 나무를 표시할 때 사용한다고 한다. 트레킹 경로 표식처럼 흰색, 빨간색 줄을 나란히 표시하지는 않는다.
초반에 조금 가파르기는 하지만 높지 않은 구릉이므로 무리는 없다. 얼마 가지 않아 영진리 고분군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1993년 7번 국도 확장 공사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무덤과 유물들이 출토되었는데 삼국 시대부터 통일 신라 시대에 걸친 것들로 파악한다고 한다.
산책로 중간에 여러 기의 석실묘를 만나게 된다. 7번 국도 건너편 연곡면 사무소 인근에도 방내리 고분군이 있다.
영진리 고분군이 있는 구릉의 숲길은 듬직한 나무들이 강렬한 태양을 막아주는 걷기 좋은 산책로였다. 구릉 정상부 능선에서는 연곡면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7번 국도를 볼 수 있다.
구릉을 내려오면 해안로와 이어지는 홍질목길을 따라 해안을 향해서 걷는다. 홍질목길이라는 길 이름이 독특한데 홍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가는 길목이라고 예부터 불려 왔다고 한다.
솔숲 사이로 지나는 홍질목길. 길은 아름답고 좋지만 이길로 숲이 더 파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홍질목길은 이번에는 길 양쪽으로 조릿대 숲과 함께 한다. 여기로 오는 길 중간에는 "홍질목"이라는 이름의 추어탕집이 있는데 추어탕을 시키면 갓 지은 감자밥이 같이 나온다고 한다. 아침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지나칠 수밖에 없었지만 점심시간 근처였다면 추어탕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분명 한 뚝배기 했을 것이다. 영진 1길 위로 지나는 해마교를 지나 길을 이어간다.
홍질목길 끝에서 해안로를 만나면 좌회전하여 해안로 도로를 따라 걷는다.
해안로로 나와서 바라본 영진 해변의 북쪽과 남쪽의 풍경이다. 북쪽으로는 멀리 주문진항이 눈에 들어온다.
영진 해변에는 해안로와 분리된 데크길이 있어서 편안하게 해변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었다. 완만한 해안선과 깊지 않은 물 깊이로 가족 단위 피서객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이다.
깨끗하고 기다란 백사장 뒤로 주문진의 모습이 가까워진다. 그렇지만, 뙤약볕 아래서 해안선을 따라 걷기란 쉽지 않다. 입술은 바싹바싹 마르고, 발바닥은 불이 붙은 것 같다.
영진 해변 데크길에는 다양한 문구가 적힌 팻말이 걸려 있는데 그중에 제일 공감이 된 말은, 아니 그랬으면 하는 말은 "걸으면 장수한다"이다. 오래 살기보다 병원 신세 지지 않고, 제약사 배불리지 말고 구구팔팔이삼사 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99세까지 88 하게 살고 2, 3일 앓다가 4일 만에 죽는 바람은 욕심일까?
강북 공설 운동장, 주문진 하수 처리장과 이어지는 하천을 궁개교를 통해서 건넌다. 해안로 도로변 길을 걷는다.
케이블 TV 없이 지상파 방송만 보는 필자의 경우도 도깨비라는 드라마를 일부 본 적도 있지만 국내 촬영지가 사람들로부터 인기가 있는 것은 처음 대한다. 캐나다 퀘벡을 배경으로 했다는 정도는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바닷가 촬영지에서 평일인데도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 커플이 한둘이 아니다.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낚시를 소재로 방송이 한창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해안선과 수직으로 설치한 방사제 위에서 드라마 주인공처럼 포즈를 취하고 셀카 찍기 열심이다. 주문진 방사제가 여러 개라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데, 평일이라 이 정도지 주말이면 북새통이겠다 하는 생각에 입속에 헛헛한 웃음을 가득 머금게 된다.
주문진항으로 향하는 길, 거대한 주문진 방파제가 수평선을 대신한다.
신리하교를 통해서 신리천을 건너간다. 다리 위에 설치된 조형물은 사람 다리인가? 대게 다리인가? 하고 궁금했지만 알고 보니 돌고래와 부메랑을 형상화한 것이다. 소원을 빌며 이 다리를 건너면 좋은 일이 성취되어 되돌아오길 바라는 의미라고 한다.
신리하교를 건너면서 바라본 신리천의 하구인 주문진항 방파제의 모습과 상류 쪽으로는 철제 신리교의 모습이 보인다. 항구가 온통 콘크리트 투성이 인데 다리 난간에 설치한 꽃들이 그나마 숨통을 트여준다. 신리천은 1,012미터 철갑령에서 발원하여 주문진을 남북으로 가르며 동해로 흘러가는 하천으로 예전에는 신리천 주위로 돼지 축사들이 밀집되어 있어 오수와 악취가 심했다고 한다. 2천 년대로 들어서면서 생태 복원 사업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이제는 신리천 주위로 산책로가 조성되는 등 주민들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수질이 좋아진 요소 중에 하나는 방파제에 있는데 해수 교환 방파제로 해수가 항구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한 것이 유효했다고 한다.
신리하교를 건너면 주문진항 방면으로 직진한다. 큰 항구답게 규모가 큰 배들이 수리 중이다. 그렇지만 주문진항은 무역항도, 국가 어항도 지방 어항도 아니고 연안 항만이다.
공식적인 대규모 어항이 아니지만 수산 시장만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인근에 1일 6일에 열리는 전통 시장도 있고 주문진 종합 시장, 주문진 건어물 시장, 주문진 어민 수산 시장까지 엄청난 규모의 상권을 자랑하는 곳이다. 신혼여행 때 아내와 함께 오징어회를 먹었던 곳도 이곳이다.
해파랑길은 해안로 도로를 따라 직진하면 되지만 주문진 어민 수산 시장을 잠시 들렀다 가기로 했다. 좌판임에도 깨끗하고 깔끔한 시장의 모습이 좋았다. 싱싱한 회 접시 하고 가면 좋으련만 싱싱한 해산물들 앞에서 입맛만 다셨다.
시장을 지나면 주문진 파출소 앞에서 좌회전했다가 바로 우회전하여 주문진 등대로 이어지는 등대길 입구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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