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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모산봉을 내려가면 7번 국도 아래를 통해서 강릉 시내로 진입한다. 경포 중학교와 강릉교육청을 지나서 단오공원을 들러 인도교를 통해 강릉 남대천을 건넌다. 남대천을 건너면 아기자기한 명주동 골목길을 걷게 된다.

 

105미터의 모산봉을 내려가면서 해파랑길 38코스를 이어간다. 산을 내려가는 길에도 등산복을 차려입으시고 산책 나오신 어르신들을 여러분 만날 정도로 인기 있는 산책로였다. 장현 저수지 인근에서 모산봉 아래까지 이어진 숲길은 정말 아름다운 산책길이었다. 

 

산을 내려온 해파랑길은 7번 국도 아래의 굴다리를 통해서 강릉시 유산동의 마을길로 들어간다. 

 

정오에 가까운 시간, 봄 햇빛이 강렬하다. 숲 속 산책길을 걷다가 그늘 하나 없는 오르막길을 걸으니 고역이 따로 없다. 주먹만 한 그늘이라도 있으면 발걸음을 옮겨 걷는다. 

 

유산골길 오르막 끝에서 모산로 도로를 만나는데 이곳에서 좌회전하여 얼마간 걷다가 경포 중학교와 노암 초등학교 표지판을 보면서 우회전하여 노암동길을 걷는다. 유산동에서 노암동으로 넘어간다.

 

노암동 초입에 경포 중학교와 노암 초등학교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다. 커다란 나무들이 울타리처럼 학교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경포 중학교에는 야구부가 있어서 그런지 길 쪽으로는 그물이 처져 있었고 한참 그물 보수공사 중이었다. 중학교부터 성인야구장의 규격에 따라 경기를 한다고 하니 중학교 야구 선수라 하면 경기 모습으로는 이미 어린아이 티를 벗는 것 아닌가 싶다.

 

경포 중학교 바로 앞에는 4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노암 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길 쪽으로는 커다란 나무들이 울타리처럼 경사면 위로 우뚝 서있고 마사토가 깔린 운동장은 교실보다 낮게 배치되어 있는 전형적인 학교 운동장 모습이다. 초등학교 교정을 바라보면 늘 마음이 푸근해져 온다. 아마도 마음을 젖히고 들어오는 추억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약육강식의 무한 경쟁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껏 뛰고,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가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교육이 바뀌면 사회가 바뀔 텐데 하는 생각도 하지만 사회와 정치가 바뀌어야 교육이 바뀐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노암 육교를 지나 노암동 길을 계속 걸으면 얼마 가지 않아 강릉 교육청을 만난다. 교육청 앞에는 강릉 교육 문화관이 있어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다.

 

검은 오죽이 심어진 강릉 교육 문화관 앞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며 만나는 풍경은 주말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을 방문한 젊은 엄마 아빠들의 모습이었다. 공공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최대한 누리고 사는 지혜로운 현대인의 모습 아닌가 싶다. 물론 이런 좋은 시설이 있어도 그저 생계에 떠밀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강릉 교육 문화관의 모토인 "모두를 위한 교육"처럼 그들도 이런 서비스만큼은 누리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누구에도 차별이 없는 대표적인 공공 서비스이니 말이다.

 

화장실 때문에 도서관 내부에 잠깐 들어갔었는데 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소장 도서만 19만 권에 이를 정도로 방대했고, 어린이 자료실, 북카페, 강의실을 비롯한 다양한 시설이 있었다.

 

강릉 교육 문화관을 지나서 아파트 단지 옆길을 따라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가면 큰길 너머로 단오 공원을 만난다.

 

중요 무형 문화재 제13호인 강릉단오제를 위해 2008년 커다란 아스팔트 주차장이었던 공간에 공원을 조성했다고 한다. 옛날 사진을 보면 이 근처는 나무 하나 없는 휑한 공간이었는데 10여 년 만에 나무 그늘이 풍성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키가 큰 이팝나무가 그늘도 주지만 하얀 꽃을 피워서 향기와 함께 볼거리도 던져 주고 있다.

 

이팝나무는 꽃이 밥알(이밥)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은은한 향기가 아주 매력적이다. 꽃이 풍성하면 그해는 풍년을 예상했다고 한다. 물이 풍부해야 꽃을 많이 피우는 것과 연관이 있는 모양이다. 하얀 꽃을 피우는 비슷한 나무로 조팝나무가 있는데 조팝나무는 키가 작은 관목이다.

 

단오 공원 앞에 있는 음식점을 지나는데 큼지막하게 적힌 열무국수 문구를 보고는 옆지기와 먹고 가자고 의기투합했다. 여름이 온 것도 아닌데 벌써 입맛은 열무국수가 당겼나 보다. 맛은 추천할 만큼 훌륭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생전 처음 민들레 나물을 먹어 보았다. 집에서는 활용한다면 효소를 담그는 데 사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닭 먹이로 주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나물로 먹을 수 있다니 우리에게는 생경한 음식이었다. 많이 쓰지도 않고 먹을만했다.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새로운 식재료가 발견된 것이다.

 

바우길과 해파랑길은 강변로 아래 지하도를 통해 남대천으로 가지만 우리는 그만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해서 직진하여 큰길로 길을 건너야 했다. 횡단보도가 있기는 하지만 신호등이 없어서 조금 위험했다. 단오 공원을 지나 직진하지 말고 단오 공원과 강릉 단오제 전수 교육관 사이로 우회전하면 강변로 아래로 지나는 지하도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지하도로 가도 지상 횡단보도를 건너도 모두 창포 다리에서 만난다.

 

길은 창포 다리를 통해서 남대천을 건넌다. 단오에는 우리나라 전국적으로 창포물에 머를 감는 풍습이 있었는데 그 창포를 다리 이름에 붙인 모양이다. 물웅덩이에 사는 창포를 삶은 물로 머리를 감으면 창포 특유의 향기가 잡귀를 쫓고 머리에 윤기가 난다고 그런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모내기를 끝내고 잠시 쉬어갔던 조상들의 지혜가 단오에 있지만, 도시화와 기계화된 농업 등으로 옛 농촌에서 즐기던 단오만큼의 의미는 없어지지 않았나 싶다. 고된 노동 뒤에 오는 꿀맛 같은 단오의 휴식은 고된 노동을 한 사람이 가장 잘 느끼는 것이므로 단오의 의미가 점점 더 퇴색되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 아닌가 싶다. 창포 다리 포토존에서 흔적을 남기고 길을 이어간다.

 

창포 다리에서 바라본 강릉 남대천의 상류 쪽 모습과 하류 쪽의 모습이다. 태백산맥의 만덕봉(1,035m)과 대화실산(1,010m) 사이 강릉시 왕산면에서 발원하여 강릉 시내를 가로질러 남항진에서 동해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창포 다리를 건너고 이어서 횡단보도로 제방로를 건너면 강릉시 남문동 마을길로 들어가게 된다.

 

옛 주택들과 연립 주택들이 이어져 있는 남문동 골목길을 지나 계속 북쪽으로 직진하면 명주동 골목길로 들어서게 된다. 한참 엄마에게 떼쓰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진 담벼락에서 잠시 미소 지어 본다. 아이가 저 나이일 때가 키우기는 힘들지만 가장 이쁠 때가 아니었나 싶다. 

 

작은 벤치와 화단, 벽화까지 아름다운 명주동 골목길로 들어왔다. 꽃구경, 벽화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느릿느릿 걸었던 골목길이었다.

 

골목에 걸린 "시나미, 명주 나들이"라는 플랑카드에서 왜 이 골목이 이런 모습인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시나미는 천천히, 느리게를 뜻하는 강릉 사투리이고 명주동은 강릉의 구도심이다. 구도심을 단장하여 관광객이 명주동의 일상과 문화를 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체험하면서 잠시 강릉 사람이 되어보는 생활 관광 프로그램이 "시나미, 명주 나들이"인 것이다. 재개발과 돈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구도심을 아름답게 가꾸고 보존하려는 노력은 참 좋아 보였다. 강릉의 옛 이름은 고구려, 신라 때는 아슬라(阿瑟羅) 였다고 하고 통일 신라 시대 경덕왕 때 명주라 불렸는데 명주동은 그 옛날 강릉의 중심지가 이곳이었음을 이름 통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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