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앵강 다숲길과 함께 하고 있는 남파랑길 42코스는 독특한 분위기의 미국 마을을 지나 임도와 숲길로 송등산 아랫 자락의 용소리를 걷는다. 남해군 이동면 용소리를 지나면 남면 당항리로 접어들면서 월포 해변에 닿는다. 미국 마을의 전경은 집집마다 나름의 개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미국의 고급 주택 단지를 보는 느낌을 준다. 앞서 방문했던 독일 마을과 비교하면 상업성의 파고가 이곳까지 밀려들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 한적한 느낌이다. 22 가구의 주택과 민박형 펜션들로 이루어져 있으니 단출하다. 남파랑길은 미국 마을 위쪽의 수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북쪽으로는 호구산이 바람을 막아주고 남쪽으로는 앵강만 바다와 김만중의 노도를 바라볼 수 있는 곳, 마을 위로는 용문사 계곡이 있고 마을에 작은 저수지..
진주에서 하룻밤을 쉬고 남해 터미널을 거쳐 "금평" 정류장에 버스를 내렸다. 다시 시작하는 남해 걷기는 신전 마을 해변을 돌면서 내륙으로 들어가 호구산 군립 공원을 향해 산을 오르다가 호구산 아랫 자락의 임도를 걸어 미국 마을에 이른다. "금평" 버스 정류장에 내려 남파랑길 42코스의 시작점인 남해 바래길 탐방 안내 센터로 가는 길은 해무가 가득하다. 봄 농사를 준비하는 분주함이 느껴지는 3월 중순의 남해는 이른 아침의 서늘함과 봄기운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앵강만, 앵강다숲 마을의 이름에 들어가는 꾀꼬리 앵(鶯)가 워낙 인상적이어서 인터넷에 실제 꾀꼬리의 모습을 찾아보니 참새목 꾀꼬리과로 4월 무렵에 우리나라를 찾는 여름 철새라고 한다. 이름과 소리만큼이나 노란색의 특이한 몸체를 가졌다. 꾀꼬리 소리를 ..
천하 몽돌 해변에서 시작한 남파랑길 41코스는 서포 김만중의 노도로 건너갈 수 있는 벽련항과 원천항을 지나 앵강만 가장 안쪽에 위치한 앵강 다숲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노도로 향하는 여객선이 남기는 벽련항의 흰 물결을 뒤로하고 앵강만 안쪽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바다 건너편으로는 남면의 설흘산이 존재를 뽐내고 있다. 원천포구로 향하는 길, 도로변을 걷기 시작하며 남해 바래길은 어김없이 한 줄 서기를 안내하고 있다. 서포 김만중은 서포 밥상을 받아 보았을까? 하는 우스개 상상도 해본다. 도로변을 걷는 길, 도로변에는 녹나무가 푸른 잎을 견디고 있다. 상록 활엽수가 겨울에도 잎을 견디고 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은 남해라서 가능한 모습일 것이다. 길은 남해군 상주면에서 이동면으로 넘어간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대량 마을과 소량 마을을 거쳐 두모 마을에 도착한 남파랑길 41코스는 두모 마을의 해변을 돌아 진등산 자락의 숲길을 걸어 노도로 건너가는 배를 탈 수 있는 벽련 마을에 이른다. 남파랑길 걷기에서 반가운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버스 정류장이다.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장소 인근이야 가끔씩 벤치도 있고, 화장실도 있지만 그 외의 구간에서는 적절한 쉼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가끔씩 위로가 되어 주는 공간이 바로 시골의 버스 정류장이다. 동네 어르신과 자리를 두고 고민할 일도 없다. 가끔 의도치 않게 친절한 버스 기사님이 아는 척하실 때 조금 민망한 것은 사실이다. 두모 마을 정류장에서 잠시 쉬었다가 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마을길을 통해 길을 이어간다. 두모 마을로 내려가는 가..
아름다운 미항 여수를 지나고 광활하고 환상적인 순천만을 지나온 남파랑길 걷기는 어느덧 순천을 지나고 보성군 벌교로 들어간다. 여수 가서 돈자랑하지 말고 벌교 가서 주먹 자랑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벌교를 이번에 간다. 벌교는 꼬막으로도 유명하지만 소설 태백산맥의 주 무대이기도 하다. 평소 같으면 먼 거리를 이동하므로 4일 정도의 여정으로 일곱 여개의 코스를 걷는 게 보통이었지만 이번에는 직장을 잠시 쉬고 있는 딸이 동행하므로 이틀간 두 개의 코스만 걷기로 했다. 어렵지 않지만 두 코스 모두 20Km가 넘는 긴 거리로 결코 만만하지 않다. 평일에도 매진이 많은 구간인데, 다행히 천안에서 순천까지 이동할 수 있는 기차 편을 예매할 수 있었다. 요즘은 무궁화호에서도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어서 긴 여..
천황산 자락의 숲길을 걸어온 남파랑길 41코스는 구운몽의 김만중이 생을 마감한 노도를 바라보며 대량 마을, 소량 마을을 지나 오지방 고개를 넘어서 두모 마을에 이른다. 이제는 남해 읍내를 향해 북쪽으로 이동한다. 대량동 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소나무 숲 아래로 깎아지른 바위 절벽, 새파란 바다, 한려해상 국립공원 끝자락에 외롭게 서 있는 소치섬, 바다색과 겨우 구분이 되는 하늘과 수평선까지 훌륭하다. 적막함을 깨며 하얀 물결을 남기고 지나가는 어선 한 척의 모습도 귀중한 풍경의 일부다. 대량동 마을 언덕배기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은 아늑하게 자리 잡은 대량동 마을 앞으로는 노도가 그 뒤로는 남해군 남면의 설흘산이 우뚝 서있는 모습이다. 마을 안으로 관통하는 길이 있지만, 남파..
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2월의 마지막날을 상주 은모래 해변에서 시작하여 어제저녁 공산과 비산 자락의 해안 산책길을 걸은 것처럼 유망산, 산불암산, 천황산 자락의 해안 산책길을 걸어 대량동 마을에 이른다. 어제 휴식을 취한 곳은 소빈 펜션이었다. 어둑해져 숙소에 도착했더니 주인도 없고 건물 전체가 캄캄해서 당황했던 경험이 있었다. 주인과 통화하며 방을 찾아간 독특한 경험이 있었던 숙소였다. 다음날 아침 은모래 해수욕장에 나오니 어제저녁에 본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항아리처럼 둥글게 들어와 있는 해변 앞바다에는 목도와 승치도가 자연 방파제처럼 서있다. 깨끗하게 잘 정비된 은모래 해변을 보니 피서철이면 사람들로 넘쳐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해안 솔숲도 일품이다. 웬만한 해수욕장에서는 보기 ..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씩 리눅스 가상 머신을 설치하다 보면 비슷한 과정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간단한 내용이지만 버추얼박스(VirtualBox)에 리눅스 가상 머신 설치하기를 글로 남겨 놓을까 한다. 1. 버추얼박스(VirtualBox)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기 버추얼박스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https://www.virtualbox.org/에서 다운로드하여 설치한다. 그런데, 이전 버전을 설치하고 있다면 최신 버전으로 설치할 것을 권장한다. 필자처럼 이전 버전을 사용하다가 힘들게 다운로드한 2GB가 넘는 시스템 이미지가 무용지물로 변할 수도 있다. 이전 버전의 버추얼박스로 사용했던 시스템 이미지를 높은 버전의 버추얼박스에서 사용한다고 동작하지 않는 문제는 없다. 필자의 경우 우..
천하 마을 입구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 41코스는 천하 몽돌 해변을 지나 금포 마을을 가로질러 해안 산책길을 거쳐 은모래 해수욕장에 닿는다. 1백 미터 내외의 공산과 비산 자락의 해안 산책길을 걷는데 길이 험한 편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천하 마을을 가로질러 해변으로 나왔다. 천하 마을 입구에서 남파랑길 40코스를 마무리한 다음에는 원래 계획으로는 오늘 하루에 걸었던 거리가 워낙 길었으므로 버스를 타고 은모래 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가 다음날 다시 버스를 타고 이곳에 와서 41코스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계신 옆지기께서 그냥 가보자고 하신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닥칠 미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그저 평탄한 길이겠거니 했다. 동네 가게에서 생수를 사면서 주..
내산 저수지를 지나 편백 나무 숲 사이의 대기봉 임도를 걷는 길은 고도 약 250미터 내외 임도를 통해서 가마봉과 금산 자락 사이에 있는 고개를 넘는다. 고개를 넘어 임도를 한참 내려가면 남해도의 가장 남쪽인 미조면의 해안에 도착하는데 천하 마을 입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편백 휴양림이 있다고 해서 편백나무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임도 인근으로는 커다란 삼나무들도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편백 나무, 삼나무와 함께 소나무 군락, 단풍나무 군락도 있다고 한다. 편백 나무와 삼나무의 비중은 50퍼센트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삼나무의 수형은 확실히 편백 나무와 차이가 있다. 쭉쭉 뻗은 나무들을 찍으려니 사진을 세워서 찍을 수밖에 없다. 편백 나무와 삼나무를 감상하며, 아! 좋다를 연발하는데, 이번에는 소나무..
꽃내, 화천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던 남파랑길 40코스는 내산 저수지 감싸고돌아 대기봉 임도로 들어선다. 임도로 가는 길에서는 바람 흔적 미술관, 나비 생태 공원 입구, 남해 편백 자연 휴양림 입구도 차례로 지난다. 내산 저수지로 가는 길 우측으로는 내산 마을이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다. 예전에는 봉촌이라고 부르던 마을이다. 내산 마을 뒤로 병풍처럼 서 있는 산은 남해의 그 유명한 금산(705 미터) 자락이다. 젊은 시절 혼자서 다녀갔던 금산인데 이제는 기억의 조각만 남고 가물가물하다. 서울에서 머나먼 이곳까지 어떻게 왔었는지...... 높은 수로를 따라 시선을 앞으로 두면 드디어 내산 저수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내산 저수지 바로 앞의 한적한 공원을 지나 이제는 마을길을 통과하여 저수지 우측길을 오른다. ..
물건리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 40코스는 평일에도 사람들로 붐비는 독일 마을을 관통하며 국수산 자락의 언덕을 넘어간다. 언덕을 넘어가면 남해 편백나무 휴양림에서 흘러 내려오는 꽃내라는 별칭이 있는 화천이 계곡에 만들어 놓은 들판을 걸어 남쪽으로 향한다. 물건 마을 정류장 옆에 세워진 남파랑길 표지판을 보고 표지판 앞의 길을 건너 독일 마을로 진입한다. 남해에 들어서면서 만난 남해 바래길 표지판은 이제 남파랑길과 형제처럼 보인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마을 풍경에 왠지 해외여행이라도 온 것 같은 들뜬 느낌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한글 간판만 없다면 알프스의 북적이는 스키 마을 입구처럼 보이기도 한다. 독일은 아니지만 TMB를 시작했던 프랑스 샤모니나 스위스의 마을 풍경을 보는 듯하다. 독일 마을 방문을 환영한..
작년 가을부터 시작한 남파랑길 걷기가 이제 해가 바뀌어 봄의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농번기도 앞두고 있고 바쁜 일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걷기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지난번에 처음 이용한 서대전역을 통한 기차 이동을 이번에도 사용하려고 한다. 돌아보면 지리산 둘레길 걷기를 위해 이용했던 기차를 타고 구례구를 지나쳐 종점인 여수 엑스포역까지 가는 방법이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순천역을 통해서 서대전으로 이동한다. 지난번에 알아둔 서대전역 인근 무료 공영 주차장에("남파랑길 48~54코스 걷기 계획 세우기" 참조) 자동차를 세워두고 막차로 여수로 이동한다. 퇴근 이후 시간을 감안하면 열차 후보가 많지 않다. 여수역에 도착하면 55코스 시작점인 여수 해양 공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여수 인 모텔"에서 몇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