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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리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 40코스는 평일에도 사람들로 붐비는 독일 마을을 관통하며 국수산 자락의 언덕을 넘어간다. 언덕을 넘어가면 남해 편백나무 휴양림에서 흘러 내려오는 꽃내라는 별칭이 있는 화천이 계곡에 만들어 놓은 들판을 걸어 남쪽으로 향한다.

 

물건 마을 정류장 옆에 세워진 남파랑길 표지판을 보고 표지판 앞의 길을 건너 독일 마을로 진입한다. 남해에 들어서면서 만난 남해 바래길 표지판은 이제 남파랑길과 형제처럼 보인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마을 풍경에 왠지 해외여행이라도 온 것 같은 들뜬 느낌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한글 간판만 없다면 알프스의 북적이는 스키 마을 입구처럼 보이기도 한다. 독일은 아니지만 TMB를 시작했던 프랑스 샤모니나 스위스의 마을 풍경을 보는 듯하다. 

 

독일 마을 방문을 환영한다는 표지판에 쓰인 독일어를 보니 그토록 매스컴을 통해서만 만나왔던 독일 마을에 온 것이 실감이 나지만, 상업화의 파고가 언덕에 자리한 이 마을도 휩쓸고 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 한편으로  씁쓸함이 밀려온다.

 

1960년대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을 위해 남해군이 부지를 마련하고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로 갔던 분들에게 분양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1999년에 처음 시작한 사업으로 김두관 경남 지사 당시 독일을 돌며 설명회를 가졌고, 2003년에 입주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파독 교민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살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주민들은 독일에서 자재를 들여와 집을 짓고, 민박이나 펜션을 운영하면서 여생을 살아가게 되었는데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남해의 핵심 관광지가 된 것이다.

 

해안으로 천연기념물을 품고 있는 물건리에 자리한 독일 마을이 인기를 얻자, 다른 지방 자치 단체에서도 유사한 시도를 했지만 남해만큼의 이목을 끌지는 못하고 있다. 아름다운 풍광도 복사해서 붙일 수는 없을 것이다.

 

평일임에도 독일 마을은 골목골목이 사람들로 넘쳐 났다. 남파랑길이 마을 외곽으로 길을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사람들을 마주쳐야만 했다. 고객 너머 마을 입구의 넓은 주차장에서는 차량을 통제하시는 아저씨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평일인데도 이 정도라면 주말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니 억! 소리가 날 정도이다.

 

독일 마을을 지나 고개를 넘어서면 봉화 2리 방향으로 내리막길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도로변을 걷지만 넓은 갓길 덕분에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경로이다. 길 이름도 독일로이다.

 

독일로 도로를 따라 내려가는 길, 바로 우측 계곡으로는 다랭이 논들이 이어진다. 지금은 녹음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다랭이논을 보면 산비탈을 깎고 돌담을 쌓으며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온 정성을 쏟아부었을 선조들의 땀이 절로 그려진다. 

 

독일 마을의 고개를 지나 봉화 2리로 가는 독일로 도로변 걷기는 도로를 따라 걷기는 하지만 넓은 갓길 덕분에 편안하게 길을 이어갈 수 있는 곳이다. 터덜터덜 걸어도 발이 자연스레 걸어지는 경쾌한 내리막길이다.

 

독일로 도로를 지나 화천을 만나면 좌회전하여 꽃내, 화천을 따라 산책길을 걷는다. 꽃내라는 이름은 불러도 불러도 이쁘고 정겹다.

 

화천 건너면 호곡산을 보면서 산책로 걷기를 이어간다. 음지교를 만나면 다리를 건너 화천 건너편 산책로에서 길을 이어간다.

 

하천 건너편 산책로에서 길을 이어가는데, 잘 정비된 산책로에는 쉬어 갈 수 있는 벤치도 있었다. 앉는 자리에 태양광 발전 블록이 있어 발전을 할 수 있는 벤치로 배터리에 저장한 전기는 조명이나 USB 충전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우리와 같은 걷기 여행자에게는 쉴 자리로도 좋고 쉬는 동안 충전도 할 수 있으니 매력 만점의 의자였다. 2월 말이라 그런지,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을 즐겁게 맞으며 잠시 쉬어간다.

 

기다란 하천이 흐르는 모습을 계속 보면서 걷다 보면 이곳이 과연 섬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남해도는 정말 큰 섬이다. 

 

둑방길이 없어 도로변을 걷는 경우에는 나름 안전한 보행로도 마련해 놓았다.  남파랑길이 남해 바래길과 함께 가는 혜택이라면 혜택이 아닌가 싶다.

 

꽃내 둔치에 만들어진 공원에는 웃음 별곡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화천 꽃내 별천지 계곡, 이름도 훌륭하고 풍경도 훌륭하다. 유배 문학을 보고 느끼는 곳이라는 안내 문구가 있었다. 남해로 유배온 2백 명이 넘는 문학가들을 기념하는 남해 유배 문학관도 있으니 유배 문학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니다. 바위 절벽을 바라보며 서 있는 대형 인형을 멀리서 보니 진짜 사람 같다.

 

아이들 모양의 조형물은 절벽을 보며 서 있는 한쌍의 아이들인 모양이다. 남해 별천지 프롬나드 안내도라는 이름의 안내판이 서 있었는데 프롬나드(promenade)는 산책길이라는 의미이다.  지금 우리가 남파랑길 40코스로 걷고 있는 길과 일치한다.

 

화천 따라 이어지는 산책길 앞으로 남해 양 떼 목장이 보인다. 목장 뒤로 서있는 산의 이름은 431미터의 무등산이다. 국립공원이자 수박으로 유명한 광주 무등산(無等山, 1,187미터)과 같은 이름이다. 양마르뜨 언덕, 독일 마을 양모리 학교 등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잠시 폭 좁은 인도를 걷기도 하지만 꽃내를 따라가는 산책길은 햇살 맞으며 걷기 좋은 길이었다.

 

길은 잠시 화천이 만들어 놓은 모래톱에 조성한 공원을 들러서 간다.

 

공원 빠져나오면 다시 둑방 산책길을 이어간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평야길은 멍 때리며 걷기 좋은 길이다.

 

계곡으로 이어지는 넓은 평야로는 봄 농사 준비가 한창이다. 아무래도 감자를 심으시는 모양이었다. 남해에서는 홍감자와 멕시코 감자와 같은 특이한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많다는데 이곳에 심는 것이 무엇인지는 이제 심고 있으니 알 길이 없다. 농민이 메어 놓은 흑염소 한 마리는 주인이 던져준 늙은 호박을 먹느라 정신이 없다.

 

바닥이 드러난 하천 바닥을 보니 온통 바위 투성이다. 

 

이번에는 다시 화천을 건너 하천 건너편에서 길을 이어간다. 시작점에서 4.7Km 정도 걸었다.

 

건너편 둑방길로 넘어오니 삼동 내산 친환경 농업 단지 표지판과 함께 경지 정리가 된 넓은 논들이 이어진다. 무농약으로 벼를 재배한다고 한다. 바로 위로는 내산 저수지도 있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관광지도 있으니 깨끗한 환경에서 벼를 재배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우렁이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유기질 비료와 쌀겨를 사용하는 친환경 농업을 한다고 하니 농민도 살고 환경도 지키는 모습이 보기 좋다.

 

길은 다시 하천을 건너서 건너편 둑방길을 걷는다. 내산 저수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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