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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내, 화천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던 남파랑길 40코스는 내산 저수지 감싸고돌아 대기봉 임도로 들어선다. 임도로 가는 길에서는 바람 흔적 미술관, 나비 생태 공원 입구, 남해 편백 자연 휴양림 입구도 차례로 지난다.

 

내산 저수지로 가는 길 우측으로는 내산 마을이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다. 예전에는 봉촌이라고 부르던 마을이다. 내산 마을 뒤로 병풍처럼 서 있는 산은 남해의 그 유명한 금산(705 미터) 자락이다. 젊은 시절 혼자서 다녀갔던 금산인데 이제는 기억의 조각만 남고 가물가물하다. 서울에서 머나먼 이곳까지 어떻게 왔었는지......

 

높은 수로를 따라 시선을 앞으로 두면 드디어 내산 저수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내산 저수지 바로 앞의 한적한 공원을 지나 이제는 마을길을 통과하여 저수지 우측길을 오른다.

 

마을길 입구에 서있는 멋있는 소나무 한그루가 이 동네가 참으로 유서 깊은 곳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 근처에는 서당터도 있다고 한다.

 

조용한 마을길을 지나 저수지 우측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오래된 돌담이 남아 있는 마을이다.

 

내산 저수지는 남해군에서 가장 큰 저수지인 만큼 헉헉 거리며 오르막길을 얼마간 걸어야만 한다.

 

도로를 걸을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한 줄로 걷기 안내판. 남해 바래길은 도보 여행자에게 참으로 친절한 길이다.

 

드디어 내산 저수지 위로 올라왔다. 가을이면 단풍으로 황홀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고 하는데 2월 말의 내산은 고즈넉함만이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단풍은 없지만 산으로 둘러싸인 내산 저수지의 풍광은 그 자체로 훌륭하다. 섬 안에서 이렇게 큰 규모의 저수지를 만날 수 있다니, 그저 감탄의 연속이다.

 

저수지 주위를 돌아가는 길, 이제부터는 금암로 도로변을 걸어서 남해 편백 휴양림 입구까지 걸어간다. 우측 전면으로는 바람 흔적 미술관도 보인다.

 

바람 흔적 미술관은 바람을 주제로 한 설치미술가 최영호 작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무료이고, 무인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바람 흔적 미술관을 지나면 양쪽으로 대나무숲이 서있는 고개를 지나 길을 이어간다. 도로변으로 빽빽한 대나무숲을 보니 이곳은 도로가 생긴 이후에 조성된 숲이 아니라 아마도 원래 있던 대나무숲을 도로가 관통한 것 아닌가 싶었다. 

 

아무튼 대나무 숲을 지나면 나비 생태 공원 입구를 지난다. 나비의 성장 과정을 테마로 만든 공원이라고 한다.

 

저수지 안쪽에서 바라본 내산 저수지의 모습이다.

 

저수지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금암로의 끝자락은 길 자체가 아름답다.

 

호수변에 가지런히 세워놓은 표고목에는 표고들이 방울방울 맺혀있다. 늘 부러운 그림이다. 표고 재배를 업으로 삼고 계신 농민이 아니라면 내가 따서 먹을 수 있는 표고목이 있고 방울방울 맺혀 있는 표고버섯을 보는 즐거움이란! 상상만 해도 좋다.

 

저수지 깊숙하게 들어온 공간 길은 이제 남해 편백 휴양림으로 들어가는 길만 남았다. 

 

오후의 태양이 편백숲을 비집고 우리에게 눈부심을 선사한다.

 

길은 휴양림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서 좌회전하여 임도 방면으로 길을 잡는다.

 

임도로 가기 위해서는 돌다리로 개천을 건너야 한다. 맑은 물이 흐르는 개천을 만나니 알프스 개천에 발을 담그던 추억이 떠올랐다. 뜨거운 태양에 달궈진 몸과 발을 제대로 식힐 수 있는 기회를 만났다.

 

옆지기부터 양말을 벗고 한 발씩 시원한 물에 발을 적시며 뜨거운 발바닥에 제대로 된 휴식을 준다. 얼마나 좋던지, 발의 휴식이 주는 달콤함은 온몸으로 흐르기에 충분했다.

 

개천을 건너 임도로 들어서는데 무시무시한 안내문이 우리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앞으로 8Km 구간에 중간 탈출로가 없으니 늦은 시간에는 출입을 삼가라는 경고문에 피식 웃음이 지어진다.

 

호수 반대편의 임도를 걷는 길, 자갈 깔린 임도에서 완만하게 시작하는 오르막길에 들리는 소리는 자박자박 발자국 소리뿐이다.

 

편백 휴양림의 시설들은 만나 보지 못했지만 쭉쭉 뻗은 편백들과 함께하는 길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임도 옆으로 흘러내린 비탈을 보면 어떻게 저런 토양에서 저 큰 나무들이 뿌리를 내렸을까? 신기할 따름이다.

 

이제 근사한 풍경을 보여주었던 내산 저수지를 뒤로하고 대기봉 자락의 임도를 걷기 시작한다.

 

임도 양쪽으로 편백숲이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한 종류의 나무라고 지루하지는 않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에서 오래된 친구와 함께 길을 걷는 느낌이다. 피톤치드 방출량이 가장 많은 편백 나무들 사이를 지나는 까닭일지도 모르겠다. 여의도 1.5배의 산림에 백만 그루가 넘는 편백나무가 자라고 있다니 이곳을 스치는 바람마저 명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1970년대에 조림을 시작하여 국립 휴양림으로 개장한 것은 1998년이니까 우리가 걷고 있는 임도의 개설 연도는 한참 이후다. 산림을 꾸준히 가꾸어 가고 있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남파랑길 여행을 하면서 늘 마음에 깨닫게 되는 것이지만 나무 심기는 후대를 위한 투자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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