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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산 자락의 숲길을 걸어온 남파랑길 41코스는 구운몽의 김만중이 생을 마감한 노도를 바라보며 대량 마을, 소량 마을을 지나 오지방 고개를 넘어서 두모 마을에 이른다. 이제는 남해 읍내를 향해 북쪽으로 이동한다.

 

대량동 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소나무 숲 아래로 깎아지른 바위 절벽, 새파란 바다, 한려해상 국립공원 끝자락에 외롭게 서 있는 소치섬, 바다색과 겨우 구분이 되는 하늘과 수평선까지 훌륭하다. 적막함을 깨며 하얀 물결을 남기고 지나가는 어선 한 척의 모습도 귀중한 풍경의 일부다.

 

대량동 마을 언덕배기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은 아늑하게 자리 잡은 대량동 마을 앞으로는 노도가 그 뒤로는 남해군 남면의 설흘산이 우뚝 서있는 모습이다.

 

마을 안으로 관통하는 길이 있지만, 남파랑길은 대량동 마을 외곽을 돌아 해변으로 내려간다.

 

좌측으로는 수평선과 나란히 정박해 있는 대형 선박들을 보고, 우측으로는 대량동 마을을 감싸고 있는 천황산과 함께하는 길이다.

 

대량동 마을 외곽으로 도는 길에서 바라본 모습은 햇빛이 잘 들어오는 남향으로 산비탈에 돌을 쌓아 만든 밭들이 마을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돌담 위로 풀이 우거진 모습과 조금씩 무너져 내린 돌담을 보니 이 마을의 유서 깊은 역사를 가늠할 만하다.

 

크고 작은 돌들로 쌓아 올린 돌담이 버티고 있는 다랭이 밭에는 농민 한분이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2월에 봄맞이 준비를 하고 계신다. 다랭이 밭을 버티고 있는 돌을 쌓아 올린 선조들의 땀과 노력이 지금 한창 일을 하고 계신 저 농민 분에게도 이어져 있을 것이다.

 

길은 골목길을 돌아 마을 회관으로 향한다. 

 

해변으로 나온 남파랑길에서 맑고 투명한 바다를 보니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온다. 옛집들도 많지만 곳곳에 새로 지은 집들을 보니 마을에 새롭게 들어온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었다.

 

투명한 바닷물을 보며 감탄하는 것도 잠시, 언덕 위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가늠해 본다. 마을길을 돌아 상주로 도로로 올라가 도로를 따라 걷는다.

 

각종 생선을 말리는 풍경과 낚싯대를 둘러멘 강태공을 그린 벽화 앞에서 잠시 미소를 짓는다. 화가의 센스와 유머 감각이 돋보인다.

 

대량동 마을 버스정류장을 지나는데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유채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내가 꿀벌도 아닌데 꽃만 보면 시선이 가고 발길을 멈춘다. 척박한 땅이지만 조금 넉넉하게 심어 놓지!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길을 이어간다.

 

대량 마을 언덕에서 본 마을의 포구 모습도 건너편 노도와 먼바다의 모습도 참 좋다.

 

상주로 도로를 따라 이제는 대량 마을을 떠나 소량 마을로 향한다. 대량 마을 표지석에 큰 양아로 적어 놓았으니 소량 마을은 작은 양아인 모양이다.

 

바다가 만 형태로 들어오고 산아래에 정착할 공간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마을이 있다. 소량 마을도 서쪽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뒤로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는 아늑한 마을이다.

 

길은 소량 마을 포구로 내려왔다가 다시 상주로 도로로 올라간다. 이곳에도 외지인들이 하나둘 들어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소량 마을 정류장을 지나 다시 오르막을 오른다. 소량 마을에서는 산 사이로 상주 읍내와 연결되는 도로가 있다.

 

헉헉 거리며 오르막 길을 오르는데 갑자기 진한 향기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어디서 나는 향기일까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향기가 날만한 화려한 꽃은 없고 벌들이 윙윙 거리면서 꿀을 빨고 있다. 자세히 보니 향기의 원인의 회양목이었다. 꽃이랄 수도 없는 앙증맞은 꽃에서 감미롭고 진한 향기가 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위쪽 지방은 4월이 되어야 꽃을 피울 텐데 이곳은 2월인데 꽃을 피웠다. 회양목은 정말 끝내주는 향기를 가졌다.

 

 

향기는 남기지 못하지만 영상으로라도 회양목 꽃에 엄청나게 날아든 벌의 모습을 남겨본다.

 

아담한 포구와 다랭이밭이 인상적인 소량 마을을 뒤로하고 길을 이어간다.

 

오지방 고개라는 작은 고개를 넘어야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길이 뚫리지 않았을 때는 과연 대량 마을, 소량 마을 주민들은 어떻게 다녔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을 해본다.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야 세상 이야기라도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 힘들고 지루한 길을 달래주는 것은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었을 것이다.

 

오지방 고개를 넘으면 두모 마을과 함께 전면으로 노도가 보인다.

 

두모 마을도 내륙으로 만으로 깊게 들어와 포구를 두고 있는 마을이다. 펜션과 야영장도 있다. 이 도로를 따라가면 19번 지방도 남해대로와 만나니 교통편도 나쁘지 않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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