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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2월의 마지막날을 상주 은모래 해변에서 시작하여 어제저녁 공산과 비산 자락의 해안 산책길을 걸은 것처럼 유망산, 산불암산, 천황산 자락의 해안 산책길을 걸어 대량동 마을에 이른다.

 

어제 휴식을 취한 곳은 소빈 펜션이었다. 어둑해져 숙소에 도착했더니 주인도 없고 건물 전체가 캄캄해서 당황했던 경험이 있었다. 주인과 통화하며 방을 찾아간 독특한 경험이 있었던 숙소였다. 다음날 아침 은모래 해수욕장에 나오니 어제저녁에 본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항아리처럼 둥글게 들어와 있는 해변 앞바다에는 목도와 승치도가 자연 방파제처럼 서있다.

 

깨끗하게 잘 정비된 은모래 해변을 보니 피서철이면 사람들로 넘쳐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해안 솔숲도 일품이다.

 

웬만한 해수욕장에서는 보기 힘든 우람한 소나무들이 쭉쭉 뻗어 있는 훌륭한 해변을 가지고 있었다. 역시 나무는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훌륭한 사회적 자산이다.

 

해수욕장을 돌아서 길을 이어가는데 물 맑기가 장난이 아니다. 맑은 물과 솔 숲을 보니 다시 찾고 싶은 해수욕장 맞다.

 

상주 은모래 해수욕장 끝자락에서 해수욕장을 바라보니 우람한 소나무들이 즐비한 해변도 좋지만, 해변을 병품처럼 두르고 있는 7백여 미터의 남해의 명산, 금산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명산이라 할만하다.

 

길은 하천을 건너서 상주 비치 조형물 뒤로 보이는 건너편 길을 따라 올라간다.

 

길은 금산 자락의 산에서 발원하여 해수욕장으로 내려오는 금양천을 건너서 좌회전하여 도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해변 끝자락에 서니 동향으로 아침해를 마주하게 된다. 이후로는 해안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한다.

 

금양천을 건너 좌회전하여 도로를 따라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국립 수산 과학원 남해 양식 연구 센터 표지와 함께 "길 없음" 포식이 등장한다. 도로가 깔려 있기는 하지만 연구 센터 이후로는 길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도로를 따라 오르막 길을 오르니 언덕 위에서 상주 방파제와 상주 앞바다의 섬들도 내려다 보이고, 동쪽으로 아침 햇살에 빛나는 은빛 바다도 눈에 들어온다.

 

남해 양식 연구 센터 입구를 지나 길을 이어간다. 동해나 남해를 걷다 보면 나라에서 관리하는 연구소들을 지나곤 하는데, 이런 곳에서 연구에 매진하는 분들은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물론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도 고충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아니라 생물을 다루고, 끊임없는 호기심을 채우는 연구를 할 수 있고, 그 결과물이 많은 국민들에게 유익을 줄 수 있으니 겉으로만 보면 정말 좋아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길이 끝나는 곳까지 길을 이어가다 보면 상주 하수 종말 처리 시설도 지난다. 남해군 곳곳을 지나다 보면 마을 단위로 설치된 하수처리장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시 지역은 대용량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 한두 개면 처리할 수 있겠지만 산과 바다로 막힌 지역들은 소규모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한 선택이겠다 싶다. 상주는 남해군에서는 큰 규모에 속한다.

 

어느덧 도로는 끝나고 대량 마을이 2.3km 남았다는 표지판과 함께  본격적으로 해안 산책로 걷기를 시작한다.

 

숲 속 오솔길로 산불암산 자락의 해안길로 진입한다.

 

작은 계곡을 지나 가파른 길을 오르다 보니 어제저녁 공산과 비산 자락의 아찔한 해안길을 걸었던 기운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가파른 길을 얼마나 올라왔을까? 아니나 다를까, 어제처럼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의 절벽 아래로 바위 해안의 절경이 펼쳐진다. 우후! 하는 감탄사를 던지지만 절벽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가슴은 아찔하다.

 

해안길 초반에 아찔하고 멋진 풍경이 혼을 쏙 빼놓는다. 다리가 후들 거림에도 바위 절벽 아래로 내려다보니  바위틈에 작은 소나무들이 자리를 잡았다. 정말 대단한 생명력이다.

 

해안 절벽길에서 놀란 가슴을 위로하듯 연분홍빛 진달래가 시야를 바꾸어준다. 2월의 마지막날 만나는 진달래라니, 남파랑길 걷기가 선사하는 또 다른 축복이다.

 

이 부근에서는 반대편에서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도 만났다. 상쾌한 아침, 훌륭한 트레킹 경로를 공유하는 즐거움이 있다.

 

해안선은 깎아지른 바위 절벽이지만 숲 속 길을 걸으니 가끔씩 수평선을 만날뿐 아찔한 절벽을 만날 일은 없다.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숲길을 한적하게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좋다! 를 연발하며 길을 이어간다.

 

먼바다에는 여수와 광양에 자리한 산업 단지로 향할 큰 배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조용한 숲길, 우리의 길을 인도하는 파랑, 노란색의  남해 바래길, 남파랑길 리본에 눈인사를 건네며 길을 이어간다.

 

숲 속에서 바라본 이곳의 해안선은 온통 바위 절벽이다. 예전에는 이 인근으로 비룡계곡을 지나는 위험 구간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평이한 구간으로 길을 지난다. 조금은 위험하더라도 주상절리와 깎아지른 절벽을 볼 수 있는 비룡 계곡을 보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아쉽다. 그래도, 안전이 우선이므로......

 

숲길을 빠져나오면 대량 마을의 공동묘지를 지나며 마을길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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