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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산 저수지를 지나 편백 나무 숲 사이의 대기봉 임도를 걷는 길은 고도 약 250미터 내외 임도를 통해서 가마봉과 금산 자락 사이에 있는 고개를 넘는다. 고개를 넘어 임도를 한참 내려가면 남해도의 가장 남쪽인 미조면의 해안에 도착하는데 천하 마을 입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편백 휴양림이 있다고 해서 편백나무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임도 인근으로는 커다란 삼나무들도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편백 나무, 삼나무와 함께 소나무 군락, 단풍나무 군락도 있다고 한다. 편백 나무와 삼나무의 비중은 50퍼센트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삼나무의 수형은 확실히 편백 나무와 차이가 있다. 쭉쭉 뻗은 나무들을 찍으려니 사진을 세워서 찍을 수밖에 없다. 편백 나무와 삼나무를 감상하며, 아! 좋다를 연발하는데, 이번에는 소나무들이 우리도 결코 만만치 않아! 하면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뽐낸다. 여러 종류의 나무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쭉쭉 뻗은 나무 숲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숲의 다양성 또한 놓칠 수 없는 가치일 것이다.

 

키 큰 나무들 사이를 걸으니 자연스레 나무 그늘에서 길을 이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조금은 서늘함도 밀려온다.

 

산 허리를 돌아가는 임도는 굽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1970년에 조림을 시작한 숲이니 50여 년의 수령을 가진 큼직한 나무들도 있지만 산 한편으로는 이제 막 조림을 시작한 곳도 있다. 성년의 나무와 유년의 나무가 어울리는 숲의 모습도 보기 좋다. 일본에서는 수명이 2천 년이 넘는 편백 나무도 있다고 하니 멋 훗날 이 숲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어떤 편백 나무숲은 조림한 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나무들 사이로 어린 유목들이 큰 나무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같이 조림했는데 성장이 더딘 것 같지는 않고, 아마도 씨앗이 떨어져서 자연 발아된 것이 아닐까 싶다. 

 

얼마나 올라왔을까! 길 앞으로 탁 트인 공간도 보이고 편백 숲 사이로 오후의 태양도 어서 오라 손짓한다.

 

천하 마을로 가는 고개 마루에 있는 전망대까지 1Km가 남은 지점에서는 편백 자연 휴양림 산림 복합 체험 센터에서 올라오는 길과도 만난다.

 

흙 한 톨 없을 것 같은 바위에 뿌리내린 소나무가 위대해 보인다. 사람의 손길로 정성스레 심어진 편백 나무, 삼나무와 달리 바위 위에 스스로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기특하기까지 하다.

 

고개를 들어 나무를 우러러보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다만, 산불에 이 숲이 상하지 않기 만을 바랄 뿐이다.

 

산능선을 보니 고개 마루가 멀지 않은 듯하다. 어린 나무들만 있는지 산능선이 말갛게 보인다. 전망대까지 9백 미터가 남았단다.

 

탁 트인 공간에 서니 조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나무들도 가까이에서 만나고, 가마봉 자락의 산림들도 새가 바라보듯 스카이뷰로 보게 된다.

 

전망대를 향하다 보면 휴양림과 멀리 금산 자락으로 길게 이어지는 임도 갈림길도 지난다.

 

드디어 전망대가 있는 고개 마루에 도착했다. 평일에 휴양림으로 가는 차가 많다 싶었는데, 전망대까지 오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휴양림 반대편의 남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뷰 맛집이다.

 

바로 아래로는 천하 저수지가 보이고 천하 마을의 해변과 마을 앞의 앞산까지 보이는 뷰를 가지고 있다. 미세 먼지가 없다면 망망대해의 수평선을 제대로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전망대에 올라온 사람들은 대부분 왔던 길을 되돌아 가지만 우리는 고개를 넘어 천하 마을로 하산을 시작한다. 가벼운 걸음으로 가는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이곳은 임도 주위로 소나무가 많아서 이곳에는 조림을 하지 않았나 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가도 눈을 조금 들어 멀리 보면 조림한 편백과 삼나무의 존재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런 길에서 제일 어려운 문제는 용변을 해결하는 것인데 큰 일만 아니라면 계곡이 아닌 곳에서 간편하게 해결할 수도 있지만 여성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큰 일을 보는 경우라면 땅을 파고 용변 후에 흙을 덮는 것이 매너지만, 흙을 파기 어렵다면 용변 후 흙이나 나뭇잎으로 덮어주기라도 해야 한다. 덮어 놓으면 일주일이면 분해되어 없어진다. 그러나, 그냥 방치하면 빨리 분해되지 않고 오염의 원인이 되고 만다. 사용한 화장지는 가져와서 따로 버리는 것이 맞다. 이 내리막 길에서 옆지기의 장에 신호가 온 것이다. 사람들이 없으니 장소만 괜찮다면 용변에는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옆지기의 가방을 건네받아 터덜터덜 천천히 내리막길을 걸었는데 어느 순간 한참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는 것이었다. 내리막길이니 천천히 걷는다고 해도 많은 길을 이동한 모양이었다. 별의별 상상을 다하고 있었는데, 기어코는 전화벨이 울린다. 어디 있냐고 묻는데, 임도 입구에 걸려있던 8Km 내에는 중간 탈출로 없다는 문구가 생각나서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 우측으로 천하 저수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천하 마을의 해변도 조금 더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드디어, 중간 탈출로가 없다는 8Km의 임도 구간이 끝나는 모양이다.

 

천하 저수지를 따라 내려가는 길에는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그렇지만 남해군은 얼마 전 공사를 마무리해서 자체 저수지에서 물을 받아 상수도를 공급했지만 지금은 섬 전체가 육지에서 온 광역 상수도를 사용한다고 한다. 사천 쪽에서 들어오는 것과 하동 쪽에서 들어오는 광역 상수도가 있다.

 

예전에는 남해도의 저수지들은 섬 주민들의 생명줄과 같았을 수원지였지만 이제는 광역 상수도가 있으니 육지나 다름없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마을길을 따라 해변으로 향한다. 계곡 너머 산 그림자 때문에 주위가 더 어둡다. 계곡 너머는 금산을 포함하고 있는 한려해상 국립공원 지역이다. 이곳은 남해군 미조면이지만 계곡 너머는 상주면에 속한다.

 

시간이 오후 5시를 넘기고 있기는 하지만 산 그림자 때문에 조금 있으면 바로 캄캄해질 것 같은 분위기이다.

 

19번 지방도 남해대로를 만나면서 천하마을 입구에서 남파랑길 40코스를 마무리하고 바로 41코스를 이어서 걷는다. 상주 은모래 해변에 있는 숙소까지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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