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계획은 시티락커에("파리 걷기 여행기 - 10. 파리 시티락커에 짐 맡겨두기" 참조) 짐을 맡겨둔 다음에 왔던 길을 되돌아 가서 오뻬하 대로를 따라 내려가 루브르에 이르는 것이었다. 짐을 맡겨두고 골목길로 나서자 괜시리 왔던 길을 다시 돌아 가고 싶지 않았다.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였건만, 한번 지나온 길에 그새 익숙해져 싫증이 난것도 아닐텐데 그냥 다시 돌아가도 싶지 않았다. 왔던 길에 대한 방향성이 있으니 가다보면 큰길에서 원래 계획했던 곳과 다시 만날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으로 이미 발걸음은 새로운 길을 걷고 있었다. 이른 시간에 파리의 골목길을 화창한 날씨와 함께 걷는 기분은 상쾌함과 설레임이 버무려져서 참 여행의 시작과 딱 어울리는 마음이었다. 그러다 만난 4성급의 웨스트민스터 호텔. 우리네..
파리를 자유 여행하시는 분들 중에는 파리에 도착하는 날이나 파리를 떠나는 날 공항에서 바로 숙소를 향하거나 숙소에서 바로 공항으로 가는 일정이 아니라면 어디론가 움직이는 것을 검토해볼까 할 때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짐입니다. 일부 여행사에서 짐을 맡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여행사를 끼고 여행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 또한 선택하기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이동 경로 중에 있다는 가정이지요. 저희의 경우에도 아침에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해서 르와시 버스로 오페라로 이동한 다음 바로 루브르 박물관으로 갈 계획이었기 때문에 짐을 맡길 곳이 필요했습니다. 사실 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캐리어 없이 작은 배낭만 소지했지만 중간에 들를 여러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백팩을 어떻게 다룰줄 몰랐기 때문에 배..
프랑스 입국 절차가 끝나면 32번 출구를 찾습니다. 1 터미널은 구조가 동그랗게 생겼으므로 어디에서든 조금만 움직이면 어렵지 않게 32번 출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샤를 드골 공항도 한국이나 여타 공항의 입국장처럼 손 팻말을 들고 직접 픽업하러 나온 사람들과 이른 시간이지만 파리 시내까지 태워다 준다고 호객 하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32번출구를 나오면 위의 그림과 같은 대합실이 있는데 처음에는 길을 건너야 하나 말아야 하나, 길을 건너면 어디에서 타야하나 하면서 조금 왔다 갔다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길 건너 우측에 몰려 있었는데 이리 저리 살펴보니 르와시(Roissy) 버스 문구는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없더 군요. 다시 건널목으로 돌아와 천천히 살펴보니 친절하게 방향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유리로된..
파리 걷기 여행을 위해서 2017년 초 에어차이나 항공권을 구매할 당시만 해도 인천에서 중국 청두를 거쳐 파리로 가는 구간과 파리에서 북경을 거쳐 인천으로 오는 구간 모두에 대해서 사전 좌석 지정이 가능했다. 물론 확정된 좌석이 아니라는 안내가 있었기는 했다. 그런데, 추후 다시 로그인해서 보니 사전 좌석 지정에 요즘 국내 저가 항공사들 처럼 비용을 받고 있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예약 기간에 따라 그럴 수도 있고 아예 정책이 바뀌었을수도 있겠다 싶다. 원하는 좌석을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확보하는 방법은 조금 부지런하게 움직여서 온라인 탑승 수속을 하는 것인데 인천-청두 구간과 파리-북경 구간은 온라인 탑승 수속이 가능했지만 중국에서 환승하는 청두-파리와 북경-인천 구간의 경우에는 공항의 체크인 카..
몇시간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환승 호텔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샤워를 하고 나오니 몸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호텔 카운터에 가니 체크인 당시의 직원과 교대해서 다른 직원들이 나와 있었지만 저희의 호텔 출발 시간이 전달되어 있었는지 바로 셔틀 버스의 기사분을 무전기로 호출해 주더군요.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는 한국 시간 2시 50분 청두 현지 시간 새벽 1시 50분 이었으므로 현지 시간으로 자정에 호텔에서 출발하기로 약속했었습니다. 체크인, 출국 수속, 보안 검사를 감안해도 여유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공항 출입문에서의 간단한 보안 검사를 마치고 에어 차이나 체크인 부스를 찾아가니 부스는 체크인이 한창이었습니다. 전광판의 巴黎는 파리의 중국어 표현이고 商务艙은 비지니스 클래스라는 표현입니다. 부스 표시..
호텔에 짐을 두고 밖에 나가서 요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결정은 내 몫이 아니었다. 그저 마눌님의 결정에 따를 뿐이었다. 정작 자신은 한마디도 안하고 길잡이도 하지 않는데, 행동과 말은 모험적이다. 호텔 앞 6차선의 대로를 건너면 음식점들이 많은 곳이라는 정보까지는 구글과 바이두 지도(http://map.baidu.com/)로 확인했는데 6차선 도로를 횡단보도나 신호등도 없이 사람들은 그냥 건너고 있었다. 자동차들의 끊임 없는 경적 소리와 길 가운데 멈춰선 사람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자동차, 사람들이 뒤섞여 움직이는 풍경이 떠올랐다. 그러나, 준법정신이 투철하신 마눌님은 이 모험을 원하지 않으셨다. 약간 돌아서 가는 방법을 택했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가는 길에는 어린이집, 작은 공원, 산책..
파리 걷기 여행을 위해서 인천 공항에서 직항으로 파리까지 가는 방법이 최선이겠지만 거리가 긴만큼 비행기 티켓 가격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에는 국내 국적 항공사의 최저 가격 대비 절반 가격으로 파리 걷기 여행을 다녀 올 수 있었는데 에어차이나의 중국 환승 티켓을 이용한 덕분입니다. 어차피 항로 자체가 중국을 거쳐가는 것이기 때문에 약간의 시간 차이는 있지만 한국에서 오후에 출발하여 파리에 오전 7시 내외로 도착하기 때문에 시차 적응도 자연스러웠고, 직항으로 가면 오후에 출발하여 파리 현지의 오후에 도착하기 때문에 그냥 숙소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시간 활용면에서도 중국 경유 방법이 괜찮은 방법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파리로 갈때는 청두를 경유하고 파리에서 한국으로 올때는 북경을 경유하..
청두 공항에서 에어차이나 환승 호텔 관련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 것과 함께 환승 호텔 서비스 부스가 2터미널에 있기 때문에 청두 공항 1터미널에서 2터미널로 이동해야 한다. 8번 게이트 앞에 두 터미널 간을 오가는 셔틀이 있다는 것을 사전에 조사해 두었는데 버스 몇대를 보내도 셔틀 표시는 보이질 않았다. 공항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어떤 버스에 우르르 올랐는데 저걸 타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확신이 들지 않았다. 버스에 별 표시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제선 터미널이지만 위의 그림처럼 8번 게이트 앞에 사천 항공의 국내선 출발 표지가 있었다. 국내선 일부도 이곳에서 출발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8번 게이트 주변을 서성이다가는 셔틀 버스를 포기하고 얼마 되지도 않는데 걷자! 하고..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프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컴퓨터로 옮기는 경우 많은 경우 각 사진의 파일명은 년-월-일_시-분-초.jpg 처럼 파일명에 사진 촬영한 시각을 담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론 디카나 스마트폰의 시각이 잘못 되어 있는 경우는 파일명의 시간 또한 시스템 시간을 따라갈테니 잘못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한국과 시차가 다른 해외에 여행을 다녀오는 경우 현지 시간에 스마트폰 시간이 자동 조정되는 경우도 있고 시차가 있는 상태로 한국 시간대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사진을 정리하면서 어떤 분은 현지 시간대로 사진을 정리하고 싶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현지 시간과 관계없이 한국 시간대로 정리하고 싶은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사진 파일의 시간이 원하는 시간대와 다른 경우입니다. 이..
온라인 탑승 수속 덕택에 비행기 앞 좌석을 예약할 수 있었기 때문에 청두 공항(CTU)에서는 거의 맨처음 출국장으로 나올 수 있었다. 입국 심사대가 여러개 있었는데 그중에서 LED 전광판에 "72 Hour Free Transit"이라 표시된 창구에서 여권과 에어차이나 E-Ticket(전 일정이 표시된 항공권 구매 내역)을 보여주니 "Two people?"하며 우리 일행을 바로 알아보더니 뒤쪽에 있는 직원에게 도장을 가져오라고 해서 도장을 찍고는 더 이상 묻는것 없이 그냥 통과다. 성도(成都)라고 찍힌 도장이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라고 착각하고는 와이파이를 붙여서 "드디어 중국 도착!" 이라고 카톡을 날리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다음 일정이 뭐지? 하며 다음 일정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했다. 입국 심사를 ..
땅을 말리는 맑은 날씨로 바깥은 찌는 듯한 온도지만 에어컨이 나오는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 만큼은 멋집니다. 인천 공항에서 청두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는 에어버스 A320 기종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장거리 노선에 대형 항공기를 투입하고 중국 청두나 북경과 인천 공항을 잇는 노선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저가 항공사들이 사용하는 중형 항공기가 투입되는 모양입니다. 이륙전에 승무원들이 비상구 위치등을 안내할 뿐, 산소 마스크 사용이나 구명 조끼 사용 안내등은 위의 그림처럼 펜더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으로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승무원들 고생시키느니 중국어와 영어로 차례로 가이드하는 이 방법이 낫지 않나 싶습니다. 이번 여정에서 에어차이나 항공기를 4번 이용했으니 이 안내 방송도 똑같이 4회 반복한 것이네요. 3..
초여름의 태양이 작열하는 오전 11시, 집에서 온라인 탑승 수속 관련 블로깅을 하고 찬물로 몸을 헹구고 집을 나설 준비를 한다. 이동 하며 먹을 김밥도 준비했고 열흘가까이 집을 비울테니 집안 곳곳의 최종 점검도 끝내 두었다. 빨강 마티즈 안은 찜통이었고 바로 옆 한 마지기 논은 삽교천이 말라 간다는 아우성에 물맛을 본지 오래다. 키는 한기범인데 물은 말라 버려서 어렵게 손 모내기한 모들은 더욱 힘들어 보였다. 오전 11시 30분 아내를 태우러 집을 나섰다. 이번 여행에서는 핸드폰에서 자유로워 지기로 했기 때문에(사실 로밍도 USIM 구매도 모두 귀챦아서) 오전 11시 30분은 2G 삼성 애니콜의 전원이 9일간 잠에 들기 시작한 시간이기도 하다. 아직 6월 중순도 지나지 않은 때이고 망종과 하지를 지난지도..
농촌에 내려와서 자급자족 농사를 지으며 아직도 성공하지 못한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생강의 종자 보관입니다. 가을에 수확한 생강을 모래에 묻어도 보았고 아이스 박스에 담아서 박스채 흙속에 묻어도 보았지만 매번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작년에는 생강의 수확량도 많았고 수많은 실패 경험 때문에 종자 보관이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얀 균주가 생기면서 결국 발아도 되지 않더군요. 그러던 차에 TV에서 울금에 대한 다큐를 보게되었고 매스컴의 영향이랄까 매년 심던 생강은 포기하고(설탕에 재워둔 량이 상당해서) 장에서 울금을 사다가 심기로 했습니다. 작은 밭에 생강 심듯 울금을 땅에 넣고 볏짚을 덮어 주었습니다. 볏짚 덕분에 올해처럼 심한 가뭄도 잘 건디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뭄을 견딘것 같지는..
텃밭에서 잡초를 뽑다가 은은하면서도 짙은 향기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공간이 있습니다. 2년전 장날에 시장에서 몇포기 사다 심은 반평 남짓한 잎당귀 밭 입니다. 마치 진한 매력을 가진 여인에게 정신을 빼앗겨 버린 어설픈 청년 처럼 당귀의 향기를 맡으며 잡초를 뽑다 보면 당귀의 손아귀에 붙잡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작은 당귀밭 건너 편으로 담 벼락을 사이에 두고 양파나 콩을 심고 담 곁으로는 동부콩을 심는데 당귀의 향기는 담을 넘더군요. 그 잎당귀가 하얀 꽃을 피웠습니다. 제주 올레길에서 만난 당근 꽃 같기도 합니다. 소녀의 머리에 한 포기 꽂아 주면 너무도 이쁠것 같은 꽃입니다. 그런데, 당귀의 종류 중에 이렇게 하얀 꽃을 내는 개당귀라는 품종이 있는데 이 품종은 독성이 강해서 식용으로 사용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