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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은 시티락커에("파리 걷기 여행기 - 10. 파리 시티락커에 짐 맡겨두기" 참조) 짐을 맡겨둔 다음에 왔던 길을 되돌아 가서 오뻬하 대로를 따라 내려가 루브르에 이르는 것이었다. 짐을 맡겨두고 골목길로 나서자 괜시리 왔던 길을 다시 돌아 가고 싶지 않았다.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였건만, 한번 지나온 길에 그새 익숙해져 싫증이 난것도 아닐텐데 그냥 다시 돌아가도 싶지 않았다. 왔던 길에 대한 방향성이 있으니 가다보면 큰길에서 원래 계획했던 곳과 다시 만날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으로 이미 발걸음은 새로운 길을 걷고 있었다. 이른 시간에 파리의 골목길을 화창한 날씨와 함께 걷는 기분은 상쾌함과 설레임이 버무려져서 참 여행의 시작과 딱 어울리는 마음이었다.



그러다 만난 4성급의 웨스트민스터 호텔. 우리네 배낭족에게는 언감생심인 곳이겠지만 베란다에 걸린 붉은색 꽃의 화분과 파란 하늘이 어울려서 지나는 행인에게도 참 인상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다행히 방향성을 잃지 않고 오페라 가르니에가 보이는 대로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파리 시내를 걷다보면 아주 작은 길조차도 신호등이 세워져 있는데 그 작은 길 조차도 자동차가 다니는 까닭일 것이다. 문제는 시내를 계속 걷다보면 신호등을 지킬 것인지 말것인지를 자주 망설이게 된다는 것인데 신호등이 너무 많은 이유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냥 무시하고 건너기 때문이기도 하다. 



1877년에 세워졌다는 4성급 호텔인 에두아르 7세 호텔도 인상적인 베란다를 가졌다. 마천루 호텔처럼 화려한 외장 대신 소소한 치장으로 호텔들을 관리하는 모양이다.  



멀리 루브르 호텔이 보이는 오뻬하 대로의 아침.



수거가 용이하도록 제작된 파리 시내의 쓰레기통. 작업자들의 작업과 외관을 모두 감안한 쓰레기통이 인상적이다. 



대로변에 세워진 공병 수거함. 이웃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22시에서 07시 사이에는 넣지 말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건물 꼭대기에 있는 작은 황토색의 굴뚝, 색바랜 지붕, 철제 베란다, 비슷한 크기의 창문, 간격없이 붙어 있는 건물들, 사암의 노르스름함을 간직한 외간등 이번 파리 걷기 내내 만날 파리의 건물들을 이제 만나기 시작한다. 외관은 오랜 박물관 같지만 실제로 호텔이고, 사무실이고, 주택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들...... 오래된 것을 보존하는데 소모되는 노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겠지만 그 결과와 열매를 지금 그리고 프랑스의 후손들이 누릴테니 결코 작은 가치가 아니다.



프라세즈 극장 분수대(Fontaine De Theatre Francais). 프랑스 파리 걷기에서 앞으로 만날 수많은 조각상 중의 첫 작품. 



프라세즈 극장 분수대는 19세기말 파리 도시 개발 시기에 세워진 것으로 루브르 호텔을 바라보는 길 양쪽에 배치되어 있는데 2단 형태로 상단에는 우아한 청동 님프상이 올려져 있는 고전주의 양식의 분수대. 물이 나왔으면 더 좋았으련만...... 



분수대 건너편에는 하얏트에서 운영하는 루브르 호텔이 있고 그 뒤로 루브르가 보인다. 호텔 앞에서 좌회전한다. 직진하면 루브르 출구 쪽으로 카루젤 광장과 연결된다. 



루브르 호텔 앞에서 좌회전하여 콜레트 광장(Place Colette)에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조형물. 1호선과 7호선이 지나는 후야얄 궁-루브르 박물관 메트로(Palais Royal - Musée du Louvre)역의 입구인데 "Le Kiosque des Noctambules"라는 이름의 조형물로 쟝 미셀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의 작품이라 한다. 



콜레트 광장을 거쳐서 길을 건너면 드디어 루브르 박물관이다.



박물관 입구에 있는 또다른 메트로 출입구. 이런 형태의 메트로 입구가 꽤 있다. 파리 메트로는 우리나라 전철역에 비하면 정말 경전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작다. 하긴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지하철을 건설했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역사와 함께 "실용"이란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리슐리외 통로(Passage Richelieu)로 들러가면 루브로 박물관 입구로 들어갈 수 있다. 입구 부터가 남다르다. 앞으로 수없이 보겠지만 천장의 조각부터 압도 당하는 느낌이다.



상상하던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여러 사진을 보았지만 역시 직접 보는 것과는 비교할바가 아니다. 이 앞에서 사진 찍으면 루브르 다녀 왔다는 인증이 될만한 구조물이다. 



화려한 궁의 외관은 뒤로하고 일단 박물관에 서둘러서 입장한다. 



원래 목표는 9시 개장 이전에 도착하는 것이었지만 약 30분 늦었다. 다행인 것은 위의 사진처럼 대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것. 만약 폭염 아래서 사진에 있는 줄 속에 있었다면? 그냥 곡 소리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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