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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태양이 작열하는 오전 11시, 집에서 온라인 탑승 수속 관련 블로깅을 하고 찬물로 몸을 헹구고 집을 나설 준비를 한다. 이동 하며 먹을 김밥도 준비했고 열흘가까이 집을 비울테니 집안 곳곳의 최종 점검도 끝내 두었다. 빨강 마티즈 안은 찜통이었고 바로 옆 한 마지기 논은 삽교천이 말라 간다는 아우성에 물맛을 본지 오래다. 키는 한기범인데 물은 말라 버려서 어렵게 손 모내기한 모들은 더욱 힘들어 보였다.


오전 11시 30분 아내를 태우러 집을 나섰다. 이번 여행에서는 핸드폰에서 자유로워 지기로 했기 때문에(사실 로밍도 USIM 구매도 모두 귀챦아서) 오전 11시 30분은 2G 삼성 애니콜의 전원이 9일간 잠에 들기 시작한 시간이기도 하다. 아직 6월 중순도 지나지 않은 때이고 망종과 하지를 지난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도로는 이글 이글 거리고 차안은 사우나에 비할바가 아니다. 에어컨을 2단으로 올린채 20주년 기념 여행에 한창 들떠 있을 아내를 태우러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국제선 비행기를 타러 인천 공항에 최소 두시간 전에는 가야 하지만 온라인 체크인도 있으니 정해진 일정을 최대한 채우기로 했던 것이었다.


아내의 강의가 끝날 시간에 맞추어 약속 장소에 도착했지만 아내는 보이지 않고 동네 할머니 두분이 나무 그늘에 앉아 내용 모를 담소가 한창이다. 인천공항까지 대중 교통없이 이동하므로 헤매지 말아야 할텐데 하며 스마트폰 네비게이션 어플인 맵스닷미를 손보면서 언어 옵션을 한국어로 설정했더니, 어이쿠! 패키지를 다운로드 받으란다. 공공 와이파이가 있기는 한데 한칸 짜리 감도라서 스마트폰을 경배하듯 두손으로 올려보지만 별 효과가 없다. "이제 포기해야 겠다!"라고 마음을 고쳐 먹는데 어디선가 귀에 익숙한 아줌마의 웃음 소리가 들린다. 내용은 모르겠지만 아내가 한창 단소중이던 동네 할머니들과 인사를 나눈 모양이다. 아내의 수강생들이었고, 여행 때문에 다음주 휴강이라고 했더니 한 할아버지께서 "남편이 대타로 나온대!" 그랬더니 "진짜여!" 하면서 할아버지의 농담을 진짜로 오해하셨던 분들이란다. 남편 한번 보고 싶다고 하셨던 분들인데 이런 우연이 있나 하며 아내는 혼자서 파안대소를 했던 것이다.


빨강 마티즈는 이제 인천공항을 향해서 고속도로를 찾아간다. 그런데, 차안에서 벌어지는 환복 쇼쇼쇼! 치마는 청바지로 정장 웃도리는 티셔츠로 강사에서 배낭 여행객으로 변신하는 아줌마의 거침없는 행보다. 옆으로 흰 트럭 한대가 지나가자 "잠시대기!"하는 운전사의 외침. 아내의 속옷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남편의 본능이지 않나 싶다. 환복쇼가 끝나고 짐정리도 마무리될 즈음 아뿔사! 고속도로 입구를 지나쳐 버리고 말았다. 처음부터 이게 무슨 일인가? 돌아보면 이 순간은 쫄깃 쫄깃한 여행의 출발을 알리는 예고편이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당황하지 않은 여사님의 코치아래 다음 교차로에서 유턴해서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었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일정을 최대한 소화한 것이 문제였지만 환복 쇼를 감행하며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지 지금 돌아보면 그야말로 "아찔"하다.


서해대교를 지나면서 부터는 김밥 입에 넣어주기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아"하고 사모님이 말씀하시면 운전사 남편은 "아"하며 그 김밥을 받아 먹었다. 때로는 김밥에 치즈가 골고루 들어있지 않다는 타박을 들으며 ...... (김밥은 집에서 남편이 손수 싸가지고 나온 것이었다) 송산 포도 휴게소를 지날 무렵부터는 긴장감이 조금씩 밀려오기 시작했다. 시간도 문제였지만 길 찾기도 문제였다. 네비게이션이 이상해서 신뢰할 만하지도 않았고, 지도를 붙잡고 있는 사모님도 여기가 어디 쯤인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송도에 이르자 예전에 이곳에 왔었던 그 느낌을 가지고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있게 자동차를 돌렸다. "맞아! 이 근처 맞아!" 하면서 주차할 곳이 있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목적지를 헤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순간의 방심은 "예전에 왔었지"하는 막연한 자신감으로 송도의 빌딩 숲 사이에서 30분이상을 허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온라인 탑승 수속을 해둔터라 비행기를 못 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주차로 시간을 허비해 버린터라 공항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마음은 이제 위기감으로 변하고 있었다. 오후 2씨 45분에 탑승이 시작되는데 버스 정류장에서는 이미 1시 30분이 지나고 있었다. 버스 안내판은 더위를 먹었는지 변화가 없고 급한 마음에 택시 기사에게 가격을 물어보니 공항까지 3만원이란다. 아무리 통행료 감안해도 바로 코앞인데 3만원이라니......'억'하는 느낌에 택시는 포기하고 있는데 공항가는 버스가 연달아 오는 것이 아닌가? 반가운 마음이었고. 감사했다. 버스 맨 앞자리에 나란히 앉았는데 눈길은 자꾸 시계로 가고, 정속으로 안전 운전하는 기사분이 괜히 원망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떤 아저씨들은 잘만 밟던데..."를 속으로 되뇌이며 인천대교를 건넜다. 시간은 오후 2시 10분을 넘기고 있었다. 출발 한시간전이 넘어서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에어차이나 체크인 카운터는 H21까지가려면 어디가 빠르까? 동편에서 내려야 하나, 서편에서 내려야 하나? 고민하다 어차피 거의 중앙이니 일단 내려서 뒤기로 했다. 50을 바라보는 촌부부 둘이서 공항을 질주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전속력으로 달리지는 못했다. 뒤에서는 아줌마가 헥헥대고 있었고 조금은 같이 가지 않는다는 원망의 눈빛이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미리 신청을 해두었지만 환전도 해야 했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물어볼 것도 있는데 카운터 직원이 중국인이면 어떻게 하지? 하는 염려도 있었다. 입에는 거친 숨이 멎질 않고 몸에 땀이 베일 무렵 체크인 카운터에 도착했다. 직원들은 한국인 이었다. 환승 항공편은 중국에서 체크인해야 한단다. 마일리지 안내도 충분히 받고 웹 체크인 티켓으로 정식 티켓을 교환 받아 환전 센터로 향했다. 인터넷 환전 신청 내역과 신분증을 제시하고 돈을 받는데 원하는 권종을 모두 받을 수는 없었다. 유로화 소액권은 권종당 최대 10장이었고 위안화는 최소 단위가 100위안이었다. 


아무튼 서양식 돈세기를 하는 여직원의 손은 "딱딱" 소리를 내며 외화를 세었고 옆에 있는 지폐 계수기는 센돈을 권종 별로 확인해 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없었다. 외화는 세지도 못하고 받은채로 가방에 집어넣고 바로 보안 검사로 진입했다. 금요일이긴해도 평일인데 대기줄이 길었다. 그러나 "아"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이미 비행기 탑승 시작 시간을 지나고 있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옆지기가 가져온 안경 드라이버 때문에 서너번 짐을 다시 검사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말았다. 최신식 자동 출국심사기를 통과하자 또하나의 장벽이 있었다. 바로 셔틀 트레인을 타야했던 것이다. 




출발 15분전에 탑승 마감인데 그 시간이 지나려 하는 것이었다. 몸은 본능적으로 무조건 뛸 수 밖에 없었다. 이러는 와중에 탑승 게이트 직전에 엉뚱한 곳으로 빠져서 헤맬뻔하기 까지 했다. 탑승 게이트로 돌아서는 찰나 귓전에는 어눌한 목소리로 내 이름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왜 오지 않는 냐는 것이겠지. 예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새벽 비행기를 타고 올 때 술 취한 사람들이 탑승이 늦을 때 했던 방송이 생각나서 민망하기 까지 했다. 


모두가 비행기에 탑승하고 스태프만 남아있는 탑승구를 보니 "이제 탈 수 있구나"하는 감사가 밀려 온다. 옆에 앉은 아내의 한마디 "쫄깃 쫄깃 했어!" 돌아보면 정말 무한 감사 밖에 할말이 없는 여행의 출발이었다.




비행기는 영종도를 한바퀴 돌아서 중국 청두로 향한다.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 "쫄깃 쫄깃한 여행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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