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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항만 해안 도로를 따라서 걷는 남파랑길 12코스는 정곡 마을을 지나면서 창원시에 고성군 회화면 어신리로 진입한다. 고성 요트 학교와 고성 공룡 세계 엑스포를 지나고 역사의 현장인 당항포에서 당항포 둘레길을 지나면 배둔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12코스를 마무리한다.

 

남파랑길은 창원 정곡 마을을 지나면서 회진로 도로를 따라서 내륙으로 들어가는 오르막을 오른다.

 

12코스가 종반으로 향하고 있는 지점에 뜬금없이 남파랑길 11, 12코스 안내판을 세워 놓았다. 아마도 창원 구간이 끝나고 고성 구간이 시작되는 까닭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고성 구간의 시작점에도 안내판이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남파랑길을 걷다 보면 지방 자치 단체 별로 걷기 코스를 만들고, 관리하는 방식에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작은 고개를 넘으면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시락리에서 고성군 회화면 어신리로 넘어간다.

 

주름진 강재로 내부를 마감한 독특한 터널을 지난다.

 

두 지자체의 경계를 고개를 넘어서면 어신리 교차로에서 고성, 회화, 당항포 관광지 방면으로 이동한다.

 

경남 고성군 곳곳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을 만날 수 있지만 그중에 하나가 어신리 공룡 발자국 화석이다. 경남 고성은 1982년 국내 최초로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곳으로 군 전역에 걸쳐 현재까지 5천여점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와우산 자락의 산북 저수지에서 시작하여 어신리를 가로질러 남해로 들어가는 어신천 아래 자락으로는 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었다. 갯벌 위로 비추는 석양이 주위를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다시 해안으로 나와 회화면 봉동리 해안가를 걸으면 산 쪽으로는 줄지어 늘어선 조명 기구들이 저곳이 골프장임을 알려준다. 고성 노벨 컨트리클럽이다.

 

서해 바다에서만 보았던 넓은 갯벌을 여기에서도 만나게 된다. 물이 빠진 남해의 모습에는 이런 모양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해가 서쪽으로 낮아질수록 황금빛은 더욱 짙어지고 아직 갈길이 먼 나그네의 마음은 태양빛 없이 낯선 길을 생각에 조바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길은 고성 해양 레포츠 아카데미와 고성 요트 학교 옆을 차례로 지난다. 골프도 해양 스포츠도 많이 대중화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ㅠㅠ

 

고성 요트 학교 바로 옆으로는 고성 공룡 세계 엑스포와 당항포 관광지가 넓게 자리하고 있는데 남파랑길은 철망이 둘러쳐있는 당항포 관광지 바깥을 빙 둘러 돌아간다.

 

공룡을 제일 좋아하는 나이는 의외로 취학 전 아이들인데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요정, 괴물, 공룡 등으로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까닭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내 아이들을 키우던 때를 돌아보면 실제처럼 표현한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무서워하지만 정작 발음하기도 어려운 공룡 이름을 줄줄 외워대던 아이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 아이를 위해서 이곳에 데려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칭얼 걸리는 아이를 안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젊은 부모들을 보니 옛 추억이 다시금 새롭다. 잠시 화장실에 들렀다가 다시 길을 이어서 간다. 

 

당항포 관광지 주위를 둘러싼 철제 담장이 삭막하지만은 않은 것이 한 겨울로 향하는 11월 말에도 이곳에서는 분홍빛 장미꽃으로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당항포 관광지 내부 캠핑장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말을 맞아 가족과 함께 캠핑을 나온 열정의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제는 좋은 놀이 문화가 사람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당항포 관광지를 빙 둘러 돌아가는 길, 이곳은 우뚝 솟은 나무들이 인상적이다.

 

11월 말에 마치 지금이 봄인양, 나는 하나도 춥지 않아!라고 외치는 듯한 고고한 자태의 장미꽃이 더욱 아름답다. 겨울 장미라 해도 충분한 자태이다.

 

해가 져서 이제는 주위가 어둑어둑 해지는데도 불구하고 빨간 장미, 흰 장미를 보느라 걸음을 뗄 수가 없다.

 

당항포 관광지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는 당항 사거리를 지나면 바다 위 데크길을 걷는 당항만 둘레길을 걷게 된다.

 

바다 위 데크길 조명들도 하나둘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해는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서 황혼만이 당항만의 저녁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다. 피곤과 아쉬움, 감동과 적막이 혼재하는 그야말로 고요함만이 흐르는 순간이다. 해가 뜨기 전의 옅은 빛을 여명이라고 한다면, 해가 진 다음에 남아 있는 박명을 황혼이라 하는데 황혼빛에 젖어드는 감성도 장난이 아니다. 멀리 다음 코스에서 지나갈 마동호 제방도 보인다.

 

황혼빛과 조명이 어우러진 당항포를 지나 길을 서두른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지휘 아래 조선 수군 연합 함대가 두 차례에 걸쳐 승리를 거둔 장소이다. 굳이 좁은 당항만 안으로 왜군이 들어왔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결국은 조선 수군을 얕본 왜군의 자만심이 두 차례에 걸친 패배를 자초한 것 아닌가? 하는 나름의 결론을 짓게 했다. 이순신 장군의 해전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언제나 가슴이 뛰는 것을 숨길 수 없다. 32전 32승의 배경에는 이순신 장군의 철두철미한 준비가 있었다는 사실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곳의 조명은 거북선이 밝히고 있었다. 1차 당항포 해전에서 조선 수군 연합 함대의 선봉장은 거북선이었다고 한다.

 

길은 당항포 포구를 지나 배둔리 읍내로 향한다.

 

당항만 둘레길은 해상 보도교를 지나 배둔리 해안으로 이어진 산책길로 연결된다.

 

배둔천을 건너 천변길을 걷던 남파랑길은 배둔 2교 다리 앞에서 읍내로 들어간다.

 

12코스의 종점인 배둔 시외버스 터미널을 7백 미터 앞두고 읍내에 있는 이브모텔에서 하룻밤 쉬어 간다. 저녁 메뉴는 옆지기가 좋아하는 떡볶이와 순대로 했다는......

 

다음날 아침 배둔리 읍내를 걸어 배둔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익룡을 본떠서 만든 구조물에 새겨 놓은 "놀라운 공룡세계 고성"이라는 문구가 놀라울 뿐이다. 

 

배둔 시외버스 터미널 앞에는 3.1 운동 창의탑이 있었다. 배둔 장터의 독립 만세 운동을 기리기 위해 1971년에 세운 탑이라 한다. 창의탑이라 말이 생소해서 찾아보니 창(彰) 자가 표창장에서 사용하는 창(彰) 자로 "의로운 행위를 표창"한다는 의미였다. 이제 당항만 둘레길 해상 보도교 향해서 13코스를 이어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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