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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아 교차로를 출발한 남파랑길 12코스는 진전면 이명리, 창포리, 시락리의 해변길을 차례로 걷는 것으로 시작한다. 창원시 진전면과 고성군 동해면을 잇는 동진교를 지나며 길고 좁은 당항만 안으로 들어간다.

 

암아 교차로의 점심시간은 외식을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칼국수 집도, 갈비 정식집도 사람들이 넘쳐났다. 우리는 옆지기의 선택에 따라 돼지갈비 정식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그런데, 이것저것 반찬을 주워 먹느라 정작 주인공인 돼지갈비가  많이 남았고, 나머지를 포장해 달라고 해서 숙소에서 2차로 맛을 보았다.

 

암아 교차로에서 좌회전하여 77번 국도 회진로 도로변을 걷는 것으로 남파랑길 12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길은 진전천을 건넌다. 진전천은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항산(743.5m)에서 발원하여 진전면을 가로질러 내려오는 하천이다.

 

진전천은 18Km가 넘는 긴 여정 끝에 이곳 임곡리에서 남해와 만난다. 이창교 다리를 지나 국도변 걷기를 이어간다. 국도변이기는 하지만 갓길이 넓어 위험하지는 않았다.

 

당항만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동진교 표지판도 나오고,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혔다는 동진교 인근의 해안 도로 안내판도 등장했다.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의 습지가 만들어내는 가을 풍경도 일품이다. 어찌 보면 가냘픈 들풀도 짧은 생애를 끝내면서 저렇게 훌륭한 풍경도 남기고, 스스로를 훌륭한 유기물로 자연에 돌려주는데 과연 사람은 어떤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나도 노년 혹은 생을 마감하고 들풀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

 

바닷가 작은 공간에는 진전면에서 조성한 작은 포토존도 있었다. 진전면이란 이름은 일제 강점기에 진서면과 양전면을 합치면서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창원시의 서쪽 끝자락으로 북쪽으로는 진주시와 함안군이 있고 서쪽으로는 고성군과 붙어있다.

 

창포리 해안 도로를 이어서 걷는다. 이 해안 도로의 이름은 고성군 회화면과 창원시 진전면을 잇는다 하여 회진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창포 마을 쉼터에서 신발을 벗고 잠시 쉬어간다. 잔잔한 창포만의 풍경은 그저 평화롭다.

 

갓길을 공사 중인 구간을 만나면 순간 당황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일하는 분들에게 폐를 끼칠까 염려스럽기도 하도, 운전자들에게 괜한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 살펴보니 공사 중이기는 하지만 배수구 위로 걸어갈 수 있었다. 공사 중인 구간이 짧아 다행이었다.

 

멀리 동진교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당항만의 입구도 바다도 보이기 시작한다. 

 

동진교를 건너면 고성군 동해면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해안 도로를 거쳐 길은 통영까지 이어진다. 우리나라 지리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은 해파랑길이 지나는 강원도 동해시와 고성군과 착각할 수도 있는 지명들이다. 경남 고성군(固城郡)과 강원도 고성군(高城郡)은 한글 이름은 같지만 한자는 높을 고(高)와 굳을 고(固)로 다르게 사용한다. 강원도 동해시(東海市)와 경남 고성군 동해면(東海面)은 한자도 동일한데, 이름 유래도 비슷한 모양이다. 강원도 동해시는 한반도의 동쪽에서 바다와 접하는 있는 곳이라 그렇고 고성군 동해면은 고성군의 동쪽에서 3면이 바다와 접하고 있어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동진교 아래 바다는 잔잔한 바다임에도 거센 물살이 보일 정도다. 당항만 건너편 산에는 고성군에서 적어 놓은 "아름다운 자연, 공룡 천국 고성"이라는 인상적이다. 고성군을 다녀 보면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말이기도 하다.

 

오후의 햇살이 반짝이는 당항만 안으로 들어간다. 강처럼, 호수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강도 아니고 호수도 아니고 바닷물고기들이 산란을 하는 엄연한 바다이다.

 

서쪽으로 저물어가는 눈부신 태양이 만들어 내는 잔잔한 은빛 물결, 기다랗게 이어지는 당항만은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환상적인 바다 풍경을 전해준다.

 

잔잔한 물을 가르며 지나가는 보트 한 척을 보니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바다가 아니라 북한강 수역의 청평 호반에 서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을 들게 한다.

 

소포 마을을 지나며 바라본 서쪽 풍경은 좁은 당항만임에도 불구하고 서쪽으로 깊게 들어가며 먼바다처럼 보인다.

 

속개라고도 불리는 소포 마을 앞을 지난다. 소포 마을 부둣가는 낚싯대를 드리운 나들이객들로 분주하다. 진전면 시락리에 속한 마을이다. 작은 포구 위에서 가족들이 함께 낚시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시락리를 지나며 바다 위에 특이한 구조물이 있었는데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상상을 했었다. 인근을 지나면서 확인한 것은 해상 펜션이었다. 시락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해상 펜션이라고 한다. 바다 위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낚시도 하는 공간이었다. 저수지에서나 있을 법한 구조물이 이런 곳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남해의 잔잔한 바다라서 가능할 것이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석양이 비추는 굴 양식장의 모습이 평화로우면서도 눈부신 은빛 물결이 이채롭다.

 

물이 조금 빠졌는지 해변에서 굴을 따는 아낙네의 모습과 바로 앞바다의 굴 양식장의 모습이 대비되는 독특한 그림이다.

 

시락리라는 마을 이름이 독특해서 찾아보니 동쪽을 의미하는 순우리말 '새'와 연관된 모양이었다. 동쪽에 있는 포구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름도 독특하지만 해안 절벽 아래에 있는 시락 암굴이라는 작은 동굴에 얽힌 이야기가 애잔하게 다가온다. 임진왜란 당시 젊은 부부가 왜병을 피해서 이 굴에 숨었는데, 배를 타고 지나가던 왜군이 굴에서 나는 인기척을 보고는 부부를 발견해서 남편을 죽이고 실신한 부인은 배에 태우고 항해를 계속했다고 한다. 젊은 부인은 왜군의 집요한 겁탈 시도에 저항하다가 왜군들이 잠든 사이에 지니고 있던 장도로 배에 구멍을 내기 시작하여 배를 침몰시키고 자신도 물에 뛰어들었다는 설화이다.

 

시락마을에는 시락제라는 작은 저수지가 있는데 그곳에서 마을을 가로질러 내려오는 하천을 시락교를 통해서 건넌다. 저수지가 있는 만큼 마을은 골짜기로 논농사를 짓는 동네이다.

 

굴 양식하면 통영만 생각했는데, 통영이 전체의 70% 정도로 압도적인 생산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인근 고성, 거제의 생산량도 통영에 육박할 정도로 상당하다. 당항만의 굴 양식은 잔잔한 바다라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좁고 긴 만 형태라 해수 유통이 원활하지 못한 까닭에 장마가 길어지거나 폭염이 심하면 폐사하는 등 양식 피해가 있는 모양이었다.

 

독특한 마을 이름은 막포라고도 불리는 막개로 이어진다. 창원 시내버스 77번은 인근 정곡 마을에서 마산역까지 하루에 5회 운행한다.

 

지나가는 배 한 척이 없으니 바다는 그야말로 산으로 둘러 쌓인 잔잔한 호수와 같다. 창원시 끝자락인 정곡 마을 쉼터에서 잠시 쉬어간다. 버스 정류장에 공중 화장실을 설치해 놓은 창원시의 배려는 칭찬할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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