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석봉과 발암산을 지나 한퇴 마을로 내려온 남파랑길은 관덕 저수지로 이어지는 동해천을 따라 걸어 올라가 저수지를 지나면 시루봉 아래 자락의 임도를 통해서 고개를 넘고 통영과 고성의 경계에 있는 통영시 도산면 원산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한퇴 마을로 내려오면 14번 국도 남해안대로를 횡단보도로 건너서 한퇴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좌측에는 도덕산, 우측에는 대당산 자락을 두고 있는 골짜기에 위치한 마을이다. 마을을 가로질러 내려오는 동해천 옆길을 따라 올라간다. 하천을 따라 이어지는 농로를 걸어 올라 가는데 이따금 보슬비가 내리기도 하지만 이내 그친다. 산허리로 올라가는 비구름을 보니 비가 그치고 있는 모양이다. 길은 동해천 좌우를 왔다 갔다 하면서 북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다. 따듯한 남쪽 나라가 맞다...
통영의 마지막 남파랑길 30코스는 제석봉을 지나면 봉우리를 내려갔다가 다시 발암산을 올라가 산을 넘고 한퇴 마을에 이른다. 제석봉을 지난 남파랑길은 발암산을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그런데, 먼 곳에서 내려온 나그네를 위한 선물일까? 제석봉 아래 구름이 살짝 걷힌다. 산 아래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살짝이라도 구름이 가린 것을 벗겨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감동이다. 제석봉 인근의 나무들은 모두 구름을 머금었다. 지리산 같이 높은 산에 기온이 낮았으면 하얀 눈꽃이 가득했을 것이다. 아직 멀었지만 발암산 너머 한퇴 마을 표지판이 등장했다. 영하의 날씨는 아니지만 숲에 가득한 구름은 내 눈에는 살짝 눈꽃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ㅎㅎ 만약 진짜 영하의 날씨에 흰 눈꽃이 피었다면 옆지기는 거의 죽음이었지..
통영의 남파랑길 마지막 코스인 30코스는 무전동 해안길을 걷다가 동원중고등학교를 지나 향교봉과 제석봉 산행을 시작한다. 무전동 해변 공원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 30코스는 보슬비와 함께 하는 길이다. 처음에는 배낭에 커버를 씌우고 우산을 들고 출발했지만 보슬비도 내리다 말다 하는 수준이라 배낭 커버는 그대로 둔 상태로 우산은 접기로 한다. 무전동 해변 공원에서 해안 산책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이곳은 바다에서 길게 들어와 있는 만의 끝자락으로 정식 여객선 터미널은 없지만 여러 섬을 오가던 여객선들이 정박해 있었다. 배를 운행하지 않을 때는 이곳에다가 세워두는 모양이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섬사랑이란 배는 통영과 비진도를 오가던 배였다. 해양 연구용 선백도 있는데 크고 작은 배들이 모두 앞쪽에 카페리처럼..
28코스에 이어서 걷는 남파랑길 29코스는 경상대학교 해양 과학 대학 입구 앞을 지나 국치 마을과 민양 마을을 거쳐 통영 반도 서쪽을 해안을 일주하는 평인일주로를 올라서서 무전동 해변 공원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경상대학교 앞의 바다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다음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 것처럼 주인도 다를 것이고, 주인과 함께하던 이야기도 제각각일 것이다. 하루종일 흐린 날씨라서 그런지 항구의 풍경이 감성적이다. 일제 강점기 세워진 통영 수산 전문대학은 1995년 진주에 본교를 두고 있는 경상 대학교와 통합되어 경상 국립 대학교 해양 과학 대학으로 바뀌었다. 천대 마을과 국치 마을을 잇고 있는 천대 국치길을 따라 오르막길을 오른다. 인도가 없는 도로를 걷기는 하지만 차가 거의 없어 위..
동피랑과 충렬사를 거쳐 서피랑에 도착한 남파랑길 29코스는 서피랑 공원을 내려가 도천동을 지나 통영 운하를 따라서 길을 이어간다. 서포루로 올라가는 길의 벽면에는 소설가 박경리의 어록들이 색칠하지 않은 시멘트 벽면에 날것처럼 새겨져 있다. 예술이란 화려하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시멘트 벽면에 새기고 싶은 것이 작가 박경리의 글이니 그 글이 주인공이 되게 하는 훌륭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다. 다음은 글들 중의 일부다. 창조적 삶이란 자연 그대로, 어떤 논리나 이론이 아닌 감성입니다. 지성이나 의지가 창조적 삶을 살게 한다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인생을 창조적으로 산다는 것은 희귀한 일입니다. 편의주의나 보편적 규칙은 있을지언정 순수한 것은 아닙니다. 창조는 순수한 감성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서피랑 마을 ..
남파랑길 28코스에 이어서 바로 29코스를 걷는다. 남망산 공원 입구에서 동피랑 마을과 충렬사를 거쳐서 서피랑 공원을 지난다. 남망산 공원 입구에서 28코스를 끝낸 우리는 바로 이어서 29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서피랑 공원을 빠져나올 때까지는 사람들이 많은 곳임을 감안해야 한다. 29코스 갈 길도 멀고 남망산 공원과 동피랑, 충렬사는 여러 번 여행을 다녀간 곳이니 생략할까? 생각도 있었지만 옆지기의 의견에 따라 그냥 걷기로 했다. 중앙 시장길을 통해서 동피랑 마을로 진입한다. 예나 지금이나 모습은 비슷한 것 같은데 여전히 사람들로 넘쳐난다. 오랜 마을의 활성화를 위해서 벽화 마을로 시작했지만 사람들이 몰리면서 이곳도 거주민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빠른 걸음으로 남파랑길 ..
통영 RCE 세자트라 숲을 지난 남파랑길 28코스는 숲길을 통해 이순신 공원과 통영 동호항을 지나 남망산 공원입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통영 RCE 세자트라 숲을 가로지른 남파랑길 29코스는 숲길을 통해서 이순신 공원으로 향한다. 그런데, 우리를 앞서가던 단체 여행객의 일부 어르신들이 바닥에 주저앉아서 컨디션을 조절하고 계신다. 씩씩하게 그룹을 이끌던 분들이셨는데 나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셨다. 이후에 이순신 공원에서 그룹의 일부를 만난 다음에는 선두 그룹 외에는 더 이상 그분들을 볼 수 없었다. 망일봉으로 가는 등산로와 갈라지는 곳이 있지만 길은 이순신 공원으로 향한다. 통영에서는 여러 길을 두고 "토영 이야~길"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붙여 두었다. 사투리에서는 통영의 통 이응 발음이 잘 안 되어서 ..
삼봉산 임도를 지나온 남파랑길 28코스는 이봉산 자락의 임도를 걸어 용남면사무소를 지나고 통영 대전 간 고속도로와 국도 아래를 차례로 통과해서 화삼리 마을길을 통과하여 해변으로 나가고 해안길을 통해서 통영 RCE 세자트라 숲에 닿는다. 삼봉산 임도를 지나 이봉산 자락의 임도를 걸어가는 길, 이곳 또한 임도 바닥은 솔잎으로 가득하다. 한참 임도를 따라 걷고 있는데 시작지점에서 만났던 단체 여행객들이 길 한쪽에 모여 점심 식사를 하고 따뜻한 커피를 나누고 있는 모양이었다. 눈인사를 하고 지나치려는데 "남파랑길 가시려면 아래로 내려가야 합니다"하면 내리막길을 가리킨다.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느라 남파랑길 표식을 놓친 것이었다. 멈추어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일봉산 등산로 표식에 남파랑길 표식이 붙어 있었다. 임..
남파랑길 28코스는 신촌 마을에서 시작하여 장평리 해안으로 나갔다가 삼화리에서 임도로 진입하여 삼봉산 자락의 임도를 걷는다. 다시 통영으로 내려왔다. 대전까지 차로 이동하고, 대전에서 새벽 버스를 타고 통영 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서 다시 거제대교가 종점인 시내버스를 타고 거제대교 바로 앞의 신촌 마을에 내리니 날은 조금 흐리지만 여행의 설렘으로 기나긴 이동 시간의 피로가 모두 잊히는 느낌이다. 이 정도의 시간이면 일본은 물론이고 동남아도 갈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온다. 먼 이국 땅에 여행하는 느낌으로 걷기로 한다. 남파랑길 표지판 옆길로 좌회전하여 길을 시작한다. 우리가 시내버스를 내려 출발 준비를 하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리처럼 남파랑길 28코스 걷기를 시작하고 ..
거제도를 한 바퀴 돌아 통영으로 다시 나온 남파랑길은 이제 통영과 고성 시내를 거쳐서 사천으로 향한다. 대전까지는 자동차로 이동한 다음 대전 복합 터미널 인근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통영으로 향하는 첫차를 타고 내려간다. 다음 버스는 통영 직행이지만 첫차는 사천과 고성을 경유해서 통영에 도착한다. 이번 여정은 가족 모두가 통영 여행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시간이 될듯하다. 104, 105, 600, 610, 615, 672, 676, 678번 버스도 이 그룹에 속한다. 방학 기간이 아니면 터미널에서 신촌 마을로 직접 가는 버스도 있지만, 이른 시간에만 운영하므로 터미널 바로 앞에서 바로 오는 버스를 타고 환승하여 신촌 마을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 남파랑길 28코스(13.9km, 4시간 30분) 거제대교 바..
남파랑길 걷기도 이제 남해안 깊숙하게 들어가서 기차로 이동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선택이 되었다. 14코스부터는 통영과 거제도 안으로 들어가서 거제를 한 바퀴 돌아 30코스에서 통영으로 다시 나오게 된다. 거제도가 지금이야 육지처럼 오고 가는 상태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만큼 제주 올레길 걷듯 남파랑길을 통해 거제도를 한 바퀴 돌게 된다. 고성, 통영, 거제는 대전 복합 터미널을 이용하기로 했다. 대전 복합 터미널 주차장까지는 자동차로 이동하고 하루 1만 원 주차료(경차 5천 원)를 지급하고 버스를 이용할 계획이다. 통영까지 바로 가는 것이 있고 사천과 고성을 경유해서 가는 버스가 있는데 내려갈 때는 첫차를 타고 고성에서 내리고, 올라올 때는 거제 고현 터미널에서 통영을 거쳐 바로 대전으로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