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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 근흥면 안기 2리와 용신 1리를 이어주는 궁틀길을 걸어온 서해랑길은 서쪽으로 이동하며 근흥반도 바깥으로 나간다. 태안 해안 국립공원 지역을 가로지른다. 원안 해수욕장 입구에서 잠시 마을길로 돌아가지만 계속 용도로 도로를 따라서 이동하여 연포 해수욕장에 닿는다. 용도로는 근흥면 용신리와 도황리를 이어주는 도로이다.

 

궁틀길 끝자락에서 용남로 도로 인근으로 나가지만 도로로 나가지는 않고 다시 농로를 따라 남서쪽으로 내려간다.

 

농로를 따라가는 길에서 갑자기 포장길이 없어지고 풀숲으로 들어가니 당황스러웠지만, 서해랑길 리본을 따라 1백 미터의 짧은 오솔길을 지나면 다시 포장길을 만난다.

 

근흥반도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길, 용신리의 작은 야산 옆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푸른 하늘은 하얀 깃털 구름으로 가득하고 들판은 황금색으로 익어가고 있지만 추수를 앞두고 쓰러진 벼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다. 자연 앞에 한없이 작은 인간의 단면이다.

 

어디서 씨앗이 날아와 자리를 잡았는지 들길에서 백일홍을 만났다. 배롱나무를 백일홍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엄밀한 의미의 백일홍은 이 꽃이다. 이름처럼 백일 동안 꽃을 피운다는데 6월에 펴서 10월까지 시들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10월이니 백일홍도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줄점 팔랑나비가 백일홍 꽃에 앉아 꿀을 빠느라 정신이 없다.

 

마늘의 고장 태안과 서산을 걷다 보니 새로운 농법도 만나게 된다. 일명 칼집 비닐이라는 것이다. 마늘이 겨울을 나는 작물이니 만큼 한파 대비도 있고 잡초 예방을 위해서 많은 경우 비닐 멀칭을 하는데, 많은 경우 사람이 직접 동그란 구멍이 뚫린 비닐에 맞게 심거나 마늘을 심고 구멍 없는 비닐로 덮었다가 싹이 나면 칼로 구멍을 뚫어주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 방식은 마늘 파종기 기계로 마늘을 심은 다음에 칼집 비닐을 덮어주기만 하면 끝인 방식이다. 마늘 싹이 비닐의 칼집 사이로 알아서 나오기 때문이다. 농사 지을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농촌 현실에서 인력을 줄이는 획기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발명은 늘 필요를 따라오는 법이다.

 

종점을 4.8Km 정도 남겨둔 지점, 용남로 도로를 가로질러 마을길 걷기를 이어간다.

 

작은 언덕길을 지나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근흥만 바다가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가을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으나 눈부신 가을 햇살, 파란 하늘과 흰구름, 황금 들판, 푸른 바다를 보며 걷는 것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싶다.

 

구릉지가 많은 근흥반도길에서 작은 야산의 언덕길들은 걷기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묘미이기도 한다. 언덕길에 자리한 무궁화 꽃이 화사하다.

 

남쪽으로 걸으며 근흥반도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근흥장로교회와 용신경로당을 차례로 지나며 용도로 도로에 들어선다. 연포 해수욕장까지 우리와 함께할 길이다.

 

마을길을 지나다 보니 3대가 밭에 모여서 고구마를 캐는 모습도 본다. 어린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지만 참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여행도 좋고 외식도 좋지만 기족이 모여서 함께 일하면서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만큼 즐거운 여가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족 중 일부는 일하는 것 자체가 싫다는 사람이 늘 있기 마련이라 쉬운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이왕 함께하는 것이라면 소비나 유흥을 함께하는 것보다는 노동이 낫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렇지만, 의외로 우리 주변에는 에르고포비아(ergophobia), 일 공포증을 가진 사람이 많다. 

 

도로변을 걷지만 한들거리는 코스모스가 나그네를 반겨준다. 코스모스 풍경은 가을 풍경에서 결코 빠질 수 없다.

 

용도로 도로를 따라 걷던 길은 용신 2리, 원안해수욕장입구에서 잠시 마을길로 길을 돌아서 간다.

 

길이 남쪽으로 향하면 근흥만 바다를 서쪽으로 향하면 눈부신 오후의 햇살을 마주하는 들길을 걷는다.

 

잠시 마을길을 돌아간 길은 원용경로당을 지나면서 다시 용도로 도로를 만나서 연포 해수욕장을 향한다.

 

연포 해수욕장을 향하여 서쪽으로 향하는 길은 찬란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걷는 길이다. 2차선 도로는 채석포를 들러서 연포로 가지만 우리는 연포로 바로 간다.

 

산 사이의 계곡길을 걷는 길은 태안 해안 국립공원 지역을 관통하는 길이다. 

 

계곡길에서 독특한 모양을 가진 산딸나무를 만났다. 열매가 산딸기를 닮았다고 붙은 이름인데, 혹자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닮았다는 이야기도 하는데 자세히 보면 그럴 법도 하다. 열매가 예쁜 모양은 아니지만 망고 맛이 난다고도 하고, 달고 신맛이 난다는데 하나 먹어볼걸 그랬다.

 

계곡길을 빠져나온 길은 소암해변에서 채석포를 거쳐온 용도로 도로와 합류하여 길을 이어간다.

 

소암해변은 연포 해변과 이어진 곳이기는 하지만 중간에 바위산으로 막혀 있어서 마치 비밀의 해변과 같은 모습이다. 여름 피서를 온다면 이런 곳을 찜해놓고 싶다.

 

소암해변과 연포를 나누고 있는 산자락의 언덕길을 넘어가면 드디어 연포 해변이다.

 

언덕길을 넘어서 연포 해수욕장에서 66코스를 마무리한다. 예약한 인근 숙소에 배낭을 벗어두고 연포 해수욕장으로 나간다. 저녁거리 간식거리도 사고 해수욕장도 둘러볼 요량이다.

 

깨끗한 모래사장이 펼쳐진 연포 해수욕장을 보는 순간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서해랑길을 걸으며 여러 해수욕장을 지나쳐 왔지만 손꼽을 만큼 훌륭한 해변을 가진 곳이었다. 국립공원 지역의 품격이 있었다. 해변 캠핑장에서는 국립공원 지역이니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있기는 했어도 아름다운 풍경에 그런 사람들의 실랑이는 머리에서 휙 하고 날아가 버린다.

 

해안선이 남쪽을 향하고 있는 연포 해수욕장에서는 서해의 일몰이 수평선이 아니라 산 위로 내려가는 것을 본다.

 

연포 해수욕장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들어 보니 흥미로운 사실들을 접하게 되었다. 1969년부터 삼성그룹에서 연포 해수욕장 주변의 땅을 대량으로 매입했다는 것과 지금은 없어진 TBC 동양방송에서 연포 해변가요제를 열었는데 당시에 동양방송 이사로 고 이건희 회장이 근무하면서 후계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연포 가요제를 통해서 우리가 잘 아는 노래들이 발표되고 유명한 가수들이 배출되었다는 것이다. 구창모, 배철수도 그렇지만 그룹으로 출전하여 그랑프리를 받은 징검다리의 여름이란 노래는 지금 들어도 흥겹다.

 

흥에 겨워 여름이 오면
가슴을 활짝 열어요
넝쿨장미 그늘 속에도
젊음이 넘쳐흐르네
산도 좋고 물도 좋아라
떠나는 여행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사랑이 오고 가네요
여름은 젊음의 계절
여름은 사랑의 계절

 

이곳은 1972년부터 휴양지로 개발되었다고 하는데 한 가게에 붙은 "연포아가씨"라는 하춘하 씨의 히트곡도 1972년에 발표한 노래이다. 

 

오늘도 임 기다리는 연포 바다엔
쌍돛대 외돛대 배도 많은데
한번 가신 그님은 소식도 없고 물새만 울어 울어~
세월 흐르니 야속한 생각 눈물에 젖는~ 눈물에 젖는~
연포 아가씨~

오늘도 갈매기 우는 연포 바다엔
금모래 은모래 변함없는데
사모하는 그님만 간 곳이 없고 파도에 씻어가듯
세월 흐르니 그리운 건 한숨에 젖는~ 한숨에 젖는~
연포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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