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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가족과 함께 오토캠핑으로 찾았었던 몽산포 해수욕장에 도착했지만 예전의 기억은 그저 가물가물할 뿐이다. 몽산포에서 하룻밤 쉬고 66코스를 이어간다. 몽산포 해수욕장을 출발하면 솔숲길을 거쳐서 몽산포항으로 향한다. 항구 끝자락에서 들길로 나가는 서해랑길은 몽산 1리의 여러 마을길을 거쳐서 진산리 갯벌 체험장에 이른다. 갯벌 체험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태안 8경 중 하나라는 몽산포 해수욕장의 해변 앞을 가로지르며 여정을 시작한다. 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던 홍성의 한 효자가 꿈을 따라 터를 잡았다고 해서 몽대 마을이라 불렸는데,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의 수많은 마을 이름이 망쳐진 것처럼 몽대리와 이근 동산리를 합쳐서 몽산리 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효자, 효녀"라는 말이 그리 친숙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가 싶어 씁쓸함이 남는다.
해안으로 가득한 캠핑촌을 가로질러 몽산포 해수욕장을 빠져나간다.
캠핑촌과 몽산포 주차장을 지나면 수많은 펜션촌을 지나야 한다.
몽산포 해변이 있는 곳은 주소로는 태안군 남면 신장리에 해당하고 몽산리는 몽산포항이 있는 해변 북쪽이다. 개천을 건너 몽산리로 들어간다.
몽산포 해변에서 몽산포항으로 이어지는 길은 우람한 솔숲을 관통하며 이어진다. 솔숲에 있는 캠핑장에서는 전기차 들만 모여 캠핑하는 EV캠프데이라는 특이한 캠핑 행사도 열리고 있었다. 전기차에서 전원을 공급받아서 좀 더 편안한 차박을 하는 그야말로 전기차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실감하는 현장이었다.
몽산리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몽산포항에 도착했다. 작은 어항으로 포구 앞에 안목도라는 작은 섬이 있다. 서쪽을 바라보고 있는 항구로 일몰이 일품인 곳이다.
물 빠진 몽산포항의 항구길을 따라 이동한다. 국립공원 지역이라 그런지 항구의 모습도 예사롭지 않다. 훌륭한 풍광을 가진 곳이다.
길은 몽산포항의 항구길 뒤편으로 빠져서 마을길로 나간다.
가을색이 짙어가는 몽산리 마을길을 가로지르며 북동쪽으로 이동한다.
몽산 2리 밤나무골에서 잠시 몽대로 도로를 만나지만 다시 마을길을 접어들어 길을 이어간다. 황금색으로 익어가는 벼, 파란 하늘과 흰구름, 다양한 색상의 지붕들까지 아름다운 가을색에 눈이 상쾌하다.
동네 개들만 반겨주는 마을길을 계속 걷는다. 동네개도 확실히 성격이 천차만별이다. 목줄도 없이 꼬리 치며 나그네를 반기는 강아지부터, 몸집은 작지만 집은 지켜야 하겠으니 악다구니로 짖는 소형개도 있고, 산 더미만 한 덩치로 컹컹 거리며 위협감을 주는 개도 있고, 짖을 필요가 없군! 하며 나그네를 본체만체하는 그야말로 개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마을길에서는 평소에는 잘 보지 못하는 작물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명이나물도 있고 수확을 앞둔 생강도 잎이 싱싱하다. 두 작물 모두 볏짚으로 멀칭을 해준 것이 공통점이었다.
서쪽으로 이동하며 언덕 위에 멋지게 지은 펜션을 지나면 몽대로 도로를 다시 만난다.
몽대로 도로를 다시 만났지만 이내 우회전하여 북쪽으로 이동한다. 몽대로 도로와 숨바꼭질하는 기분이다. 마을길을 조금 더 걸으면 또다시 몽대로 도로와 만난다.
콩꽃에 앉은 줄점팔랑나비가 꿀을 빠느라 정신이 없다.
마을 전봇대에서 만난 동서트레일 리본. 산림청이 주관하는 트레일로 아직 미완성이고 2026년 완공 예정이라고 한다. 충남 태안부터 경북 울진까지 849Km에 이르는 거리로 "백패킹이 가능한 우리나라 최초의 장거리트레일"이라는 소개가 눈길을 끈다.
몽산포항 이후로 이제 세 번째로 가로지르는 몽대로를 마지막으로 이별하고 언덕을 내려간다.
북쪽으로 이동하며 언덕에서 평야 지대로 내려온 길은 해변의 진산리를 향해서 이동한다. 정면으로는 회색빛 콘크리트 벽체가 10여 년간 방치된 상태로 흉물처럼 보인다. 2008년 공사를 시작했던 대형 복합 레저 시설이었는데 부도 이후로 오랜 세월 방치 상태라고 한다.
둑방길을 따라 진산리 해변으로 나간다.
호수 너머의 방치된 대형 리조트 시설은 축구장 12개에 해당하는 면적을 차지할 만큼 엄청난 규모인데 지역 주민의 바람과 달리 정상화는 아직 요원한 모양이다. 둑방길을 지나 진산리 해변으로 나가는데, 갯벌을 찾아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입구부터 자동차가 줄을 선다.
진산리 갯벌은 흩어진 사람들로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길 가까이 갯벌에서 발을 움직이느라 바둥거리는 모녀가 있었는데 그들은 조개를 잡지 못해도 갯벌과 씨름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듯 웃음이 가득했다.
사진으로는 모두 담을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갯벌에 가득하다. 그저, 와! 하는 탄성이 터질 뿐이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왔으니 해변에 차가 그렇게 많고 여전히 이곳으로 들어오려는 차들로 줄을 서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저렇게 사람이 많아도 또 다른 사람들이 손에 양동이를 들고 조개를 잡을 기대에 부풀어 바다로 향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이유는 당연히 조개 노다지라는 입소문이 있었을 것이다.
진산리 어촌계에서 수많은 갯벌 체험객으로 놀랐던 우리는 망원산 자락의 진산리갯벌체험장으로 향한다.
진산리갯벌체험장은 계곡에 사이에 위치한 크지 않은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넘쳐나는 사람들이 작은 간이 화장실에 가려고 줄을 선 모습을 보니 굳이 이렇게 까지 체험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모든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생각은 제각각이므로 그저 좋은 시간을 가지길 바라며 서둘러 인파 사이를 빠져나간다.
진산리 체험 마을을 빠져나온 길은 높지 않은 망원산의 언덕길을 통해서 산을 넘어간다.
길 옆에서 돼지감자 꽃이 가을이 익어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색과 모양은 해바라기를 닮았다. 뿌리부에 달리는 돼지감자로 담근 장아찌를 먹거나 볶아서 차를 마시기도 했는데 그렇게 친숙해지지 않는 작물이다. 뚱딴지라고도 부르는데 돼지 사료로 사용했다고 하지만 당뇨나 변비로 고생하는 분들에게는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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