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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 버스 터미널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 69코스는 도화 읍내를 가로지르다 도화 초등학교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북쪽으로 잡는다. 도화중학교를 지나면 도화로 도로를 만나서 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갈림길에서 신호제 저수지에서 흘러 내려오는 도화천을 따라 오르막을 오르며 들판을 가로지른다. 신호제 저수지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임도 걷기가 시작되어 천등산 철쭉 공원에 이른다.
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도화 베이스볼파크를 지나 69코스의 시작점인 도화 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2017년에 주민복합센터와 함께 지은 야구장은 남해안 도시들에 있는 다른 야구장처럼 전지훈련을 목적으로 한다지만,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잘 관리해서 고흥의 학생 야구나 생활 야구인들이라도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
오늘은 천등산을 넘으면 일정이 끝나는 어렵지 않은 코스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모두 포장 임도를 걷는다. 오르막 일부 구간이 경사도가 급하다고 어렵거나 보통 이상이라고 표시하고 있으나 무난한 여정이다.
안개가 가득한 도화 읍내를 관통한다. 평일의 이른 아침 읍내는 한산하다. 장이라도 열리면 분주할 텐데 도화 재래시장의 3일, 8일 오일장이 열리는 날도 아니다.
길은 도화 초등학교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어린이 보호구역이 그려진 길을 따라간다.
고려시대 산성으로 추정하는 고흥 오치 음성에 안내판이 서있었다. 산 깊숙하게 들어가야 그 흔적을 볼 수 있지만, 인근에 고흥 독치성과 고흥 백치성도 있다고 한다. 오치 음성을 비롯하여 모두 전라남도 기념물로 관리되고 있다. 위성사진으로 보면 독치성과 백치성은 그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지만 오치음성은 2.6km에 이르는 대규모 성임에도 불구하고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름을 오치음성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안개가 가득한 고흥 중학교를 지나면 좌회전하여 도화로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동오치 마을 입구를 지나 갈림길에 이르면 도화로 도로를 벗어나 좌측으로 이동한다.
길 입구에는 오늘의 목적지인 천등산 철쭉공원 안내판과 함께 조금 전에 만났던 안내판의 오치 음성과 백치성에 대한 안내도 붙어 있다.
안개인지 해무인지 뿌연 시야를 뚫고 도화천을 따라 올라간다.
도화천을 따라 들길을 올라가다가 도화천을 지나는 지점에 이르면 들길도 도화천도 거의 끝이 나고 있는 것이다.
들길을 조금 더 걸으면 포장도로를 만나서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포장도로는 사찰 입구에서 끝이 나고 남파랑길은 신호제 저수지 옆길을 따라 가파른 길을 올라간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며 길 옆을 보면 뿌연 해무사이로 저수지 둑이 겨우 보이는 절벽길이다.
해무가 가득한 이른 아침의 신호제 저수지는 신비한 분위기 마저 든다.
본격적으로 임도를 오르는 길, 산 능선을 보면 고도가 높아질수록 해무가 점점 옅어지는 느낌이다.
산 골짜기에 있는 사당댐을 보니 여름철이면 이곳 사람들의 피서지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오르막길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거칠어지는 숨과 이마로 흐르는 땀일 것이다. 구불구불 올라가는 임도에서 그나마 우리를 위로해 주는 것은 아침 햇살을 막아주는 나무 그늘이다. 이리저리 그늘을 찾아 걷는다. 그래도 나무 숲을 뚫고 땅을 비추는 햇살이 예쁘다.
나무 그늘이 없는 길도 좋다. 오전 9시를 바라보는 시각, 산 아래는 해무가 가득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인간계를 지나 선계에 들어선 것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하게 하는 풍경이다.
인간계는 해무가 가득하고 이곳 선계는 운해와 함께 신록을 즐긴다는 판타지 소설을 쓴다.ㅎㅎ
짙은 향기와 예쁜 꽃으로 우리의 감각을 깨우는 때죽나무 아래서 잠시 기운을 북돋운다. "'붕붕붕 꽃 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 자동차" 하는 꼬마자동차 붕붕이가 된 느낌이다.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길, 이번에는 엉겅퀴에 눈길이 간다.
보라색 꽃을 피운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엉겅퀴다. 가시나물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여린 순은 나물로 먹고 이후에는 줄기잎 꽃 모두를 약용 또는 식용한다고 한다. 지혈과 고혈압 예방에도 좋지만 정맥이 부풀어 오르는 증상에도 효험이 있다고 하니 누군가에는 그냥 잡초이고 누군가에게는 약이 되는 것이다.
산등성이로 철쭉 군락지가 보이면서 이제 오르막길도 끝이 난다. 5월 초였으면 화려한 철쭉으로 눈이 호강했을 텐데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공원 입구에 공중 화장실이 있었는데, 물이 있는 수세식 화장실은 아니었지만 생태 화장실을 깔끔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산 꼭대기에서 공중 화장실을 만나다니, 훌륭했다. 남파랑길은 철쭉 공원 위로 올라가지 않고 반대편으로 내려간다.
철쭉 공원 표지 뒤쪽으로 가니 남향이 아닌 곳에는 지각생 철쭉을 몇 송이 볼 수 있었다. 쉼터에서 잠시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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