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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창만 캠핑장에서 67코스를 끝내면 바로 이어서 68코스를 걷는다. 20Km에 육박하는 거리인 만큼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영남면 금사리와 오도를 잇는 해창만 제1 방조제를 지나면 오도 외곽을 돌면서 상오 마을을 지난다. 바다 건너편으로 취도를 보면서 걷는다. 오도에 상오 마을이 있다면 취도에는 하오 마을이 있다. 오도를 나오면 오도와 포두면 옥강리를 잇는 해창만 제2 방조제를 지나서 77번 국도와 18번 국도를 지나 봉암 마을에 닿는다.

 

남파랑길 68코스 안내판 너머로는 방조제가 만든 담수호에 국내 최대 규모의  해창만 수상 태양광 발전소가 건설 중이었다. 주민 참여형으로 상업 발전을 시작하면 수익이 조합을 통해 주민들에게 배분되는 방식이라고 한다. 우리가 방문할 당시에는 준공 직전이었다. 여러 논란 가운데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지 모르겠다.

 

활처럼 휘어진 해창만 제1 방조제 바깥으로 보니 우리가 한참 걸어온 방조제 뒤로 팔영산이 병풍처럼 버티고 서 있다.

 

이제 길은 제1 방조제의 끝인 오도를 보면서 나아간다. 이곳도 방조제가 지나면서 싹둑 잘라 놓은 갯벌이 남아 있는 지역이다. 이곳도 사도 마을의 갯벌처럼 곳곳에 구역 표시가 되어 있는 갯벌이다. 갯벌에서는 아낙네 두 분이 도란도란 갯일에 여념이 없으시다.

 

갯벌 일을 하시는 분들을 위한 갯벌 길과 물 웅덩이. 썰물 때 틈을 타서 만들었을 작업 공간에 비하면 갯벌의 역사는 더 유구할 텐데 지금 세대가 지나고 나면 과연 이곳에서 갯벌에 들어가 일을 할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사라지면 문화도 사라지겠지만 갯벌은 살아 있을 것이다.

 

오도로 들어가는 길 저 멀리 담수호 너머로 마복산(535m)이 눈에 들어온다. 해창만 제1 방조제의 오도 쪽 배수갑문을 지나면 좌회전하여 오도 외곽으로 들어간다.

 

오도로 들아가는 입구에서 바라본 팔영산 풍경도 훌륭하다. 바로 앞으로는 오도 해안선, 바다 건너 우측으로는 사도 마을, 중앙에 능정 마을 좌측의 배수 갑문까지 방조제 앞바다가 작은 호수와 같은 그림이다.

 

길은 언덕을 넘어 오도 반대편으로 간다.

 

언덕을 넘는 길에서 특이한 꽃을 만났다. 하얀 꽃잎도 나뭇잎도 범상치 않은 모양을 가진 백정꽃이라고도 부르는 백정화다. 중국 남부지방이 원산이며 그림처럼 울타리 나무로 심거나 관상용으로 심는다고 한다. 

 

이번에는 대추야자나무가 꽃을 피웠다. 꽃만 보면 이곳이 아부다비나 두바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오도 끝자락에 큰 농장이 하나 있었는데 부지런한 농장 주인이 이런저런 나무를 심은 모양이다. 

 

해변으로 나오니 별나로 체험 휴양마을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오도에 있는 상오 마을을 별나로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마을 펜션도 운영하고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는 모양이다. 길은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하오 마을이 있는 바다 건너편 취도를 보면서 해안길을 걷는다. 오도와 취도 두 섬 사이에 바다가 있는 것 맞나? 밀물이 들어오면 바닷물이라도 구경할 수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두 섬 사이에는 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다.

 

5월 중순인데 이곳은 벌써 마늘을 캐서 말리고 있다. 토실토실한 마늘을 보면서 내것은 아니지만 와 좋다! 를 연발한다. 지난가을에 심어서 겨울을 잘 이겨낸 한 해 첫 수확이나 마찬가지인 농작물이 마늘이다. 농촌에 살다 보면 대부분 자신이 먹을 마늘은 키우기 마련인데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할머니들은 이 집 저 집 다니며 이 집 마늘 좋네! 어디는 무슨 비료를 주었다는데...... 하는 설레발을 치시기도 한다. 멀리 마을 쉼터가 보인다.

 

마을 쉼터에 앉아 점심도 먹으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갖는다. 쉼터에 있던 나무의 세월은 가늠할 수 없지만 속 파이고 덩굴이 감고 올라간 모습을 보면 이 동네 가장 어르신보다 훨씬 더 오래 이 마을을 지키지 않았을까 싶다.

 

길은 취도로 넘어가는 연륙교 앞을 지나 계속 남쪽으로 해안길을 따라간다.

 

강렬한 태양 아래서 식물을 저렇게 두면 식물을 죽이는 것 같지만 생명이란 신비로워서 영양분은 뿌리로 내려오고 다음 세대를 이어갈 준비를 한다. 마늘이 굵고 좋다.

 

상오 마을 표지석 뒤로 535미터의 마북산을 보면서 걷는다. 남파랑길은 마북산 좌측의 아랫자락을 통과하여 고흥반도 최남단으로 이동한다.

 

봄이 되니 독특한 고추 재배 모습도 만난다. 고추 터널 조숙 재배라는 방법으로 노지에서 고추를 기르는 것보다 20일 정도 빨리 모종을 심어서 일반적인 고추보다 더 고추를 오래 키우는 방법이라고 한다. 땅에도 비닐 멀칭을 해주었고 외부에는 줄기를 잡아줄 망도 설치가 끝났다. 이렇게 고추를 재배하려면 이미 1월 하순에 고추 모종을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온실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이긴 하다. 고추를 터널 조숙 재배하면 일반 재배보다 2~3배 수확량이 많고 연작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오도의 끝자락에 있는 신오 마을을 지나면 다시 좌회전하여 해창만 제2 방조제 둑방길을 걷는다.

 

해창만 제2 방조제 둑방길로 올라서서 담수호 쪽을 보니 해창만 공원에서 보았던 수상 태양광의 실체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이왕 준공했다면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되길 바란다.

 

오도와 포두면 옥강리를 잇는 제2 방조제를 걷는 길은 제1 방조제와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수심이 있는 곳이라서 그럴까? 취도와 옥강리 사이의 물길은 평화롭기만 하다. 멀리 마북산을 보면서 둑방길을 걸어간다.

 

해창만 제2 방조제 배수갑문을 지나면 우회전하여 77번 국도가 가는 방향으로 같이 움직인다.

 

배수갑문을 지나면 내초 마을의 마을길을 걷는데 마을길을 걷다 보면 길이 77번 국도와 만나는 지점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길은 정류장 가기 직전에 좌회전하여 마을 뒤의 오봉산 방향으로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내초 마을 골목 안으로 들어가는 길, 이 동네가 벽화 마을은 아닌데 아마도 주인장이 솜씨를 발휘한 모양이다. 시원한 색을 배경으로 굴과 소라 조개를 나비와 함께 예쁘게 그려 놓았다. 어디를 가든지 부지런하고 삶에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길은 벽을 항아리로 장식해 놓은 농장 앞에서 우회전하여 마북산을 보면서 남쪽으로 농로를 걸어 내려간다. 항아리 장식을 해 놓은 농장은 포두팜이라는 이름으로 귀농한 부부가 샤인머스켓을 재배한다고 한다. 

 

큰 마늘 밭은 보통 전문 일꾼들이 투입되어 한번에 수확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곳은 노부부께서 쉬엄쉬엄 마늘을 뽑고 계신다. 엉덩이를 붙이시고 세월아 네월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는 고속, 고효율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느려도 꾸준한 것이 이루어 내는 역사는 무섭다.

 

길은 18번 국도 아래 굴다리를 통과하여 봉암 마을에 이른다. 큰길로 나오면  봉암 삼거리인데 삼거리에서 봉암로 쪽으로 좌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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