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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암 마을을 지나는 남파랑길 68코스는 마북산 아랫자락의 계곡을 따라 올라가 임도를 통해 까막재 고개를 넘는다. 고개를 넘으면 고흥군 포두면 옥강리에서 남성리로 진입한다. 산을 내려가며 대곡제 저수지를 지나고 남성 마을을 가로질러 77번 국도에 도달한다. 국도에 도착하면 이후로는 익금 마을까지 국도변을 걷는다.

 

오후 2시가 넘어가는 시각, 5월 중순의 태양도 만만치 않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농부들이 일하다가 쉬려고 길가 나무 아래에 만들어 놓은 공간인 듯한데 우리가 잠시 빌려 휴식을 취한다. 5월이라 그런지 나무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하고 쾌적하다.

 

휴식 취한 다음에는 마북산 아랫자락의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봉암길 도로를 따라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아까시의 계절도 끝났나 싶었는데 이렇게 예상치 않게 하얀 꽃으로 향기로 나를 깨워주는 나무들이 고맙다.

 

사람이 살고 죽는 흐름 속에 매장 문화도 많이 바뀌어 온 것이 사살이다. 최근에는 화장 비율이 90%에 육박한다고 한다. 최근 남파랑길을 걸으며 독특한 매장 문화가 많이 퍼지고 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는데, 바로 평장이다. 화장한 고인의 유해를 나무함이나 황토함에 넣고 땅에 묻은 다음 그 위에 봉분 없이 표지석을 놓는 것으로 끝내는 방식이다. 위의 그림처럼 예전에 묘소가 있던 곳에 가족의 평장묘를 모아 둘 수도 있고 나무 아래에 평장을 하면 수목장이 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나무함이나 황토함은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문중이나 종중의 묘를 이런 식으로 정리하는 사례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의 들판은 모내기에 앞서 소먹이풀을 말려서 둘둘 말아 공룡알로 만들기 위해 한쪽으로 모아 놓은 상태다.

 

계곡 우측 마북산의 모습은 산 중턱까지 산이 이발이라도 한 듯 나무가 잘려 나간 모양이다. 조림 사업을 하는지 모를 일이지만 간벌하면서 조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하는 질문이 던져지는 풍경이다.

 

독특한 냄새로 계절을 알려주는 밤꽃의 계절의 돌아왔다. 벌써 봄이 지나가고 초여름이 문턱이라는 신호다.

 

길가에 벌목한 나무들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니 인근에서 산림 관리를 하는 모양이다. 산비탈을 보면 키 큰 나무들 사이로 작은 나무들이 있는데 조림한 것으로 보인다. 조금 전에 보았던 이발한 듯한 마북산의 모습도 이런 식으로 조림했으면 생겨나지 않을 모습이었지도 모르겠다. 위성사진을 보면 마북산과 인근 산에 하얀 땅이 뱀처럼 이어진 길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새로운 임도를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봉암길 도로는 어느덧 끝나고 이제는 임도를 통해서 까막재 고개를 넘는다. 임도가 세월이 흘러 그림처럼 임도 옆 나무들이 울창해서 위성에서도 임도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할까?

 

도로 이후로 까막재 고개를 넘는 임도 오르막은 길지 않고 고개를 넘으면 바로 남성 마을로 이어지는 내리막 길이 시작된다. 포두면 옥강리에서 남성리로 넘어간다.

 

울창한 산림을 내려가는 길은 언제나 환영이다. 공기도 상쾌하고 우리의 발자국 소리만이 들리는 고요함, 싱그러운 숲 냄새까지 게다가 발걸음까지 가벼운 내리막길이니 이것보다 좋은 걷기가 있을까?

 

산이 높지 않으니 내리막길은 이내 끝나고 산 아래로 넓은 마늘밭과 그 아래로 대곡제 저수지가 보인다.

 

산 아래로 펼쳐진 광활한 마늘밭 저 너머로 모든 나무를 베어버린 벌거숭이 산도 보인다. ㅠㅠ

 

마늘밭들은 돌담을 쌓아 만든 다랭이 밭이었다. 이런 다랭이 마늘밭 사이로 사람을 실은 트럭들이 분주하게 오간다. 버스로 사람들을 실어와서 마늘밭에 투입하는 소위 업자들의 차량이다. 물건 싣는 트럭에 사람을 싣고 다니는 것이 위험천만해 보이지만, 아마도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보였는데, 그들 눈에는 배낭 메고 다니는 우리가 특이해 보였는지 놀란 눈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대곡제를 지난 길은 큰 나무와 정자가 있는 남성 마을로 이어진다. 까막재 고개를 넘어온 우리는 저 나무 아래서 도시락을 챙겨 먹으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길은 마을을 가로질러 국도로 나간다. 남성 마을이라는 이름이 특이한데 옛날에 남포성(마목성)이 있던 곳이라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포두면에서 가장 큰 마을이라고 한다.

 

우리가 내려왔던 마북산 자락을 뒤로하고 77번 국도를 따라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우측으로 남성제 저수지도 지난다. 이곳의 농부들 입장에서는 소금기가 섞였을지도 모르는 방조제 옆 담수호의 물보다는 이런 저수지의 물이 논으로 내려왔으면 하고 바랄 것이다.  

 

노부부가 뙤약볕 아래서 마늘 수확에 여념이 없으시다. 이분들은 이미 뽑아서 말린 마늘을 밭에서 선별하면서 묶고 계신다. 일꾼들을 쓰지 않고 저 큰 밭을 모두 수확하셨을 테니 하루 일을 끝내면 안방에 누워 끙끙 앓으셨을 것이다. 그래도, 일을 마무리해야 하니 그 몸을 이끌고 두 분이 나오셨을 텐데 중간 업자에 마늘을 넘기면 얼마나 받으시려나...... 직거래하면 제 값을 받을 수 있지만 판로가 마땅치 않고, 중간 업자에 넘기면 간편하게 일을 마무리할 수 있으니 좋지만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고 농사로 돈을 번다는 것은 어떤 농사라도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도로 표지판에 68코스의 종점인 도화가 등장했고 바로 다음으로 우리가 들러서 가게 될 익금마을도 등장했다. 

 

도로 우측으로는 마북산 자락이 길게 우리를 따라온다. 차량이라면 익금 마을 교차로에서 우측으로 내려가 좌회전하여 굴다리를 통과해야겠지만 남파랑길은 익금 마을에서 국도로 올라오는 길 쪽으로 바로 내려간다.

 

교차로로 내려가면 바로 익금 마을이다. 포두면의 가장 남쪽에 있는 마을로 뒷산의 모양이 개 여섯 마리의 꼬리를 닮았다고 육구미라 했다가 발음이 비슷한 익금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마을을 거쳐서 다시 국도로 나오지만 일단 길은 익금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마을 회관 옆을 지나면 익금 마을 포구가 보이는 해안으로 나온다. 멀리 남쪽으로 나로도가 보이는 곳이다.

 

길은 해안길을 따라서 익금 마을을 벗어나 국도 방면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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