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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등산 철쭉 공원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에는 임도를 따라 천등산을 내려간다. 천등산을 넘으면 풍양면이고 산을 내려가면 송정 마을을 만나는데 송정 마을에서 북쪽으로 계곡을 돌아 내려가서 백석 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고도 4백여 미터의 천등산 철쭉공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산 아래에 가득한 해무 때문에 지리산 노고단에서 보는 운해를 감상하는 느낌이다.

 

천등산 철쭉 공원에서 사방으로 등산로가 이어지고 도화면, 포두면, 풍양면에 걸쳐 있는 산이지만 휴식을 취하며 이른 점심을 먹은 우리는 도화면에서 풍양면 송정리로 내려간다.

 

우리가 내려갈 풍양면 방면으로도 해무 때문에 바다 풍경은 보지 못하고 운해를 본다. 멀리 운해 너머로 보이는 것은 거금도의 적대봉(592m)이 아닌가 싶다.

 

공원에서 보는 천등산(554m)의 모습이다. 서쪽에서 정상 쪽으로 이어지는 바위들이 마치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 같다. 

 

공원에서 천등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데크 계단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하여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방식이다. 우리는 좌측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아주 조금 내려왔는데도 철쭉 공원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시야가 펼쳐진다. 아래로 강동저수지도 멀리 바다 건너 거금도는 더 선명해졌다.

 

산등성이 너머로 서울의 북한산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별학산이 멀리서 자태를 뽐낸다. 남파랑길은 저 산 아래쪽으로 지나간다.

 

하산길은 천등산을 오를 때의 식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군데 조림지도 보이고 임도 양 옆으로도 나무를 심은 모양이다.

 

갈림길에서는 남파랑길 표식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다양한 나무들이 생명력을 뽐내는 좋은 숲길을 걷는 것은 언제나 기분을 좋게 한다.

 

굽이굽이 계곡을 돌아가는 완만한 내리막 임도를 걷는 것도 좋은데, 울창한 숲이 함께하는 나무 그늘을 걷는 임도라니, 이 만큼 환상적이 길이 또 있을까?

 

숲 속으로 유심히 보면 나무들 사이사이로 작은 묘목들이 심어져 있었다. 어린 나무들이 크면서 자연스럽게 숲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미래를 상상해 본다. 조림 작업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참 좋을 듯한데 문외한의 생각과 전문가들의 현실은 어떠한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용의 등 같은 천등산 능선의 바위들을 보면서 하산길을 이어간다.

 

한참 내려가는데 한 그룹의 사람들이 올라오다가 길바닥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근처로 다가가니 선생님과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었다.  한참 지쳤는지 아이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인사를 건네며 내려가는데 아이들도 선생님도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아이들은 힘들어하는 모습이었지만 선생님과 함께 산을 오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이 아이들처럼 이 땅의 아름다운 자연을 몸으로 체험하며 성장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가지며 내려갔다.

 

구룡폭포, 토왕성 폭포와 같은 화려한 폭포가 아니더라도 한줄기 흐르는 물이 임도를 걷는 우리에게는 세상 훌륭한 폭포 역할을 한다.

 

바위와 나무들이 어우러진 바위산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하나의 조경 작품과도 같다.

 

철쭉 공원부터 풍양 사동 마을 표지판을 따라 내려왔지만 우리는 사동마을로 계속 가면 안 되고 갈림길에서 천등 마을로 내려간다.

 

마을에 가까이 왔는지 서서히 민가도 보이고 밭도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산길은 끝나고 천등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천등 마을은 천등산 바로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천등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각종 꽃향기가 우리의 발걸음을 느리게 만든다. 처음 만난 꽃은 바람개비를 닮은 하얀 꽃이 있는 백화등이다. 바위나 고목을 타고 올라가는 백화등 군락을 보니 아마도 백화등이 돌담을 뒤덮은 모양이다.

 

이번에는 진한 향기를 내뿜는 나무들이 들판길에 하얀 나무 담장을 만들었다.

 

멀리서 볼 때는 조팝나무가 아닌가 싶었는데 피라킨타라는 장미과의 상록 활엽수다. 하얀 꽃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꽃이 지고 나면 붉은 열매를 맺는다. 울타리 나무로 많이 심는 나무다.

 

밭에는 마늘을 뽑아 말리고 있는데 마늘대가 노란 것이 이제 정리를 해야 할 단계다. 그런데,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마늘보다는 땅의 색깔이었다. 토질이 마치 제주도의 화산재 토질처럼 보였다. 물론 분석해 보아야겠지만 눈으로 보기에도 좋은 흙처럼 보인다.  좋은 땅에 좋은 씨앗을 심는 것은 좋은 결과물을 내는 첩경이 아닐까!  토질에 부러움을 느끼는 1인이다. 

 

천등산 하산길에서 우연하게 보았던 별학산을 천등 마을에서 제대로 본다.

 

천등 마을을 지난 남파랑길은 마을을 돌아 851 지방도 풍남로 방향으로 이동한다.

농로를 통해 풍남로 도로 아래로 나오면 우회전하여 도로 아래로 이어지는 농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돌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계단식 논을 거슬러 올라간다.

 

농로를 거슬러 올라가던 길은 도로를 건너서 건너편 산속으로 올라간다. 길 바로 옆 땅에 농부 한분이 혼자서 열심히 과수원 공사를 하고 계셨는데 농부를 지키는 존재가 있었다. 키 작은 멍멍이 한 마리였는데 우리를 끈질기게 따라오면서 무섭게 짖어댄다. 크지 않아도 괜히 물릴까 봐 긴장의 연속이었다. 주인장은 "안녕"하면서 인사해 주면 괜찮다는데 우리의 인사는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ㅠㅠ. 우리가 주인장에게서 조금 멀어지니까 그제야 주인에게로 돌아간다. 

 

별학산을 보면서 걷는 산길은 금방 다시 풍남로 도로로 내려간다.

 

도로로 내려온 길은 바로 이어서 도로 좌측의 농로를 따라서 백석골 골짜기로 내려간다. 골짜기를 통해서 산 아래를 돌아 백석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백석골에 자리 잡은 농장을 지나는데 우리가 소를 보는 것인지 소가 우리를 구경하는 것인지 헷갈리다. 아시아에서 인류가 소를 사육하기 시작했던 것은 운반과 농경을 위한 것이었을 텐데 이제는 고기를 위해서 그것도 마블링을 위해 배합사료를 먹이며 소를 사육하는 시대다. 알프스에서 풀을 뜯던 소들을 보면 이런저런 다양한 풀을 먹으며 우유를 생산하는데 우리 소들은 편식에 운동도 못하는 소가 태반이니 과연 이런 문화가 지속되어야 하는가? 소비자도 생산자도 깊은 생각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 다른 농장을 지나며 마을로 들어가는데 전남 해양쓰레기 소각장 반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백석 마을 산지에 설치 예정이라는데 결과는 모르겠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해양 쓰레기를 처리는 해야 되겠지만 오염 없는 처리 방법은 과연 존재할까? 하는 의문도 품어본다.

 

남북으로 길게 계곡에 자리 잡은 백석 마을 평야를 따라서 마을로 내려간다.

 

마을의 논들은 모내기 준비가 한창이었다. 종점이 바로 코앞이었지만 트랙터로 논갈기 하는 모습을 보며 정자에 앉아 잠시 쉬어 간다. 나이 드신 부부가 트랙터를 몰고 논으로 출동하여 아주머니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시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니 나이 들면 자식보다는 배우자가 동지요 동반자라는 말이 맞는 듯하다.

 

마을 입구에 있던 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우리는 마을 안으로 들어와 백석 마을 정류장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백석 마을이라면 마을 뒷산에 하얀 바위가 있어서 그런가 하는 상상을 했는데 의외로 백석은 소금 백석의 의미였다. 마을 앞바다에 염전이 있어서 소금이 많아 나온다고 붙은 이름이지만 1979년에 방조제를 쌓고 간척 사업을 하면서 지금은 염전 모양의 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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