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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59코스는 남파랑길 여러 코스 중에 거리가 가장 짧은 코스 중의 하나다. 가사리 방조제를 넘어서며 여수시 화양면에서 소라면으로 넘어온 길은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걷는다. 중간에 대곡 마을을 들러가는 것을 제외하면 계속 복산리의 해안도로를 걷는다.
남파랑길 59코스는 여수 갯노을길과 함께 한다. 홍가시나무로 울타리를 만든 해변가 집을 지나 대곡해안길 도로변을 걷는다.
해안길을 걷다 보니 남파랑길 59코스를 이름으로 삼은 펜션이 등장한다. "남파랑 59 펜션"이었는데 깨끗한 화장실도 개방해 주고 있었다. 남파랑길에서 유명 관광지가 아니면 공중 화장실을 만나기 어려운데, 화장실을 개방해 주고 있는 고마운 곳이었다.
물이 들어와 있는 여자만 바다를 보면서 해안 도로를 걸어간다. 자동차도 많지 않고 평일이라 다니는 자전거도 많지 않아 호젓하게 걸을 수 있었다.
길은 잠시 도로를 벗어나 대곡마을로 들어간다. 마을을 돌아 다시 도로로 나올 것이다.
해안과 멀지 않은 언덕에 올라 해안과 나란히 길을 이어가는 마을길이다.
대곡마을로 이어지는 언덕배기 마을길은 해안도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좋은 전망을 선사한다.
언덕배기에서 남서쪽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은 감도마을에서부터 우리와 함께 했던 간도, 운두도 섬들이다. 언덕 아래 북쪽으로 대곡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친환경으로 벼농사를 짓는다는 대곡 마을의 넓은 평야를 보면서 마을로 내려간다.
봄기운이 완연한 골목길을 가로질러 내려간다. 마을 중심으로 가지는 않고 해안 방면으로 마을 외곽길로 간다.
정성껏 그려 넣은 벽화가 마을 분위기 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삭막한 시멘트 담장이 사람들의 정성스러운 손길을 거치니 거리 미술관이 되었다. 그림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여수시청 공무원들로 구성된 소풍 봉사단과 여수 미술관, 지역 중고교 학생들이 함께한 결과물이라 한다.
마을 끝자락의 한 농가를 지나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건초 더미 꼭대기 상석에 앉아 우리를 내려다본다. 마치 왕좌에 앉아 있는 듯 표정과 눈빛도 거만하다.
길은 농로를 따라 평야를 가로질러 북쪽으로 이동하다가 좌회전하여 상류에서 내려오는 수로를 따라 해안으로 나간다.
우리가 지나온 대곡마을을 뒤돌아 본다.
소라면 추억의 고향길 표지석 앞에서 우회전하여 대곡 방조제길을 걷는다.
대곡 방조제를 지나면 복산 해안도로가 시작된다. 이곳에서 방조제 둑에 걸터앉아 점심식사를 해결했다.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우리를 슬쩍 보며 지나기는 했지만 어느새 물이 빠진 갯벌을 구경하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물이 빠지고 있는 갯벌은 짱뚱어 세상이다. 갯벌 위를 후드득 뛰어다니는 모습이 신기하다. 짱뚱어도 망둥어처럼 농어목 망둑어과에 속하는데, 알고 보니 망둑어과는 단순한 종류가 아니었다. 망둑어과에 속한 것이 2백여 속에 2천여 종으로 물고기 분류 중에 가장 많은 종류가 있다고 한다. 나의 기억 속에 대나무 낚시로 잡던 망둥어와 이렇게 갯벌 위를 뛰어다니는 짱뚱어 두 가지로만 알고 있었으니 무식이 하늘을 찌른다. 우리나라에만 50여 종이 있고 크기도 모양과 특징도 제각각이라고 한다.
물이 빠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찰박찰박한 갯벌은 유리 거울과 같다. 산복리 해안 도로는 이러한 갯벌과 함께 쭉 같이 간다.
개펄, 갯벌이라고도 부르는 간석지는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겼다가 썰물이 되면 물 위로 드러나는 지형을 말하는데, 예전 같으면 누군가는 간석지를 보며 농지를 만들거나 염전을 만들까! 하는 생각을 했겠지만 요즘 같으면 썰물 때도 땅이 드러나지 않는 곳까지 둑을 쌓고 매립하여 산업단지, 골프장, 마천루를 지을까 생각할 것이다. 반면 짱뚱어 뛰노는 모습을 보니 양식장으로 어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남겨두는 것이 어민들을 위해서도 도시 사람들을 위해서도 지혜로운 선택이 아닌가 싶다.
어민들을 위한 경고장에 수긍하며 복산리 해안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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