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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항마을을 지난 남파랑길 60코스는 해안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복개도를 앞에 보면서 장척마을을 지나고 해넘이길을 따라 바둑산 아랫자락의 해안길을 걷는다. 바둑산 자락의 해넘이길이 끝나면 도로로 나가지 않고 반월마을까지 해상 데크길을 걷는다. 반월마을로 가면서 여수시 소라면에서 여수시 가장 북단의 율촌면으로 넘어간다. 반월마을을 지나면 해안길을 따라 봉전마을에 닿는다.
궁항마을 버스정류장에서 60코스를 시작하는데 59코스 달천마을에서 우리를 스쳐 지나갔던 여성 두 분이 버스 정류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땡볕아래를 걷느라 모자와 선글라스, 자외선 차단 마스크까지 꽁꽁 둘러싸고 계셨던 두 분은 휴식 시간을 맞이하여 편하게 쉬고 계셨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지나갔다. 궁항마을 안내판에서는 아름다운 석양과 전어를 소개하고 있었다.
궁항마을에서 내려가는 언덕길 위에서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가치산 아랫자락의 해안길을 바라본다. 밀물 때면 찰랑거리는 바다와 함께 하겠지만 지금은 물이 빠진 상황이다. 장척마을 앞의 복개도와 멀리 바둑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모두 앞으로 가야 할 해안길이다
2024년까지 양식장의 스티로폼 부표 제로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데 해안에 쌓아 놓은 부표들을 보니 미세 플라스틱의 주범이었던 스티로폼 부표가 많이 교체된 모양이다. 우리나라 해안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고 한다.
둑방길을 지나 해안도로를 걷는다.
가치산 아랫자락의 해안도로 이름은 해넘이길이다. 깔끔하게 만들어진 자전거도로를 따라 걷는다. 복개도를 보면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해넘이길은 자전거와 보행자가 주인공이다. 길이 이어질수록 차로는 좁아지고 자전거길과 보행자의 쉼터는 넓어진다. 잠시 의자에 앉아 앞바다의 복개도를 보며 물 빠진 갯벌을 감상한다. 저녁때라면 석양을 황홀하게 보았을 자리다. 모터대신 노가 얹어진 작은 배가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길은 어느덧 장척 갯벌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 커다란 나무가 있는데 무슨 열매 같은 것이 달려있다. 나무는 느티나무다.
잎에 달리는 열매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다. 이건 열매가 아니라 매미목 외줄면충이라는 벌레가 수액을 빨아먹으며 사는 벌레집이다. 알고 보니 징그럽기는 하지만 느티나무에 큰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느티나무 외줄 진딧물이라고도 부른다.
장척마을을 지난 남파랑길은 사곡리 진목마을 지난다. 북쪽으로 가는 해넘이길은 계속 이어진다.
진목마을 포구를 지나는 길, 소라면 올랑올랑 무지개 해안 도로라고 한다. 올랑올랑이라는 말은 이곳으로 오라는 말일 것 같다. 그 말대로 평일임에도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있었다. 남파랑길을 따라 여수에 들어오면서 소라 초등학교를 만날 때도 소라라는 이름이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여성들에게 많이 붙이는 소라라는 이름과는 유래가 조금 다르다. 유래가 여럿 있지만 가장 신빙성이 가는 이야기는 조라포가 소라로 변했다는 것이다. 해안 모양이 쌀조리처럼 생겨서 조라포라는 이야기다.
진목마을 포구를 지나 북쪽으로 길을 이어간다.
여자만 바다를 보면서 잘 정비된 해넘이길을 걷는다.
남해안 갯벌 입구마다 하나씩 설치되어 있는 물통들을 보면 어민들의 지혜에 감탄을 하게 된다. 밀물이 들어오면 자연스레 물이 채워지고, 조개를 캐서 뭍으로 나올 때면 개흙을 씻어 내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다. 옛날 같으면 작은 웅덩이를 파서 활용했을 텐데 콘크리트 시대에 어촌에서 활용도가 높은 인공구조물이다.
바둑산 아랫자락의 해안도로를 지나면 해넘이길 너머 멀리 반월마을로 이어지는 해상데크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북촌마을을 지나 해상데크길로 들어선다.
데크길을 걷다 보니 경남 고성 남파랑길을 걸을 때의 모습과 비슷한 느낌이다. 두 곳 모두 바다 위를 걸으며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차이점이라면 이곳은 넓게 펼쳐진 갯벌 위를 걷는 차이다.
해상 데크길을 지니면 길은 여수시 소라면에서 율촌면으로 넘어간다. 율촌면은 여수시의 가장 북단이다. 여수시 남파랑길도 끝이 나고 있다.
바다옆 들판에는 청보리가 익어가고 있다.
멸종 위기종 흰발농게와 대추귀고둥이 산다는 안내판 뒤로 갯벌에서는 마을분들이 작업에 한창이다. 전동스쿠터가 갈 수 있는 곳까지 최대한 내려가 주차해 놓고 갯벌 끝까지 나가서 작업하시는 모습이다. 허리를 들고 일 하시는 분, 주저앉아 일 하시는 분들을 보니 내 무릎과 허리가 아픈 듯하다.
갯벌 바로 옆 마늘 밭은 역시 위쪽 지방과는 생육이 다르다.
반월마을을 지난 길은 봉전마을을 향해서 해안길을 이어간다.
자동차 없는 해안 산책로를 걸어왔던 남파랑길은 잠시 도로를 따라 걷는다.
잠시 들판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걸었던 길은 좌회전하여 농로를 걷는다.
한쪽으로는 청보리를 보고 다른 한쪽으로는 여자만 바다를 보면서 걷는다.
구릉에 밭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언덕을 넘는 작은 농로가 그림이다.
구릉의 농지 너머 바다와 하늘을 보며 걷는, 감성적인 느낌을 물씬 선사하는 시골 풍경이다.
구릉지의 언덕을 내려오면 봉전마을의 포구에 닿는다. 이후로는 봉전마을을 가로질러 광암마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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