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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면 나진리를 떠나 안포리로 넘어온 남파랑길은 안포마을을 지나 화양로 도로를 가로지르며 하시루봉 자락의 고개를 넘는다. 안포리 해 뜨는 언덕을 지나면 내리막길로 굴개를 지나 원포 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안포 해안길을 걸으며 만난 바다는 내륙으로 깊게 들어온 바다라서 그런지 더 잔잔한 호수 같은 느낌이다. 길은 이제 우회전하여 해안길을 벗어난다.

 

해안을 벗어난 남파랑길은 22번 지방도 아래 굴다리를 통과한 다음 좌회전하여 화양로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화양연화를 새겨 넣은 폐 공중전화 부스에 눈길이 머문다. 이곳이 화양면인 것과 연관된 조형물이라는 추론을 하면서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의미하는 나만의 화양연화는 언제인가?를 생각해 본다. 청년시절, 신혼시절, 아이를 키우던 시절 등등 과거를 돌아보면 오십보백보인 것 같고 생생하게 숨 쉬며 걷고 있는 지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화양로 도로를 따라 걷는 길 가로수는 울창해서 깊은 숲 같고 갓길은 들풀이 점령하여 사람이 다닐 공간은 거의 없지만 지나는 차가 많지 않아 다행이다. 가끔씩 자동차 운전자가 우리를 보고 놀라는 것이 미안할 뿐이다.

 

길은 다시 22번 지방도 아래 굴다리를 통과하여 이어간다.

 

하시루봉 자락의 고갯길을 오르는 길, 시내버스도 힘겨워하는 느낌이다. 오늘 여정이 끝나면 저 다음 버스를 타고 여수 시내로 나가서 휴식을 취할 텐데 갈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고개를 오르다 보니 우측으로는 22번 지방도가 지나는 원포 터널 입구도 보이고 뒤로는 우리가 걸어온 안포 해안도 눈에 들어온다.

 

화양로 오르막 도로로 고갯길을 오르고 있지만 길 주위 나무가 워낙 울창해서 숲길을 걷는 느낌이다. 고개에 오르면 카페, 펜션등이 몰려있는 안포 해 뜨는 언덕에 도착한다.

 

멀리 여수 시내와 돌산도의 모습이 가물가물 보인다. 돌산도와 크고 작은 섬들 때문에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온전히 보기는 어렵겠지만 가막만 일출을 감상하기에는 환상적인 위치가 아닌가 싶다. 그러기에 많은 펜션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새롭게 짓고 있는 펜션들도 있었다.

 

안포 해 뜨는 언덕을 지나면 완만한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간다. 도로변 걷기가 모두 이런 숲길 걷기와 같다면 도로변 걷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보행자를 무시하고 한발 더 나아가 위협하는 매너 없는 운전자만 아나라면 이런 도로변 걷기는 언제나 환영이다.

 

길은 시내버스가 다니는 화양로를 벗어나 굴개 마을로 내려간다. 굴개 마을을 거쳐 해안을 돌아가는 길이다. 굴개라는 이름은 포구가 항아리처럼 원형으로 깊게 파여 배들이 피하기 좋은 지형을 가진 곳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굴곡진 해안이 많은 여수에는 굴개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마을이 여럿이라고 한다.

 

굴개길을 따라 길은 해안으로 향한다.

 

굴개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만난 병꽃나무. 인동과의 한국 고유종이다. 우리나라 전국에서 볼 수 있고 음지에서도 잘 자라고 공해, 추위, 가뭄에도 강하다는데 왜 몰랐을까!

 

한 나무에서 여러 색의 꽃을 피우는 것을 보니 삼색병꽃나무가 맞는 모양이다.

 

안포 해 뜨는 언덕의 인기 때문일까 굴개 마을로 내려가는 해안으로도 카페와 펜션들이 이어진다. 가막만 전망은 언덕 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곳의 바다 전망은 호수와 같은 가막만 바다가 핵심이고 돌산도가 수평선을 대신하고 있다.

 

길은 계속 굴개길을 걸어 굴개 마을 포구로 향한다.

 

굴개마을 포구로 나온 길은 포구를 돌아 원포마을을 향해 내륙으로 들어간다.

 

굴개마을 마을길에 만난 쪽파 말리는 풍경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겨울을 나고 봄에 풍성한 줄기를 제공했던 쪽파는 봄이 지나가면서 꽃대를 올리고 알뿌리로 영양분을 저장하면서 줄기는 조금씩 사그라든다. 이때 쪽파를 캐서 잘 말려 씨앗으로 가을에 다시 파종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양탄자처럼 쪽파를 밭에 가지런히 펴서 말리는 모습은 처음 본다. 쪽파 향을 맡으며 감탄과 함께 길을 이어간다.

 

원포마을을 향해서 내륙으로 들어가는 길은 카페 안포를 지나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한다.

 

아늑한 분위기의 굴개마을을 뒤로하고 고개를 넘는다.

 

고개에 올라서니 산등성이가 마치 산을 재개발하고 있는 듯 온통 파헤쳐져 있다. 소도 키우고 닭울음소리도 나는 것을 보니 한 농민의 작품 같아 보이는데 훌륭해 보이지는 않았다. 나름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싶어 하는 마음에 시간적, 물질적 투자가 함께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오고, 지속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고개를 넘은 길은 계곡으로 이어진 농로를 걸어 원포마을로 향한다.

 

농로를 걷다 보니 멀리 원포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55코스와 56코스를 이어서 걸었던 긴 하루가 끝나간다.

 

22번 지방도 아래의 굴다리를 통과한 다음 우회전하여 원포마을 버스정류장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원포마을의 밭에서도 쪽파를 널어서 말리는 풍경이 펼쳐져 있다.

 

원포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여정을 마무리하며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있는데, 마침 반대편으로 가는 버스에서 한 중년 남성이 버스를 내린다. 말씀을 들어보니 버스 정류장 인근에 차를 세워놓고 남파랑길 57코스를 걷은 다음 버스로 출발지점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내일 47코스를 걸을 예정이라고 하니 어느 구간이 힘들고 그 이후는 무난하다며 먼저 걸어온 자의 여유를 부리신다. 예정된 시각에 맞추어 도착한 여수 시내버스를 타고 여수 시청 인근으로 이동하여 하룻밤 휴식을 취하며 내일을 기약한다. 숙소로 가는 길에 백반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순두부와 함께 나온 정갈한 반찬들은 과연 남도의 음식이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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